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와 함께 살던 지하골방에서 찜통같은 옥탑방까지
찌질하기만 하던 그 때
방한칸을 내어 주시고
늦지 말라고 잔소리 해주시고
늦으면 아파트 앞에서 서성거리시던
친구 아버님이 돌아가셨다.
하루 밤을 새고 출근
이틀 밤을 새고 출근
발인은 함께 하지 못했다.
죄송하다.
친구에게 미안하다.
그러나 나는... 살아야겠다.
몸이 힘든 것쯤 얼마든지 견디겠지만
친구야 나 사람들이 들고 나는 그자리에 서서
이틀 밤을 꼬박 슬픔에 겨운 생각 사이 사이에
내 손톱 밑에 박힌 가시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미지근한 육개장을 나르고 소주병을 치우는 번잡함 속에서도
나는 생각을 떨치지 못하고
문득문득 주저 앉고만 싶었다.
아침 일찍 회의가 더 우선이라는 핑계 따위...
지난 달에는 후배 부부의 딸이 채 5개월도 채우지 못하고 별이 되었다.
이름한번 불려보지 못하고 별이된 아이를 두고도 그만 마음이 요동을 쳤다.
어째야 할까.. 나를...
무엇을 위해... 뭘 해보자고.. 뭘 얻자고 이 지옥같은 전쟁을 치루고 있는지..
사람을 포기 하느니 마느니.. 주제넘는 푸념들을 늘어 놓고 있는지..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그랬지..
매일 부끄럽고 한심하지만 그래도.. 그랬다. 나는 내 상처만 아프고 싶어졌다.
이젠 그냥 다 눈감고 나면
매일 다른 사람의 잘못에만 예민하고 나는 매일 내 상처만 아프다.
다른 사람의 상처쯤은 눈감고 싶다.
미치게 힘들다고 소리 지르고 싶다.
친구야.... 미안해...
검은 치마 저고리 입은, 곧 먼지가 될 것만 같은 표정으로 서있는 너를 두고
참... 내가 이거 밖에 안되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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