깡통로봇의 노래

고동껍질속의 시일야방성대곡

영혼기병깡통로봇 2002. 5. 24. 09:24
아무도 모른다
고동껍질에서 눈물젖은 두만강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없겠지.
두만강 푸른물을 나역시 대면해보지 못했지만
그 설운 물때깔이 가을이면 더 설워져
빈 껍데기 고동속에도 눈물되어 파도치고 있을 것임을...'
난 안다.

뭔소린지 모를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것도
실없이 한여름에나 입에 올릴 소라껍질도아닌...
고동껍질에 파도소리를 오버랩하는 맹함도..
실패한 도피행각에 대한 엉뚱한 화풀이 라는 것도 안다.

겨울이라고 예년보다 많이 기온이 떨어져
아침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다는 뉴스를 버스안에서 듣고도
기어이 강릉을 가겠다고 꾸역꾸역 청량리행을 감행했건만
기차는 나에게 단 한자리도 내어주지 않았다.
야박하기가...참

여행이란 돌아오기 위한 것이라지만...
떠나보지도 못한 나는 돌아가야 하는 것인지.. 그냥 거기 서있어야 하는 것인지..

왜 강릉을 가기로 했는가는 잊어먹었다. 너무추워서..
가슴에 뭔가를 채우고 돌아와야 하는 여행길에
가슴에 채운거라고는 그리운 바다물을 닮은 눈물.. 얼음덩이,,
모... 내 눈물은 아이고 고동껍질의 눈물이 내 썰렁함에 얼어버렸다고나 할까...

내마음은 고동껍질.. 바다를 그리워하고..
내마음은 고동껍질... 바다를 닮아 텅빈 속내
내마음은 고동껍질... 바다를 닮아 그 속이 눈물로 가득찼다.

바닷가에서 한나절을 보냈던 어릴적의 어느 여름날의 소라껍질무덤..
그 흔한 소라껍질을 보면 말이다...
청량리 역에서의 나처럼 떠나지도 돌아가지도 못할 것 같은 그리움에
가슴이 허물어진다..
강릉에서 비둘기호를 갈아타면 모래시계에서 고현정이 바다를
바라보며 앉아 있던 그 기차길가의 소나무가 있는
기차역을 꼭 찾아가려 했었다.
내마음에도 바닷가의 소나무를 심어두고
그렇게 가득 채워 두고 싶었다.
내년 가을엔 처량맞은 발길질이나 하며 청량리 역을 배회하는 짓은 말고
아마도 밤기차를 타며 가슴 설렐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내년 오늘... 정동진으로 가는 기차표를 예매해 둘 수 있으면 좋겠다.
1년전의 약속이라면 그 의미가 더욱 각별해 질지 모르겠다.
더 희미해지려나... 아님 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