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로봇의 노래

酒香竹林을 꿈꾸며

영혼기병깡통로봇 2002. 8. 21. 02:24
옛날 옛날...
당나귀처럼 커져 버린 임금님의 귀를 몰래 감춰주던 모자장수가 있었습니다.
임금님은 꽤 우스꽝 스런 자신의 모습을 비밀로 하고 싶어 했습니다.
하지만 그사실을 안 모자장수는 마음이 너무나 작고 심약하여 마음안에 있는 말할 수 없는 고민들 때문에 고통스러웠습니다..

마음이 너무나 답답했던 모자장수에게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것은 마을 뒷산에 있는 고요하고 평온한 대나무 숲이었습니다.

임금님귀는 당나귀 귀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

바람이 잔잔하게 불고 따스한 달빛이 비치는 대나무 숲에는 향기로운 죽향이 그윽했고
모자장수의 파도치는 마음의 짐을 잔잔한 대지에 빗물이 스며들듯이 조용히...감싸 안아 주었습니다.

하루하루... 심장을 뒤흔드는 불안과 쓸쓸함이 폭풍처럼 나를 쓰러뜨릴때마다 ...
의사소통의 장애자인것처럼 느껴지는 나의 포효를 커다란 바람안에 잠재워주는 대나무 숲이 있습니다.
어느날은 쓸모없는 아집과 이기지도 못할 알콜과 낯익은 전쟁을 치루는 술잔속에 일렁이는 대나무 숲을 보았습니다.
또 어느날은 어리석은 실수담이나 낯부끄러운 독백을 할때에도,
다소 교만한 승리감에 젖어 들떠 있을때에도,
오랜 사색이 독이 되어 시퍼렇게 날선 영혼을 드러낼때에도 고요히 듣고 있는 오랜 친구에게서 죽향이 낮게 퍼져옵니다.

누구나 빗물이 스며들듯 조용히... 마음을 감싸 안아주는 대나무 숲을 갖고 있습니다.
대지가 넓진 않지만...
그 대나무 숲이 무성하고 잎이 푸른 튼튼한 숲은 아니지만,
작고 초라하여 조금 휘어버리고 마디가 꺽인 상처입은 숲일지라도 누구에게나 작고 투명한 대나무 숲이 하나쯤 있습니다.

누군가의 못난 영혼을 지켜주는 자,
그리고 그의 엄숙한 고난을 묵묵히 지켜주는 대나무 숲...
나의 대나무 숲은 아직은 작고 어둡습니다.
언젠가 청량한 기운으로 가득차고 ... 그리하여 또다시 작고 심약한 내 마음을 그윽한 향으로 채워줄 숲에 가서 깊은 잠을 청해도 좋을...
그런 숲이 될때까지 ...나는 참으로 못났으나 나를 가꾸고 나면 조금씩 빛날 작은 숲이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술향기 그윽한 대나무 숲속에서 신선처럼 노니는 그날을 위해... 건배... 끄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