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로봇의 노래 243

14세 아들의 어버이날 편지

언제 밥이나 먹자는 막연한 인사가 5월쯤엔 되니 살짝 패턴이 바뀌었다. 주말에 다들 바쁠 테니 6월에나 보자라는 인사는 나이 탓인지 배려인지... 공감하고 있다는 인사 같기도 하다. 니나 내나 고단하긴 마찬가지니 서로간에 1절만 하자라는 암묵적 합의 같기도 하다. 올해 가정의달은 연휴가 두번이나 되어 더 그랬다. 좋기도 하고 그래서 더 주말이 숨차게 바쁘기도 한 5월이다. 근로자의날에는 시댁에 다녀왔고 그주 주말은 친정에 다녀왔으며 둘째 토요일은 회사 출장이 잡혀 있고 그다음 주 토요일은 가죽공예 물건들을 들고 플리마켓에 가서 장사를 해볼 계획이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연휴는 완도에 사는 시이모님의 초대에 응해야 할지... 무시하고 공방에 나가야 할지 고민이다. 마지막주에도 안가면 매월 나가는 공방비 2..

마지막 김장

남편은 엄마에게 매번 화를 낸다. 김장 하지 말라고... 안먹을 거라고... 종갓집 김치가 제일 맛있다고... 소통의 오류를 바로잡는 일은 나의 몫이다. 남편은 장모님의 건강을, 고생을... 온마음을 다해 지독하게 격정적으로 걱정하고 있다. 엄마는 음... 말해 뭐하겠는가... 사위놈이 종갓집 김치가 맛있다는데... 사위의 거친 마음은 왠만해선 장모님에게 전달 되기 힘들다. 그 와중에 엄마는 올해 김장에 영혼을 쓸어 담았다. 언제 부턴가 시작된 일인데, 엄마는 아마도 마지막을 준비 하는 일에 마지막을 다 바칠 모양이었다. 평소의 엄마는 실력만 믿고 살았다. 티비에나 나오는 멋내기를 따라하지 않았다. 육수를 내서 풀을 쑨다던가, 사과나 홍시로 단맛을 낸다던가... 이건 다 실력 없는 것들이 하는 짓이었다...

1. 코이카, 도전과 시작

코이카? 그게 뭐야? 코이카에 대해 설명한다. 코이카? 왜가? 왜 가야 하는지(아니 왜 가고자 하는지)를 설명하기 시작한다. 질문에 대답을 하다 보면 어느덧 나는 알게 된다. 내가 설명할 수 없는 순간이 온다는 것을... 어느새 나는 변명을 하고 있음을... 내면의 나는 어쩌면 이 도전의 이유를 잘 알지 못하고 있음을... 그 순간이 반복 될 수록 나는 정말 왜? 일까를 생각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년이 되었고 5번의 도전을 하고 있었다. 끈기와 집념이라기 보다 변함없는 미련함의 결과다. 그 미련함 때문에 결국은 영혼을 죄다 갉아 먹힌채 내 수십년의 도전에 마침표를 찍은 주제에, 내 삶의 모든 것이었던 직장을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 땅"으로 규정지은채 다음 인생에 나는 어떤 색으로 살아갈까를 고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