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문득
몹시 피곤하구나...
탄식이 새나옵니다.
아...
이젠 정말 피곤하다.
마치 생의 마지막 순간을 느끼는 얼굴을 하고
손가락 끝을 바라 보고 있습니다.
어느새 손톱이 자라서 키보드를 두드릴때마다
부담스럽게 딸그락 거리고 있었는데
나는 느끼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목이 터지게 싸우는 날도 있고
민망함에 고개도 들지 못하게 되는 날도 있습니다.
그래도 마음이 바닥까지 내려가진 않았는데
갑자기 닫힌 문을 발견하는 날은
하루의 무게를 어디에 내려놓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골목 어귀에 기다리고 서있다가 내 짐을 매일매일 받아들어 준것도 아닌데
매일 환한얼굴로 좋은아침을 얘기해본적도 없는데
바다가 그려진 달력을 들고 노래를 불러준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나는 버섯처럼 당신에게 기생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힘겹게 기운을 차려놓으면 나는 쥐도새도 모르게 다가가
그안에서 마음을 내려놓습니다.
얼굴을 모르는 누군가는 오늘 어쩌면 술잔속에 괴멸의 그림자를 묻으며
밤을 탄식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술잔속으로 기울어지는 한조각 바람에
내 한숨도 살짝 섞어 놓습니다.
그러니 당신이 어디쯤에서 혼자 소주잔을 기울이거나
무도회장을 누비고 있다고 믿으며
끽끽대는 날이 더 좋았습니다.
늦은밤 옥상위의 텅빈 빨래줄 같습니다.
할일 없는 빨래집게가 혼자 딸그락 대는 풍경이란건 말입니다.
소주잔 따위는 원래 없었다고 말하는것 같습니다.
남겨지는것..
혼자 남겨지는 것 따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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