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로봇의 노래

1. 코이카, 도전과 시작

영혼기병깡통로봇 2019. 3. 25. 23:51

 

 

 

 

 

코이카? 그게 뭐야?

코이카에 대해 설명한다.

 

코이카? 왜가? 

 

왜 가야 하는지(아니 왜 가고자 하는지)를 설명하기 시작한다.

질문에 대답을 하다 보면 어느덧 나는 알게 된다. 내가 설명할 수 없는 순간이 온다는 것을... 어느새 나는 변명을 하고 있음을... 

내면의 나는 어쩌면 이 도전의 이유를 잘 알지 못하고 있음을... 

 

그 순간이 반복 될 수록 나는 정말 왜? 일까를 생각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년이 되었고 5번의 도전을 하고 있었다. 

끈기와 집념이라기 보다 변함없는 미련함의 결과다. 그 미련함 때문에 결국은 영혼을 죄다 갉아 먹힌채 내 수십년의 도전에 마침표를 찍은 주제에, 내 삶의 모든 것이었던 직장을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 땅"으로 규정지은채 다음 인생에 나는 어떤 색으로 살아갈까를 고민하는 지금에도 똑같이 말이다. 이 지긋지긋한 미련함이라니...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서 고민하기는 커녕, 돌을 만나면 돌을 깨부수고, 포크레인을 들고 길을 깨부수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 일이다. 

 

그러니 반복적인 탈락의 고배가 상처가 되어가는 줄 알면서도 될때까지 소처럼 밀고 나가는 건 거의 습관 같은 것이다.

 

내가 가진 능력이 이 곳에 맞지 않나보다라거나 혹은 코이카가 사실 별로 대단한건 아닐꺼야 라고... 신포도를 바라보던 여우 처럼 포기 할만도 하건만 합격 해보겠다고 4년 동안 2개의 학사학위를 따고 4개의 국가자격증, 국제 자격증을 땄다. 

코이카를 잘 모르는 분들은 이 얘길 들으면 너무 어이없고 놀라워서 말을 잇지 못하고 코이카를 잘 아는 분은 너무 웃겨서 말을 잇지 못하는 편이다. 사실 나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발악 일 뿐 딱히 도움 되는 것은 아니니까 ^^ 그래도 나아가야 했기 때문이랄까?...그랬을 거야

 

이유가 무엇이든 개인적인 소감은 나는 이 도전이 마음에 든다. 도전의 이유를 잘 설명하기 어렵다 해도 상관 없다. 사실 이유를 설명하지 못할 것도 아니다.

나는 더이상 바보 처럼 월급봉투와 대출이자에 심장 벌렁 거리는 하루에 삶을 방치 하지 않겠다는 다짐, 

다른 사람들 때문에 내 인생이 이렇게 저렇게 흔들리는 탓에 낮아지기만 하는 자존감을 되찾아야 한다는 절박함,

해보고 싶은 일이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문을 열어야 한다. 더 늦기 전에..라는 조급함 탓이라 해도 그게 동기가 되어 무언가의 문을 열게 된다면 그 또한 좋은 일이다. 

 

그런데.. 그게 왜 코이카야? 라는 대목에서 나는 대답을 하려면 머리속의 정리가 필요했을 뿐이다.

아주 현실적인 이유도 여러가지 있다. 코이카에 지원하는 이유중 중요한 하나는 자기계발과 제2의 인생을 위한 경력개발 일 것이다. 대부분이 그럴지도 모르겠다. 

코이카 자소서와 면접에서 밝힌 "좋은 사람 깡통로봇, 좋은 이웃 깡통로봇"이 되고 싶다. 이웃과 소통하고 싶다. 청춘의 고단함과 가난의 어려움을 이겨낸 나는 용기와 도전이라는 스킬을 장착하고 사람과 어깨동무 하고 살아 보겠노라 했던 그 마음도 진실일 것이다. 

그러니 복잡하게 여러가지를 생각하지 말자고 노력 한다. 그 모든 해답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답을 정해야 하는 것도 강박이다. 아... 그럴지도 모른다. 나는 길고 고단한 직장생활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탓일지도 모른다.

심지어 아무도 그래야 한다고 말한 것까진 아닌데도 불구하고 내가 누군가를 설득시키고 이해 시켜야 한다고 종용 받는 느낌은 그닥 행복하지 않다.

 

 

 

 

 

 

 

 

 

 

 

'시간 낭비'

어느 모로 보나 시간 낭비인 짓을 하고 있는데도 당신은 웃고 있군요. 그렇다면 그건 더 이상 시간 낭비가 아닙니다.

- 파울로 코엘료<마법의 순간> 중

 

정말 그럴까라는 불안과 두려움은 이제서야 믿음이 될 것만 같다.

합숙 훈련 첫 일정을 마치고 70명의 자기 소개를 듣고 나니 안심이 된다.

'시간 낭비'가 행복한 배설인 사람들을 모아 놓으니 서로에게 위로가 된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저 아래에서 부터 내가 숨쉬는 사이 사이를 비집고 올라와 나를 잠식해 대던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이 이것으로 사라질 것이겠는가... 

다만 나는 스스로 선택한 길을 걸어볼 예정이다.

 

"인생이란 불확실함을 인정하고 그 모호함을 견뎌내는 것"임을 인정하게 되면 비로소 얻게 되는 자유로움이다.

아... 정말 좋은 말이다. 

 

수십년, 나를 소개하는 대부분의 이력서의 마무리는 대략 가식과 애매함 투성이였다.

맡은 바 자리에서 충실한 사람, 낮은 곳에서도 흔들림 없는 사람, 그래서 존재함으로서 많은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라던가... “없어선 안 될 존재” 라기 보다는, “있어서 더 가치가 있는 사람” 이 되고 싶습니다. 라던가...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귀사의 비전과 함께 하겠다는 식의 거만함...을 다소 고저스한 단어들로 포장했던, 무슨 말인지 알아먹기 애매한 문장의 강박으로 부터 벗어나 

나는 이제서야 진짜 나와 만나게 될 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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