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나무가 나란히 서서 바람을 같이 막아내는 일이 쉽지 않더군
나란히 서기도 어렵거니와...
들판에 꽃도 잡풀도 바위도 바람의 향기도 갖가지여서
그들이 흘리는 무심한 그림자를 한눈으로 ... 한느낌으로
같이 느끼기는 더 어려운 일이더라
그저 같이 있어서 행복하다는 것이 어떤 건지 난 잘 모른다.
나란히 선다는게..
그저 옆자리에 앉았다고 해서 다가 아니라는 것만 알 것 같다.
은행나무가 소나무하고 나란히 섰다고 해서
어느날 갑자기 소를 닮은 은행이 열리는게 아니니까 ^^
내 옆에 나란히 서주는 나의 나무가 정말 나의 나무 였는지 난 잘 모르겠다.
어느날 땅을 흔들고 싹을 틔운 여리고 여린 싹이 굳은 뿌리로
땅을 딛고 서서 단단한 열매를 맺을 때에도 난 아마 모를 것 같다.
나의 나무라는건 원래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
비록 내가 그 곁에서서 같이 단단히 뿌리 내리지 않게 되더라도
다른 이름... 다른 꿈으로 하루 해를 맞는다 해도
행복하길 바란다.
행복한 사람의 눈엔 보이지 않는 초라하고 작은 역...
아무나 그냥 스쳐 지나가는 텅빈 간이역에도 똑같은 바람이 불고,,,
언젠간....똑같이 작고 여린 싹이 나무로 자라기도 할것이다.
차마 축하한다고는 못하겠지만...
그래 그냥.. 너의 작은 신부만큼은 행복해도 좋을 것 같다.
잘가라..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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