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책:생각

주홍글씨, 사랑하면 용서 되는가

영혼기병깡통로봇 2004. 11. 18. 10:31

아흔 아홉가지 고산명산의 약초와 백년은 족히 자란 산삼으로 만든 명약이
있다치자...


아주 조금만... 병아리 눈꿉만큼만... 청산가리(ㅡㅡ;)가 섞였으면
그약은 독약일까, 명약일까..

 

지독하게 혈관을 조여오는 늪에 빠진 사랑탓이다.
그사랑에 눈멀어 오롯이 서서 바라보기조차 힘든 채로
시간을 흐르는 바람의 사이사이에서 흘리는 피속에
치명적인 독이 퍼렇게 빛났다.

 

그것은 사랑일까,
혹은 사랑하면 보이지 않는 나락으로
발을 디디는 것조차 알 수 없게 되는 것일까..

에 대한 의문이라기 보다


나의 의문은
사랑만 하면 다 용서 되냐는 질문따위를 했어야만 했는가이다.


오르가즘의 가장 높은 곳에서 서서히 내려오는 와중에
그녀가 좋았었는지를 묻는 무거운 납덩이같은..


강약 조절을 실패한 영화다.


파격적인 한신에 무게를 싣고 싶은 감독의 욕심,
오랜만의 재기를 꿈꾸는 배우의 영화에 대한 집착.

한석규의 욕심과 감독의 욕심으로 영화는 균형을 잃었다.

 

이야기를 주렁주렁 늘어 놓고
서로 다른 이야기를 가로, 세로, 대각선으로 이어가다가
털빠진 닭한마리가 싱크대에서 반신욕을 하는 것 같은
어줍짢은 반전

 

결국엔 남의집 싱크대위에 털 빠진 닭한 마리를 툭떨어 뜨린다.

 

다만... 파격과 혼돈의 에너지에 점수를 주겠다.

 

허스키한 목소리의 가녀린 여인에게서 팜므파탈을 얻어 내는 일은

종종 몰입을 방해 하기도 했거니와

 

재기에 몸부림치다 못해 스크린 밖으로 혼자 튀어나와버릴 것만 같은
한석규의 미쳐버린 듯한 나홀로 몰입이 어찌나 부담 스럽던지...

 

스크린은 스크린대로 돌아가고
한석규의 존재감은 혼자서 영화관 안을 가득 메운채 관객을
점령하고 말았다. 나는 그의 몰입이 두려웠다.

 

이영화가 지향하는 것은 무엇일까가 의문이다.
사랑이었던가..
멜로영화였으면 좋았을 것을...


영화에 사용된 '뉴그랜저XG'는 자동차 트렁크 비상탈출장치가 설치되어
간단히 빠져나올 수 있다고 현대자동차 관계자가 인터뷰를 했다.

 

여러모로 몰입하기 힘든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