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로봇의 노래

아저씨... 청파동이요.. 딸꾹~

영혼기병깡통로봇 2002. 5. 7. 12:18
간만에 오래된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요 2,3년간 누구누구를 잘못 만나 화류계를 잠시 떠나 주경야독하기를 생활화 하고 있었더랬지요.
(저자주: 야독-요즘은 용비불패랑 일본만화 소용돌이를 보구 있답니다.)
"곧 다시 돌아오마" 약속하고 떠나온 지 어언 3년... 돼지아빠, 주윤발... 수많은 팬들의 하얀 프릴 달린 와이셔츠 소맷자락이 눈물로 젖어 나의 마음을 아푸게 했었지만,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급기야 3년째...
나는 이제 화류계의 퇴물이 되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노계가 되어 버렸습니다. (지구인들과 그나마 돈독히 지낼 수 있었던 것은 이 화류계 생활에서 쌓은 우정 탓이었는데...)
아, 푸념이 길었던가요?

우찌되었든 간에 옛친구들을 만났다는 게 중요합니다.

한놈이 이바구를 하기 시작합니다. "야, 너 그거 써.. 그거... 옛날에 왜..." "먼데..." "그때 얘 oo이가... 화장실에서 오바이트 하다가..." 윽...갑자기 쏠려 옵니다. 먼소리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 옛날... A군이 갑자기 없어져서 화장실로 찾아 갔다고 합니다. 화장실에서 A군은 역시나 먼가를 확인하고 있었겠죠. 확인을 할 만큼 한 A군... 열심히 만들어 놓은 피자를 뚫어지게 쳐다봅니다.
그리고...
야... 이건 좀 아깝다...며 김치를 쭉쭉 훓더니 다시 우적 우적 씹어 먹는 거십니다.
으아~~~!!... 더러븐놈...(여기까지 쓰고 잠시 키보드 놓습니다. 진짜 "우적우적 씹어.."라는 글씨만 봐두 넘어 오는 것 같습니다. )
진짜 미친것들입니다.

하긴 저두 옛날 생각이 납니다. 대학교 신입생 시절... 고등학교 친구들하고 제가 술을 먹었습니다. 캬... 한참 체력받쳐 주죠, 친구들 다 할 일 없죠,
기집애들끼리 성인된 기분에 들떴져... 먹다가 집에 전화한다구 공중전화서 전화를 하구 다시 테이블에 잘 앉았는데... 그뒤로 기억이 안납니다. 친구들 말로는 전화한다구 나갔다 오더니 걍 테이블에 엎어져 잤다고 합니다.
나의 망가진 술인생은 이날부터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음... 그래서 친구들이 날 어디다 눕혀 놓구 우리집에 전화를 걸었나 봅니다. 지금 생각하면 이거뜨를 다 죽였어야 했는데....ㅠ.ㅠ

잠을 자구 나서 약간 정신이 깼죠. 차왔다구 타구 가라더군요.
그래서 전 "나 갈께... 안녕" 한 다음에 이렇게 말했죠.

"아저씨, 청파동이요"
그런데...
그 기사아저씨...
우리 형부였습니다. 옆에는 조카가 멀뚱멀뚱 쳐다 보구 있었습니다. 애들이 전화해서 형부가 절 데리러 나온 거시었습니다. ㅠ.ㅠ
아! 아저씨, 청파동이요.... 이말만 안했어도...ㅠ.ㅠ
전 1년 365일 걸핏하면 조카녀석이 "아저씨 청파동이요", 형부두 "아저씨 청..." 하는 소리만 들리면 나가서 과자 사오구, 청소하구, 세차하구.... 그렇게 살았습니다.
울언니가 이혼한건 나의 저주 때문인 것을 아직 그들은 모릅니다.
책상 치우면 지푸라기 인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