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 없이 녀석에게 전화가 왔다.
집으로 착신전환을 해 놓은 덕에 녀석의 전화인줄도 모르고 받았다.. 여보세요...
한동안 말이 없는 수화기...
시간은 참 많은 것을 잊게 하는 모양이다. 말이 없는 전화가 오면 대번에 녀석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가슴이 방망이질치던 날들이 그리 오래지 않았는데 말이다. 내가 대견하기도 한 한편 참 인생이란것이 이다지도 어설프게.. 대충도 흘러가는구나 싶다.
녀석은 몇번의 메아리같은 내 목소리를 듣고나서야 나야... 라고 말한다.
아... 그랬다. 녀석이었다.
난 정말 누가 옆에서 들었다면 아주 오랜만에 걸려온 동창의 전화를 받는 것처럼 느꼈을만큼 경쾌하고 반갑게 녀석의 나야...라는 인사를 받아주었다.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해놓고... 길에서 우연히 마주쳐도 아는척 하지 말아달라 해놓고... 술을 먹고 가슴에서 소용돌이 치는 생각 탓에 무심코 전화번호를 누르더라도.. 그렇게 되더라도 그냥 끊어 달라고... 그렇게 말해놓고도 너무나 반갑게 녀석의 전화를 받는 나였다.
어쩌면 마음의 조그만 상처하나도 남지 않아서.. 이제 몸이 아주 가벼워져서 그런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좀 아쉽다는 생각까지.. 하하..
사랑에 몸살을 앓던 그때도 지독하게 힘들긴 해도 살만했던 것은 그 몸살 앓는 나를 아마도 내가 사랑했던 것이 아닐까...
그 많은 생각들... 많은 후회... 내가 알지 못한 나의 사랑이 거품처럼 올라와 마음안에 가득차던 그 안타까운 날들이 또다시 바람한점 없는 모래사막처럼 건조해진 것이 좀더 아쉬운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들을 하는 동안 녀석은 술에 취한 목소리로 뜬금 없는 얘기들을 한다.
연락하지 말라했는데 연락해서 미안하다고..
아니야... 사실 궁금했어. 전화 잘했어.. 잘지내?
결혼생활은 어때? 재밌니?
결혼 생활을 묻는 내 질문이 당황스러웠나보다.
한동안 말이 없던 녀석은
그냥 그렇지 뭐...
미안하다.
왜 그렇게 싱겁게 대답하냐면서 웃어줬다. 아주 경쾌하게 초등학교 동창이라도 되는 것처럼 웃어주었다.
녀석은 무슨 생각으로 전화를 해서...
결혼생활을 묻는 내 물음에 미안하다고 답하는 것일까..
얼마전 쓸데 없이 마음이 번잡스러워 신이 내려 참 많은 걸 알고 있다는 한 여인을 찾아가 본적이 있다. 어느 중년의 여인은 절에 가서 기도라도 하면서 몇일 있다왔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나에게 절대 그런 쓸데 없는짓 말라고 따끔하게 일침을 가했다. 좀 당황스러웠다. 보통 점을 보는 사람들은 백일기도나 치성들이는 것을 좋아하니까... ㅎㅎ
그녀는 정 마음이 복잡하면 차라리 사람들과 등산을 하거나 그것도 힘들면 노래방에가서 노래나 부르라며 크게 웃어제꼈다.
그 맥빠지는 말 한마디가... 전혀 점치는 사람과 어울리지 않는 그 한마디에...어이없게도 가슴이 시원해졌다.
내가 원하는 것을... 그녀가 마음을 읽었구나.
사실 그랬다. 뭔가 마음이 답답했을 뿐 절에 가보겠다고 했던 객기... 그것이 해결해주지 못할 것이란 걸 나도 알고 있다. 아무도 없는 산사에 앉아 천배를 올린들 머리속의 생각들은 실타래만 점전 더 엉켜갈뿐 마음의 폭풍이 잠재워질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 차라리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즐거운 일상을 나누거나 노래방에가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 거다.
남편을 잃은 아내의 망부가... 고달프고 애처로운 유리왕의 황조가, 아내를 뭇남자에게 뺐겼던 처용의 노래, 인간답게 살기를 원했던 청년 노동자들의 뜨거운 노래들...
사람들은 참 힘들고 고달픈 순간에 많은 노래들을 불렀다. 가슴으로 흘리는 눈물은 얼굴을 타고 흐르는 몇방울의 눈물보다 더 많은 말을 남기나 보다.
