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이 그림일기

새벽녘, 하현의 달

영혼기병깡통로봇 2006. 10. 12. 09:46

 

어제 출근길에 금당선생님 어머님 별세 소식을 들었다.
노환으로 오랫동안 힘드시다 가셨다고 한다.
마음이 좋지 않다.

힘든 병수발을 하고 계신 동안
청첩장 나오면 찾아뵙고 주례를 부탁하려
고민하고 있었던 것도 죄송 스럽다.

거의 10년전에 하신 약속인데 기억이나 하시려는지...

그리고 이젠 결혼 날도 잡아놨는데
빈소를 찾아 뵈도 되나하는 고민까지 하고 말았다.

오늘은 회사 직원 모친도 새벽에 돌아 가셨다고 한다.
아침부터 우중충 하더니
여러모로 안정되기 힘든 날이다...
직원 상에는 봉투만 보내고

저녁에 잠깐 찾아 뵈었다.

결혼이 젤 큰선물이니 큰효도는 했다고..

그래도 지금은 어떻게 할래야 할 수도 없는게

당황스러우시다고..

기둥을 잃어버린 것 같다 하시고

손을 꼭 잡아주시면서

부모님께 잘하라고 당부에 당부를 거듭 하신다.

 

추석때 그렇게 엄마 가슴에 대못을 박아 놓은 주제에...
울엄니는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오래 사셔야 할텐데 라며 사뭇 진지하게 걱정도 한다.

 

집에 돌아 오는길에

선생님께서 말씀 하신 그 숱한 이야기들 가운데

지인들에게 연락할 겨를이 없어서

수첩을 식구에게 건네면서

이안에 있는 사람들은 다 친하니

연락을 부탁하셨다고 한 말씀을 되뇌인다.

 

그 안에 내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고 또 얼마나 감사하던지..

마치 소중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어서 괜스레 신이 난다.

이 황망한 날에 그런 유치한 생각을 하고 있어서 잠시 민망해지기도 하면서

밤을 꼬박 새었다.

 

그리고 새벽녁에 오두카니 떠있는

반달을 보았다.

추석이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하현의 달은 벌써 절반쯤 닳아져 있었다.

잠시 뱉어놓은 박하사탕처럼

투명한 새벽달을 탓하며

또 서늘하게 눈시울을 적시고 말았다.

 

결혼을 앞둬서 그런건지

그저 나이만큼 비례하는 탓인지

가을이라서 그런지...

혹은 내가 조금 덜 독해진 건지

잘은 모르겠으나

눈물이 많아 진다.

 

어느땐 밤새 울다가 아침에 눈뜨자마자

괜시리 또 울기도 한다.

 

아주 작은 일에도 감정이 북받치는 데다가

회사에서도 부모님하고도...

그저 이런 저런 인간관계의 크고작은 일들까지도

조용히 지나 가는 일이 없는 요즘이다.

이젠 힘이 부치나 보다.

큰소리로 싸우고 말일도 조용히 물러났다가

늦은밤 혼자 눈물에게 마음을 던지게 된다.

 

전에는 무덤덤했던 일들이

작은 바람에 먼지가 일듯이

하나 하나 일어나 반응하고

내안에서 춤을 추고 있는 것만 같다.

 

 

그런데도 역시 슬프고 괴로우면서도 

나는 보다 더 차분해지고

어딘가 개운하고

그리고 감사하고 있다.

 

점점 눈물의 힘에 의지 하게 된다.

괜찮아, 눈물은 마음의 땀이야... 죽도록 노력하고 있으니까..

라고 했던가.. 잘 기억은 안나지만

나나의 독백이 마음에 남았다.

그래...

마음에 품은 독기를 조금만 접으면 된다.

 

땀흘리고 난 후의 개운함...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존재의 날개를 달게 되었으면 한다.

 

나는 이제 울준비가 되어 있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