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의 꿈은 왜 깨고 나면 허망함만 남기고 그 기억을 도통 되짚어 낼 수 없을 만큼 희미해 지는 것인지 모르겠다.
버퍼에 메모리를 할당하지 못하고 즉석에서 기화시키는 까닭은 다른 덩치큰 일상의 무게에 눌려 가치를 상실했기 때문일거라고 잠깐 생각한다. 유치한...
아침에 잠자리에 멍하니 앉아서,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나도 모르게 꿈으로 생각이 말려들어 갈때가 있다.
꿈에 나온 배경, 등장인물의 대사, 가끔 배우가 나도 모르는 인물로 바뀌기도 하니까 어느 배운지, 아니면 모르는채 동원된 인물인지.... 계속 계속 되짚다가 그냥 또 꿈꾸듯이 눈을 슬그머니 치켜뜨면 문득 보이는 시계 바늘!!!
이런 제길!!!
순간 생각은 기화되어 날아가고 꿈은 내가 꿈을 꾸었다는 기억만 남긴채 난 서둘러 일상으로 뛰어들어간다.
왜 그렇게 멍청하게 앉아서, 마치 인생을 정리하는 노을같은 모습으로 아침부터 앉아 있었을까?웃기는건 아침에 앉아서 생각할땐 꿈이 조금은 기억에 남아서 생각한 것일텐데 나중에 차분한 마음으로 생각을 정리하면 생각속에 있던 그림조차 백지가 되거 만다.. 머리가 나쁜탓인지..
스파크 한대 얻어 맞은 것처럼 일상으로 돌아가는 순간 꿈은 사라지고 꿈을 꾸는 동안엔 난 일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만 같다. 왜 꿈은 현실과 공존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먼 옛날 장자님께오서 꿈과 현실을 분간하지 못하고 헤메며 나비가 되겠다는 둥 실없는 소리를 지껄여 댔던 것은 적어도 술먹고 한 뻐꾸기는 아닐 것이다. 이게 꿈인지 누가 알겠는가...
꿈을 꾸다 깨는 건, 꿈을 한순간에 잊는건, 꿈을 되짚으려 해도 잘 되지 않는 건 어쩌면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잃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어느 순간 되짚으면 인생은 그저 아무것도 아닌것... 그리려 해도 백지 같은 아련함만 남아버리는...
꿈과 현실을 공존케 하는 것은 누구에게라도 불가능한 일일거라 짐작만 한다. 한쪽눈을 감는다 해서 꿈을 꿀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눈을 뜨고 잔다해서 현실속에 깨어 있는 것은 아닐 터이니...
존 로크가 인간이 태어날때 아무것도 알지 아니하고, 아무것도 갖지 아니하고, 아무것도 기억하지 아니하는 순수 無의 상태를 tabula rasa라고 했다.(학교다닐때 배운거 다나왔다.. 더이상 나올게 엄따.)그것도 좋을 것이다. 백치처럼 강물에 돈종이를 띄워버리던 아다다처럼... 대충 양쪽에 발을 담그고 살아도 좋을 것이다. 어차피 한쪽눈만 감아도 현실은 지랄 같고 일상은 끔찍하게 열린 눈가죽으로 쳐들어 올테니 말이다.
그렇게 종종 백지가 될때도 있다. 그건 본능일거라고 믿는다. 사람은 누구나 태초의 tabula rasa를 향수병처럼 그리게 되는 것을 아닐까...
그리로 돌아가길 원하는 본능이 꿈을 꾸게 하고 꿈을 잊게 하고 허위허위 현실을 살게 하는 것은 아닐까...
아무 것도 없었더라면 좋았을텐데... 이런 후회와 체념 조차 갖지 않아도 되는 그 잠재된 의식의 내면으로 기어들어갈 수만 있다면 말이다.
이 헛된 망상의 시작은 터럭만큼도 가치없는
말장난에서 비롯된다.
걍 MSN의 아이디를 도덕경의 첫구절을 아무 생각 없이 따다 쓰다가 얕은 지식이 수면으로 기어올라오면서 부터 이다.
도덕경의 첫구절이 무엇이었는고 하니...
궁극의 道라는 것이 결국 無 라는 그 한구절 때문이다.
일생을 통해 한번이라도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는 그것이 궁극적으로 無라니...
어찌나 허무하고 냉혹한 지식인의 위험한 갈증인지....
어차피 아무것도 없는 삶이니 많은 걸 가진들 허무할 뿐이라고?
그럼...
태초의 無로 돌아가기 위해 일생을 버리고 버리고 또 버리면서 산다는건
그것도 역시 허무하지 아니하냐..
결국 존재자체가 흐려지고 말 일생을 살아가는 일이 허망한 것인지
어차피 다 놓고 가야 한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눈치채고 말았을 그 순간이 허망한 것인지...
어차피 허망한 것이라면 일평생 내내 비우고 비우다 아름다운 無를 체험하고
無를 위해 살아가는것도 허망한 것이긴 마찬가지이다.
도를 얻기 위해 노력하거나 공맹을 읊으며 살지 않아도 어차피 그 끝이 無인 거라면,
그것을 알고 있던 모르던 결국 無인거라면 ...그 빌어먹을 無를 가슴에 품고 그토록 전전긍긍하며 살지 않아야 마땅히 無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더냐..
어느 것이 정녕 道다운 것인지 난 모른다.
난 어쨋든 일생의 집착을 놓지 아니하고 살란다..
대체 뭐가 허망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인간의 짐이며 불행이며 행복이며...인간의 아름다운 고난이다.
꿈을 잊은 아침을 기억하고 그리고 잊고... 잠깐 배운 책 한구절이 떠오르다가 생각의 끝을 잡고 헤매는 하루...
꿈을 간간히 잊어주는 것은 인생에 대한 예의 같은 것이라고 그저 결론 내리고 말았다.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할 수 없게 인생이 나와 상관 없이 흐를때마다 일상을 잊고 싶어진다. 그게 꿈꾸는 사람들의 향수라면 그저...간혹은 그렇게 잊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잊은 기억들은 잊은채로 두고 하루를 살아두면 되는 것이다.
어느 순간 정신차리고 앉으면 현실만 남는다.
젊은 날은 마치 꿈이었던 것처럼 꿈을 꾼 기억만 남듯이 아련한 기억속에 존재하는 몽환.
일상은 오늘 아침 출근길처럼 헐떡이게도 하고 퇴근길처럼 긴그림자 드리어 깊이 잠들게도 한다.
결국은 모르겠다는 대답뿐이다.
꿈을 꾸는 것, 잊는 것, 꿈을 잊는 자유...
그 자유가 진정 내가 원한 자유인지 일상에 잠식당한 정신의 일몰 탓인지 사실은 모르겠다. 그저 많은 생각을 하다가 다 모르겠다... 라며 잠들 뿐이다.
꿈은 현실 속에 존재하는 이상인걸까... 단지.. 이상일 뿐인걸까..
나는 지금껏 무슨꿈을 꿔왔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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