입밖으로 내뱉은 녀석의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에도 생각해보면 참 많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말할줄 모르는 녀석.. 참 말이 없던 녀석의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는 녀석이 못다한 많은 얘기... 많은 눈물... 내가 이해조차 못할 녀석의 그간의 시간이 모두 녹아 있는 한마디 일 것이다.
녀석도 친구를 만나고.. 노래를 하고... 아니다.. 녀석은 노래를 안하지.. 노래를 썩 잘 부르는 그녀석은 너무 진지하게 잘 부르는 탓에 노래를 부르는 자리에 가길 꺼려 했다. 망가지는 친구들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탓에.. 그랬었다.. 참..
어쨌든 많은 시간동안 나름대로 잊기도 하고... 돌아갈 수 없는 먼곳으로 밀려가기도 하고.. 그랬을 것이다.
우리에게 지나온 3년이 지나고 나서야 아름다웠을 뿐 참 싸우기도 많이 했다. 노래방을 안가는 녀석에게 서운한 마음에 험한 소리를 하던 우습지도 않은 내가 거기 있었을 터이니...
녀석의 오늘의 그 한마디에도... 그 많은 것들이 녹아 있을 게다.
녀석의 미안하다는 그 말...
날 떠난 녀석에게 단 한번도 나쁜놈이라고 욕해 보지도 못했다. 그가 떠난 것은 그의 따뜻한 마음을 따뜻한 시선으로 받아주지 않았던 오만과 방종의 날들을 후회했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미안하다는 녀석에게 화가 난다. 미안하다는 말을 받아들인 다는 것은 녀석이 마음이 변했거나.. 나에게 실망하고 화가 났던 녀석의 마음을 인정해야 하는 탓이다.
처음 부터 끝까지 미안한건 나여야 하는데...
가끔 찾아오는 추억의 상념에 찬물을 끼얹는 녀석의 한마디가 참 쓰다.
이젠 나의 기억이 흐려지는 것처럼 추억속에 기생하는 아련한 가슴떨림도 잦아들었다.
그래도 가끔 일상의 순간순간... 기억의 편린들이 나모르는 사이에 날을 갈아둔 것처럼 가슴을 찌르고 간다.
키가 큰 사람이 곁을 지날 때도... 쓸데 없이 결혼 얘기를 꺼내는 동료들의 표정을 보면서...녀석이 좋아하던 마른 멸치와 함께 맥주를 먹을때도..
집으로 착신전환을 해 놓은 덕에 녀석의 전화인줄도 모르고 받았다.. 여보세요...
한동안 말이 없는 수화기...
시간은 참 많은 것을 잊게 하는 모양이다. 말이 없는 전화가 오면 대번에 녀석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가슴이 방망이질치던 날들이 그리 오래지 않았는데 말이다. 내가 대견하기도 한 한편 참 인생이란것이 이다지도 어설프게.. 대충도 흘러가는구나 싶다.
녀석은 몇번의 메아리같은 내 목소리를 듣고나서야 나야... 라고 말한다.
아... 그랬다. 녀석이었다.
난 정말 누가 옆에서 들었다면 아주 오랜만에 걸려온 동창의 전화를 받는 것처럼 느꼈을만큼 경쾌하고 반갑게 녀석의 나야...라는 인사를 받아주었다.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해놓고... 길에서 우연히 마주쳐도 아는척 하지 말아달라 해놓고... 술을 먹고 가슴에서 소용돌이 치는 생각 탓에 무심코 전화번호를 누르더라도.. 그렇게 되더라도 그냥 끊어 달라고... 그렇게 말해놓고도 너무나 반갑게 녀석의 전화를 받는 나였다.
어쩌면 마음의 조그만 상처하나도 남지 않아서.. 이제 몸이 아주 가벼워져서 그런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좀 아쉽다는 생각까지.. 하하..
사랑에 몸살을 앓던 그때도 지독하게 힘들긴 해도 살만했던 것은 그 몸살 앓는 나를 아마도 내가 사랑했던 것이 아닐까...
그 많은 생각들... 많은 후회... 내가 알지 못한 나의 사랑이 거품처럼 올라와 마음안에 가득차던 그 안타까운 날들이 또다시 바람한점 없는 모래사막처럼 건조해진 것이 좀더 아쉬운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들을 하는 동안 녀석은 술에 취한 목소리로 뜬금 없는 얘기들을 한다.
연락하지 말라했는데 연락해서 미안하다고..
아니야... 사실 궁금했어. 전화 잘했어.. 잘지내?
결혼생활은 어때? 재밌니?
결혼 생활을 묻는 내 질문이 당황스러웠나보다.
한동안 말이 없던 녀석은
그냥 그렇지 뭐...
