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로봇의 노래

주변인이야기 3 - 네 욕지거리는 내인생의 비타민

영혼기병깡통로봇 2005. 4. 22. 10:50
LONG

그리고 두아이가 있었는데 두아이는 각각 엄마가 다르고

그 엄마들은 지금 어디 있는지 알순 없다.
가끔 할머니가 와서 돈을 받아 가는데 그 노인은 아들이 무서워서 건물안으로

들어오지도 못했다.

참고로 그 건물은 인테리어 비용만 15년전 5억을 들여 만든, 내부 인테리어 자체가

아트였던 건물이었다.

그래서 직원들은 내부 인테리어를 해치지 않는 옷을 입도록 사규에도 정해져 있었고

메니큐어를 칠하지 않거나 옅게라도 화장을 하지 않는 여직원은 가차 없이 짤리기도 했다.

(덕분에 그당시 깡통도 몹시 화려한 생활을 했다 ^^ 믿거나 말거나~)

그러니 그인간이 추례한 시골 노인을, 지 어머니건 뭐건간에

건물안에 들일 리가 없었다.

 

그리고 한번은 일대 소동이 일어났던 적이 있었다.
신입직원 면접을 보는데 사장방에서 인터폰이왔다.


"야... 이년 데리구 나가"

영문을 모르는 직원들은 사장방으로 달려 갔다. 울며 매달리는 여인이 하나 있었다.
아... 이제 보니 얼굴을 알겠다.

얼마전 사장이 다음영화 주연이라며 데리구 와서 인사 시켰던 여인이다.

영화는 계획도 없었음을 우린 다 알고 있었지만...

질질 끌려나오던 그여인은

"감독님... 저 주연 해야돼요.. 저 이제 27살이란 말예요.."


하며 울부짖고 있었다.

 


그럭저럭 가끔씩 이런 ... 재밌는 구경거리도 있었고 근무환경도 쾌적했다.

 


그리고 얼마후 그는 26살 연하의 여인과 결혼을 했다. 26살 연하!


모 기업의 영양이라고 한다.

당시... 오렌지 족이 한참 티비를 장식할 때였다.

그여인도 압구정동을 꽤나 훓었을 듯한 외모를 지녔지만

 타고난 귀족답게 결혼후 몹시 품행방정한 사모님이 되어 주었다

 

사장의 매달 카드 영수증을 보면 한남동의 H호텔의 매출이 어느정도 규모인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어쩌다 친구들과 놀아볼 작정으로 그 호텔 바에 가면 언제든 널럴한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는 능력있는 남자다.

능력과 돈이 있는 그 남자는 리처드 기어같았다.

만약 돈 없고 백없는 그였다면 천하의 난봉꾼에 한심한 쓰레기 같았을까..

권력이 있는 그는 카리스마 그 자체였으나 그가 가진 돈과 권력이 없는 그자식은

그냥 피하구 싶은 더러운 똥에 불과 했다.


어쨌든 그는 권력과 카리스마를 가졌다.
게다가 앙드레 김 류의 묘한 자기 세상이 있어서 허영에 들뜬 여인들은 버림 받을 것을

각오하고도 썩은 생선에 파리 꼬이듯 아침저녁으로 꼬여 댄다.

뭐.. 그건 나쁜것 같진 않다..

일종의 자기색을 가진 것일테니 말이다.

그땐 아뭏든 그가 행복하게 오래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사람이 오래 살아야 나 같은 사람이 사는데 힘을 얻을 테니까... 라며..


아마 그는 당시 나에게 살아갈 힘을 줬던 것 같다.
뒷동산에서 밀려오는 아카시아 향은 사이키델릭하게 정신을 휘감아 그 밑에 온 산을 파고

들어 생명을 빨아 먹는 뿌리를 잊게 하는 법이다.
그는 나에게 생명을 빨아 먹는 뿌리를 볼 수 있게 해준 사람이었다.
그 끔찍하고 차갑게 스멀거리는 뿌리의 요동을 지켜 볼 때마다

차갑게... 아주 차갑게 정신을 무장하곤 한다.


지금의 나에게 그가 그런 추악한 카리스마를 누군가 들이댄다면 난 그때처럼

내가 가진 색을 유지한채 그의 행각을 무심하게 바라보지 못할 것이다.

어떨까.. 지금은.. 작은 한마디에도 더 많이 상처 받고 좌절하다 아스팔트의 껌처럼

바닥에 늘어붙어서 존재감을 상실할지도 모른다.

그사람이 생각 난건 그것 때문이다.

