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로봇의 노래

이실장님... 결혼 축하드립니다 ^^

영혼기병깡통로봇 2002. 8. 28. 21:36










 







 













갓 뽑아낸 커피와 한사람이 있습니다.




푹신한 카펫위를 맨발로 걸으며 늘 뭔가에 골몰해 있곤 하던 사람이 있습니다.


책, 음반, 커피약탕기, 또는 자잘한 메모들이 늘 바닥에 쌓여 있던 ...
그러나 이른봄에도, 장마비 내리는 한여름에도 가을 냄새를 풍기던 그의 사무실에서도 그는 혼자만 있었습니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푹...하고 그답다는 말 한마디로 모든게 끝나게 되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다른 친구의 큰아들은 이제 곧 대학생이 됩니다.
또 다른 친구는 부하직원들과 거래처의 배불뚝이들을 데리고 북창동 골목을 헤메다가 밤늦게 모범택시를 탔습니다.

하지만 그는 늘 혼자인것 같았습니다.
두툼한 뿔테 안경, 조용조용한 말투 그리고 어린아이처럼 웃는 그사람에게...
가끔 술한잔 하면서 혼자 중얼거리듯이 싱거운 메일을 보내곤 하던 그사람에게...



난 한번도 상상해 본적없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는 10월의 어느 햇살 따뜻하던 날...
11살쯤 차이나는 어떤 여자와 결혼을 했다고 합니다.
그의 사무실 한켠을 빌려 쓰던...오랜 친구 같은 그 여자와...



신혼여행에서 돌아 온지 일주일됐다며 7시쯤 집으로 향하는 그의 뒷모습을 보았습니다.


늙은 새신랑...처녀도둑... 배신자...

갖은 말도 안되는 접두사를 붙여가며 나의 충격의 강도가 어떠한지를 그에게 표현해 주었습니다.



그의 친구, 동료, 후배.... 아무에게도 소식을 전하지 않은채... 그것도 여의도 시민공원에서 야외결혼식을 했다고 합니다.


다 늙어가지고 주책이라고 해줬습니다.


청첩장에는 그의 5살때의 흑백사진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너무나 예쁜...너무나 소박한... 어린 여자아이의 사진 한장...


20대 중반쯤 되는 줄 아느냐고 구박을 해주었습니다.




그는 그저 웃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파스텔브라운의 골덴바지와 베이지색 스웨터를 입고 가벼운 머플러를 목에두르고 먼지 풀풀 날리는 공장안으로 들어오던 그 겨울, 그의 모습을 생각하며 피식 웃음이 새어버립니다.
그래, 저런 웃음이었지...



그는 그렇게 그냥 웃기만 할뿐이었는데 난 왜 한숨도 잠을 청하지 못하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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