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로봇의 노래

잘사는가에 대한 질문

영혼기병깡통로봇 2014. 12. 11. 20:48

나는 질문을 하지 않는 편이다.

답을 들어도 내가 해줄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질문을 많이 한다.

답을 듣고 싶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어떻게든 답을 하려고 노력한다.

나는 이제 답을 듣길 원한다.

비겁해져 간다.

 

답을 내는 일은  나의 몫이 아니라고 하나,

결국엔 나에게서 답이 나와야만 한다.

아이들에게 질문과 함께 답을 내어 주어야 하는,

도통 정체가 구분 되지 않는.. 당신은 누구세요... 다.

 

그런 상태인지 10년은 족히 된 듯하다.

어쩌면 직장 생활을 너무 오래 했는지도 모른다.

아니다.. 직장생활을 오래 한 것이 아니라

어정쩡한 상태의 직장생활을 오래... 했다.

 

노동자도 노예도 아닌

관리자도 주인도 아닌

노력파도 실력파도 아닌

강태공도 유관순 누나도 아닌..

그냥... 그런 저런..

 

한때는 엄청난 인사이트가 있는 인력이라고

착각도 했고

박수와 감동의 개금빛찬란 열광에 취하기도 했고

어느때는 과거 나의 이 굉장한 찰랑거림을 알아주지 않는

사회를 비난도 했고

어쩌면 하나 같이 같은 그림을 그리면서도

사실은 그 수만가지 칼라가 다른 블루모스크의

도자기 조각만큼 다르니 가치를 인정해 달라며

울부짖기도 했고...

뭐.. 그랬다.

이제와 생각하는 거지만..

 

혼자라도 주절거리자 하는 마음에 다음 칼럼을 시작한 것이 90년대 말..

이제 십수년이 지났는데

지금도 경주마처럼 눈가리고 달리는 건 마찬가지지만

지금 조금 다른 것은

분노와 우울과 불안이 스스로 조절이 되지 않을때

남들이 어떤 생각을 하던 관계 없이

배설 하듯 생각을 털어놓았던 과거와 달리

과거의 내 주절거림을 하나씩

되새겨 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아마 나이드신 양반들이 과거의 영웅담을

늘어 놓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십수년이 지난 지금 과거의 칼럼 글들을 뒤져보다가도

새로운 감회를 적어 내는일을 결국은 접고 마는 것은

예전처럼 분노에 쌓이지도 않고

후회 하지도 않고

자괴감에 쌓이지도않고..

그냥..

그냥..그래서다.

 

삶이 그냥 그렇고

나자신에 대한 반성이 그냥 그렇고

타인에 대한 시선이 그냥 그렇고.

그냥.. 다 그러하다.

반성도 부러움도 질투도 분노도... 없는 모양이다.

 

그래도 여전히.. 월급쟁이인 나...는 행복하지 않다.

월급쟁이여서 행복하지 않은 것은 아닐 것이다.

이나이에도 일을 하고 있어서 행복하지 않은 것도 아닐 것이다.

 

아직도 사장님의 갑작스런 호출에 당황하는 것이

부끄럽긴 하지만.. 그때문인 것도 아닐 것이다.

 

콘텐츠가 핵심인 회사에서 콘텐츠가 아닌 다른 재주로 먹고 사는 일이

너무 고단 하지만

역시나 그때문에 드는 불행은 아닐 것이기도 하다.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먹고 사는게

장래 희망인 적도 있지만

내가 벌어오는 돈으로 남편과 함께 먹고 사는 지금이 화가나는 탓도 아닐 것이다.

 

그냥... 원래 그런 인간인가보다.

매일매일이 부끄럽고

심장이 뛰는 그 박동 수만큼 불안하기 짝이 없는..

절름발이 같은 영혼을 가진 탓일 것이다.

 

인생 구십중에.. 이제 겨우 절반..

훗..

내가 다음 칼럼은 시작 한 것이 딱 서른

서른의 불안감과

마흔의 좌절을 넘어

아직도... 씨... 젠... 장...

 

음...

술탓이다.

맨날 술이야...

변함 없이.. 그렇게... 쭉...

 

에이씨...

나.. 언제 사람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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