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로봇의 노래

있을무.. 결코 사라지지 않을 그들의 정신을 믿는다

영혼기병깡통로봇 2004. 4. 14. 01:24

없을무

 

있을무...

원래 한자 없을 無는 불위에 장작이 있고 그 장작 더미 위에 사람이 누워 있는 형상을한 문자이다.
사람이 나고 자라 죽고나면 그는 더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록 동양의 사상이 서양과 달라서 끝없는 윤회와 모호한 존재성을 갖고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그의 실존은 인식의 경계에서 이탈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 없을무.. 그건 없는 것이다.


있을 무라는 글자는 사실 없다.

있을리가 없겠지..

우리가 만들어낸 글자다.

 

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조차도 버린지 오래인 깡통은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부끄럽게도 철학과를 나왔다.
그당시 우리가 만들었던
학회지의 이름이 바로 있을 무 였다.

 

학회지는 아직 학생운동의 비릿한 피냄새가 광장을 떠돌던때 처음 창간되었다.
그리고 곧 폐간 되었다.
이름이 불경스러웠기 때문이다. 무엇에 대하여 불경스러운지 ....


있을 무의 의미는 그러했다.

존재하는 것!
우리 눈에 보이지 않게 존재하는 무엇이 우리의 역사에 존재하는 것이다.


갈보리 언덕으로 십자가를 지고 오른 예수가 그러했고,
보리수 밑에서 끝없는 고행을 했던 석가모니가 그러했고,
하얀옷입고 죽음을 알리지 않길 소망했던 한 장군이 그러했고,
화염병속에 스러져간 80년대의 대학생들의 눈물이 그러했다.

 

그의 정신이 다시 살아서 역사속에 존재하도록 하는 것은
결코 그의 육신따위가 불에 타 재가 된다하여 막아지는 것이 아니라 믿었다.

 

젊은 우리는 그리 굳게 믿었고
결국 무는 없을 無 이지만 그것은 없는 것이 아니라
영원한 존재의 의미 "있을 무"이라고 믿었던 거였다.
나는 참 젊었고 있을 무가 좋았다.

 

몇년간을 폐간되었던 그 학회지를 부활시키고자 했던
불경스러운 선배가 복학을 했고
나는 그 선배가 복학하던 해에 입학을 했다.
그렇게 악연의 고리가 시작되었다.

 

참... 많이 고생하며 책을 만들었다.
학교에선 방하나도 내어주지 않았다.

지도 교수는 수시로 불러서 진로상담(?)이란걸 했다.
밤을 새워 원고를 쓰고 세번 네번을 교정해도 죽어라 튀어 나오는 오탈자...

 

그러나 아마도...그때가 나의 인생의 피를 만들고 살을 만들고
그안에 영혼이란걸 집어 넣었던 시기라고 아직도 믿는다.


그러나 세월이란 것이 흘러...
철학과는 폐과가 됐다. 웃기는 일이다.
이제 내가 졸업한 학교에 철학과는 없다.

김대중정권의 정보강대국 계획에 대한 확신이 그리 만들었다.
학교는 디지탈화가 되었고 국가로 부터 강력한 지원을 약속 받을때
순수학문은 학교 예산만 갉아 먹는 쓸모없는 학문이 되어 버렸다.
졸업생 재학생.. 아무도 관심가져 주지 않는 가운데
3년을 싸웠다.

 

동기녀석은 학과장실에서 그당시 단식이란걸 했다.
그때 이미 나는 디지털의 힘으로 밥을 먹는 사회의 한 부속품이었고
한참 사회생활을 해야할 나이의 그 녀석도 이미 나이가 서른줄이었다.
우리는 폐과를 막진 못했다.

우리 사회의 정신이란 것은 그렇게 허공으로 산화되어 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철학은 철학을 공부한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철학한다라고 말한다.
철학이라는 말자체가 학문을 밝힌다..라는 의미이다.
철학이라는 학문이 따로존재하지 않는다.
필로소피(philosopy)라는 영문명칭도 지혜에 대한 사랑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생각한다.. 고로 우리는 존재한다.


그러나 학교는 생각하려 하지 않고
사회는 생각이 필요 없는줄 알고
정치인들은 역사속에서 재가 되어버린 정신의 존재를 자꾸 자꾸 망각한다.

 

우리가 눈에 보이지 않으나 반드시 존재하는 그 무엇에 대한 것을 버리는 그 시점부터 우리는 역사속에서 피눈물을 흘리던 그 정신을 또한번 짓밟게 될 것이다.

 

힘들었던 우리를 이젠 잊지 말아 줬으면 좋겠다.
아버지의 힘을 빌리는 여인도
젊은 지식인이 아직도 맹목적으로 따라줄거라 믿는 그들도...
이젠 우리가 믿었던 "있을 무"의 사라지지 않을 정신을 믿어주길 바란다.


아직도 정국은 전쟁중인가보다.
오늘은 누군가가 사퇴라는 것도 했나보다.
그들의 정신은 어느 허공에서 맴돌고 있을까... 


나는 그들도 좀더 아름다워지길 바란다.

'깡통로봇의 노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원한 꼴찌 이상무...  (0) 2004.04.25
오래된 친구에게  (0) 2004.04.21
세상에 던져진 수상한놈 이야기  (0) 2004.04.13
낙태에 관한 토론의 기억 ^^  (0) 2004.04.08
사랑니  (0) 2004.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