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째 날이 스산하다.
눈을 감기엔 너무 밝고 앞을 내다 보기엔 너무나 암담한 낮의 기운으로 사방이 둘러 쌓여 있는 듯 하다.
나는 그의 시선이 너무나 힘겹다. 인생의 밑바닥을 굴러 온 삶만이 진정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말하는 듯한 그의 영화가 싫다.
그게 나의 모순이며 사치스러운 딜레마이다. 새장여인숙의 남루한 수돗가에 서있는 진아와 혜미에게서 파릇파릇한 사춘기 소녀의 우정을 만난다면... 그것역시 빌어먹을 영화였을 게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고 해도 빌어먹을 일이지... 그리고 또 그렇게 인생이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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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의 영화에서 내가 진정 원하는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무덤처럼 차갑고 습한 사랑을 가슴에 지닌 한기
사신의 옷을 얻어입은 사람마냥
거울뒤에 숨어 있는 그 놈을 만나고
증오가 사랑으로 바뀌면 그 사랑이란건
어느날 갑자기 밝은 햇살이 되는게 아니라
증오를 먹어버린 솜뭉치처럼 무겁게 어깨를 짓누른다.
선화..를 만났다.
사랑이란 말을 죽도록 되뇌이며 주말마다 놀이동산에서 바이킹을 타는
그런 사랑만 있는게 아니라고 까발리고 싶었던 걸까?
어쩌면 운명 같은걸 얘기하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런거... 인생은 원하는대로 흘러가는게 아니라는거..
인생이란건 적절하지 않은 타이밍에 나타난 날카로운 바람한줄기에도
방향을 잃는다는걸 말하고 싶은것일까...
인생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 낯선 타인을 만나게 되는것이라고
그게 운명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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