미안하다.
왜 그렇게 싱겁게 대답하냐면서 웃어줬다. 아주 경쾌하게 초등학교 동창이라도 되는 것처럼 웃어주었다.
녀석은 무슨 생각으로 전화를 해서...
결혼생활을 묻는 내 물음에 미안하다고 답하는 것일까..
얼마전 쓸데 없이 마음이 번잡스러워 신이 내려 참 많은 걸 알고 있다는 한 여인을 찾아가 본적이 있다. 어느 중년의 여인은 절에 가서 기도라도 하면서 몇일 있다왔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나에게 절대 그런 쓸데 없는짓 말라고 따끔하게 일침을 가했다. 좀 당황스러웠다. 보통 점을 보는 사람들은 백일기도나 치성들이는 것을 좋아하니까... ㅎㅎ
그녀는 정 마음이 복잡하면 차라리 사람들과 등산을 하거나 그것도 힘들면 노래방에가서 노래나 부르라며 크게 웃어제꼈다.
그 맥빠지는 말 한마디가... 전혀 점치는 사람과 어울리지 않는 그 한마디에...어이없게도 가슴이 시원해졌다.
내가 원하는 것을... 그녀가 마음을 읽었구나.
사실 그랬다. 뭔가 마음이 답답했을 뿐 절에 가보겠다고 했던 객기... 그것이 해결해주지 못할 것이란 걸 나도 알고 있다. 아무도 없는 산사에 앉아 천배를 올린들 머리속의 생각들은 실타래만 점전 더 엉켜갈뿐 마음의 폭풍이 잠재워질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 차라리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즐거운 일상을 나누거나 노래방에가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 거다.
남편을 잃은 아내의 망부가... 고달프고 애처로운 유리왕의 황조가, 아내를 뭇남자에게 뺐겼던 처용의 노래, 인간답게 살기를 원했던 청년 노동자들의 뜨거운 노래들...
사람들은 참 힘들고 고달픈 순간에 많은 노래들을 불렀다. 가슴으로 흘리는 눈물은 얼굴을 타고 흐르는 몇방울의 눈물보다 더 많은 말을 남기나 보다.
입밖으로 내뱉은 녀석의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에도 생각해보면 참 많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말할줄 모르는 녀석.. 참 말이 없던 녀석의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는 녀석이 못다한 많은 얘기... 많은 눈물... 내가 이해조차 못할 녀석의 그간의 시간이 모두 녹아 있는 한마디 일 것이다.
녀석도 친구를 만나고.. 노래를 하고... 아니다.. 녀석은 노래를 안하지.. 노래를 썩 잘 부르는 그녀석은 너무 진지하게 잘 부르는 탓에 노래를 부르는 자리에 가길 꺼려 했다. 망가지는 친구들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탓에.. 그랬었다.. 참..
어쨌든 많은 시간동안 나름대로 잊기도 하고... 돌아갈 수 없는 먼곳으로 밀려가기도 하고.. 그랬을 것이다.
우리에게 지나온 3년이 지나고 나서야 아름다웠을 뿐 참 싸우기도 많이 했다. 노래방을 안가는 녀석에게 서운한 마음에 험한 소리를 하던 우습지도 않은 내가 거기 있었을 터이니...
녀석의 오늘의 그 한마디에도... 그 많은 것들이 녹아 있을 게다.
녀석의 미안하다는 그 말...
날 떠난 녀석에게 단 한번도 나쁜놈이라고 욕해 보지도 못했다. 그가 떠난 것은 그의 따뜻한 마음을 따뜻한 시선으로 받아주지 않았던 오만과 방종의 날들을 후회했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미안하다는 녀석에게 화가 난다. 미안하다는 말을 받아들인 다는 것은 녀석이 마음이 변했거나.. 나에게 실망하고 화가 났던 녀석의 마음을 인정해야 하는 탓이다.
처음 부터 끝까지 미안한건 나여야 하는데...
가끔 찾아오는 추억의 상념에 찬물을 끼얹는 녀석의 한마디가 참 쓰다.
이젠 나의 기억이 흐려지는 것처럼 추억속에 기생하는 아련한 가슴떨림도 잦아들었다.
그래도 가끔 일상의 순간순간... 기억의 편린들이 나모르는 사이에 날을 갈아둔 것처럼 가슴을 찌르고 간다.
키가 큰 사람이 곁을 지날 때도... 쓸데 없이 결혼 얘기를 꺼내는 동료들의 표정을 보면서...녀석이 좋아하던 마른 멸치와 함께 맥주를 먹을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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