그때의 나처럼 좀 더 정신이 건강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였다.
그래... 세상이, 또는 가까웠던 누군가가 나에게 모멸감을 주는 날이 살면서 오늘 뿐이랴...

네 더러운 욕지거리는 언제나 내 인생에 비타민이 되어 줄 것이다.

ARTICLE

참 많은 사람을 만나고 살았다.
남들도 그럴게다.

그러나 지금 한달에 한두번이라도 연락 주고 받으며 지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뭐... 내가 그렇지...

맞다. 내가 그렇다.

인간성에도 문제가 있긴 하겠지만 대부분은 게으르고 소심하기 짝이 없는 인간인지라.
많은 사람과 폭넓게 깊게 사귀는 건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다.

게다가 인격적인 장애를 안고 있는 사람은 더욱 그렇다.
겉으로보면 늘 당당하고 즐거워 보이고 냉소적인 듯이 보이는 사람들 중엔 간혹

알고보면 사실은 매우 소심하고 자신이 없거나 뭔가 컴플렉스가 있어서

스스로에게 항상 긴장하고 채찍질하며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얹어 두고 사는 사람이 많다.


그런 사람들 대개 많은 사람과 무리 없이 지내는 것 같이 보이긴 하지만

실상은 먼저 사람에게 다가 서는 법이 없다.

사람이 다가서 주길 간절히 원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마치 차가운 은색 안경을 끼고 소음과 무관하게 책이라고 읽고 있는양

방관자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사실은 안경 너머로 흘끗 거리고 있는 주제에...


그의 그 안경너머에 숨겨진 진심을 따뜻하게 알아 주는 이가 있다면 ... 좋겠지..

일평생의 벗이 될지도 모르겠다. 소설속에나 나오는 이야기겠지만.


내가 그렇다는 건 아니다. 난 겉으로도 속으로도 더할나위 없이 소심한 인간일 뿐더러

채찍찔 따위 안한지 오래된지라... ㅡ.ㅡ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러는 특이한 사람도 만나고 더러는 내평생에 이런 인간은

다시 안만나고 살았으면 하는 인간도 있다.


오늘의 주인공이 바로 그런 인간이다.
그러나 그 당시의 나는 20대 중반의 이유없는 허무와 무력감에 시달리고

있었던 터라 (그럼 30대중반 에는 이유없는 허무와 무력감이 없느냐...

그건 서로 묻지 말자.)그 더럽고 저주 스러운 인간에 대한 큰 저항감 없이

1년 반을 그 곳에서 지냈다.

진심으로 저항감 따위 없었다.

오히려.. 자식... 오늘도 짖는구나.. 귀엽네...라고 생각하는 날이 더많았다.

90년도에 영화를 한편 만들고 돈으로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신*일을 매수하여

신인 감독상을 탄후에 늘 "영화감독 00 " 으로 부르도록 강요했던 우리 회사 사장.


당시 아주 잘나가는 디자인 학원이었고 내가 보기에도 그는 솔직히 매우 독특한 인간이었다.
남다른 면도 많았다.

특히 재미있는것, 특이한것, 남들이 생각 못하는 것들을 찾아내서

전혀 다른 시각에서 뭔가를 도전하는 것!

이분야에 대한 것 만큼은 최고 였다.
그래서였을지도 모르겠다.

천재들은 인간성이 원래 지랄같다고들 하지 않던가.

그래서 그를 은연중에 인정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입에 욕지거리를 달고 다녔다.

차마 시골 양아치나 개망나니 놈들도 입에 담지 못할 천박한 욕을 비롯하여...

저 자식은 천재가 아닐까..

라고 생각될 정도의 기발한 욕까지 가히 폭발적인 욕 퍼레이드의 나날이었다.

그렇다고 한들!

그따위(!!) 몇마디 말에 모멸감을 느끼는 직원들은 어차피 남아 있지도 않을테니까 상관없었다.

50이 넘은 이사님에게 정통으로 날리는 서류들,

대학에 다니는 아들이 있는 부장님한테 날아가는 욕..

어느땐 묘한 쾌감까지 불러들이곤 했다..

나만 그랬나...

암턴... 그의 사생활.. 사생활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자기 자신에 대해 다른 사람이 궁금해 하고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을 누군가 알고 있는 일에 대해 몹시 뿌듯해 하는 것 같았으니까..


그는 50이 넘은 나이에 호적은 총각이었다.
많은 돈을 들여 2번의 결혼에 대한 흔적을 지웠다.

(지금은 가능한 모양이지만 그당시엔 불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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