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로봇의 노래

제 3 공간에서의 존재찾기

영혼기병깡통로봇 2003. 3. 11. 12:00
지난 여름부터 밤에 잠을 통 못잔다.
잠이 들면 끔찍하기 이를데 없는 악몽을 꾸기도 한다.
사람들이 극심한 공포와 집단 광기에 휩쌓여서 누군가를 난도질해서 죽이는꿈... 난도질당한 팔하나가 눈앞에 툭 떨어지는가 하면 난도질해서 죽이던 그 무리들이 내게 다가오는꿈...
눈앞에까지 다가와서... 공포가 극에 달해야만.. 잠을 깨곤 한다.
그럴땐 꿈속에서도 무섭다... 도망가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드는게 아니라..
아.. 이렇게 죽는거구나... 죽는구나..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아마도 공포 그 마지막에서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다.
정말 이런 끔찍한 꿈을 꾸고나면 잠을 자고 싶지가 않다.
눈뜨고 있는 하루도 끔찍한데 눈감은 꿈속은 일상과 다를 것 없는 악몽에 휘말리는 내가 죽이고 싶을만큼 미웠던 여름...

차라리 잠을 자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또하나는 잠을 자지 않는 동안 아무런 잡념도 생기지 않아야 하며... 잠을 자고 싶어 미칠때까지 버틸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온라인 게임이다.
아무 생각없이 밤을 새우기에 이것 보다 좋은 것은 없다.
그리고 몰입하기도 좋으며 생각하기 싫은 것들을 생각하지 않게 해주는 아주 아주 효과좋은 특효약이다.

술보다... 담배보다...

한가지 문제가 있다면 단순한 벌레잡이 노가다를 서너시간쯤 하다보면 내가 왜 이짓 거리를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주 잠깐 하고 만다... 금새 벌레들이 날 공격하기 때문이다. ㅡ.ㅡ
죽지 않으려면 벌레들을 죽여야 하는, 새로운 공간안에서 만난 현실 때문이다.

친구와 하루종일 수다를 떨고 나면 기분은 업되지만 헤어져서 텅빈 집으로 돌아오면 어쩔 수없이 느껴지는 상실감... 그것을 이겨야하는 후유증에 비하면 뭐 그럭저럭 견디기 쉬운 일이다.

온라인 게임의 시초는 아마도 90년대 중반에 pc게임 시절의 롤플레잉 게임들일 것이다
필자는 그시절 프린세스메이커라는, 10살짜리 꼬마애를 18살까지 키워서 여왕을 만드는 게임에 빠져 있었다. 게이머가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서 창녀가 되기도 하고 여왕이 되기도 한다.
주로 창녀를 만드는게 내 특기였다.
창녀를 만들면 야한 옷을 입은 마지막 장면을 볼 수 있기 때문에... ㅡ.ㅡ

사람들이 온라인 게임을 하면 프린세스메이커 보다 훨씬 중독이 되기 쉬운 이유는 인간이란건 역시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인것 같다.
나를 지나가는 사람이 나보다 더 좋은 무기를 갖고 있을때, 더좋은 지위를 가지고 더 많은 돈을 갖고 싶고 더좋은 옷, 말 잘 듣는 애완동물을 키우고 사람들로부터 존경어린 시선을 받는 나!

그 짜릿한 유혹은 밤을 새워 어깨가 뻐근해질때까지 마우스를 돌리도록 만들기에 충분한 것이다.

요즘엔 게임이 더 재미가 있다.
친구 하나를 끌어들여서 데리고 다니면서 사냥을 하기 때문이다.
혼자 할때는 대체 여기가 어딘지...
이게 뭐하는 것인지..
좋은 무기를 사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돈을 벌 수 있는지...
모르는 것 투성이였다.
혼자 사이트 뒤져가며 공부하고 여러번 시행착오를 거쳐서 지존을 만든 나는 이제 겨우 게임을 시작하는 친구를 데리고 다니면서 마음대로~~ 하고 싶은대로~~ 있는대로 구박을 한다...
내가 분명히 가르켜 줬지? 너 바보야?
너 학교 다닐때 선생한테 무지 맞았지?
널 안때렸다면 그선생은 아마 신선이었을거다...
나 너랑 같이 하기 싫어..

ㅋㅋㅋㅋ
정말 웃긴다.
혼자 하기 심심하다고 끓어 들여 놓구선 조금 먼저 시작하여 조금 더 많이 안다는 이유로 친구에게 우월감을 느끼고 있는나!

현실에선 맛보지 못한 우월감을 게임속에서 만끽하고 있는 필자는 어쩌면 현실에서도 한 대륙의 성주이고 내친구는 내 도움을 받는 가엽고 어리석은 백성쯤으로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모르는 사이.. 중독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인가...

어쨌건 이맛인 것 같다.
현실에선 불가능 한 일!
얼마든지 우월감을 느끼고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다는것!

첫째는 일한 만큼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어떻게 하면 성공한 캐릭터가 될 수 있는지 가르켜 주는 사람이 많으며 또 가르켜 준대로 하면 대부분 성공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어디가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넷째 아주 작은노력으로 사람들이 날 좋아 하게 만들 수 있다.
다섯째, 이것이 가장 중요한데 게임속의 나는 항상 20대라는 것이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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