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이 국내여행기

경북 영양 탐방.2] 숲길 산책로에 반하여

영혼기병깡통로봇 2009. 9. 29. 00:00

 

대티골 자연생태치유마을에서 자연에서 얻은 것들로만 이루어진 산채정식을 소개한지 벌써 2주가 지나 버려서 민망하고 쑥스럽기 그지 없다.

일월산 자락의 숲길을 보여주겠노라며 자랑만 늘어지게 해놓고

그동안 음주가무와 화류계 생활에 젖어 그만... 해야 한다는 마음은 산처럼 묵직한데

집에와서 컴퓨터 전원을 누르는 두번째손가락의 행하심은 어찌나 작고 초라한지...

 

자... 이미 한물 간 사진일지라도

가을 여행을 준비 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경북 영양에서의 두번째 포스트 시작하려고 한다.

 

여행을 떠나기 전날 비가 폭포처럼 내렸다.

여행준비 하는 민들레 님에게 밤 열두시가 다되어 문자를 보냈다...

'이렇게 비가 오는데... 우리 여행가요? ㅡ.ㅜ'

 

소심한... 깡통이었지만 소풍전날 잠못자고 기도하는 초딩마냥

걱정이 한보따리였더랬다.

 

아.. 여행 당일날에도 주룩주룩 내리는 비...

심지어 잠깐이었지만 해운대 앞바다를 집어삼키는 CG를 연상케 할 정도로 쏟아지기도 했더랬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의 행운이었음을 곧 알게 되었다.

 

어디에서... 냐면...

바로!! 여기에서...

 

 

1. 해의 숨결을 품은 숲 

 

 

 

점심 식사를 하고

약간의 비가 장독대를 적시는 광경을 처마 밑에 앉아 바라보다가

낙심한 마음으로 고추따기를 포기 한채 숲으로 향했을때

내앞에 놓인 광경이다.

 

물안개 하얗게 피어오른 숲길의 검푸른 입구

그리고 비가 개이자 마자 마치 수문을 뚫고 쏟아지는 강물과 같이

나뭇잎 사이로 폭포처럼 쏟아지던 햇살..

햇빛...

 

그 아름다운 자연의 경이로움은

간밤의 걱정거리였던 장대비의 소행이었다.

 

물안개와 햇살을 마주한 풀누리 사장님의 뒷모습

 

오랜 벗과 함께 아이같이 장난을 치기도 하고

사뭇 진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간밤에 빗소리에 잠을 설친 이야기도 하고

길이 질척하여 이웃들이 곤란하겠다는 이야기도 하고..

그렇게 숲은 숨결처럼 손길처럼 햇살처럼

삶속에서 함께 할 것만 같다.

 

 

2. 숲에서 만난 것들

 

가재 한마리를 잡고는 아이처럼 즐거워하는 일행들의 모습을 올리고 싶었지만

우리에겐 초상권이 있으니까요 ^^

차고 시린 물에 손을 담궈 본다.

가재야... 안녕...

 

 

연잎이요!!

개구리 왕눈이 집이요~

부평초요....

풋... 한마디로 맞을 짓만 골라서 대답했던 이 것...

그런데 문제는 지금도 기억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이게 이름이 뭔지 알아?

아... 나는 사물의 명칭과 도통 친하지가 않다.

 

 

산부추와 산부추꽃입니다!!!!!

왜 기억 하냐면

먹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먹었다. 먹은 것은 기억한다.

보라색 그윽한 부추꽃이 어찌나 매혹적이던지요.

달콤쌉싸름한...

 

한참 동안 서서 남의 밭인줄도 모르고 산부추잎을 뜯어 먹어 버렸다.

 

아직 빗방울이 대롱 대롱 매달린 잎사귀...

알싸하면서도 아삭하고 싱그러운 풀향이 난다.

개운한 맛이 있다.

 

 

 

 

3. 길위의 해바라기

숲으로 가는 길에 해바라기를 심었나보다.

누구에게나 해바라기는 이미지라는 게 있다.

아마 크고 높고 성질이 분명하기 때문일 것이다.

태양만을 바라보는 태양을 닮은 얼굴과 태양 만큼 높은 녀석에 대하여

대부분 정열이나 격정정인 감정을 말한다.

고흐의 탓일 거라고 생각한다.

왜 그는 그리도 해바라기를 탐닉했던 걸까..

 

 

 

 

탐스러운 노란액면 뒤에 감춰진 고개숙이고 한껏 굽은데다 초라하기 짝이 없는 꽃대를 가진 녀석

나도 그랬다. 아.. 놔... 언제고 나는 이 무거운 모가지를 가누지 못하고 무릎을 꺽을 것만 같다.

그리고 역시나 그는 그다지 강하지 못하였다.

 

 

 

4. 영양 고추 안녕~!

 

여행의 테마는 영양고추 체험이었는데

반은 고마웠던 비 때문에 고추따기 체험을 하지 못했다.

이 넓고 뜨거운 고추밭에서 혼자 수확을 할 농부의 걱정이 햇살만큼이나 따갑고

잘 얻어 먹은 점심이 조금 미안했다.

가는 길에 영양 고추라도 사가야겠다.

 

 

 

 

 

 

흰동아 ~ 안녕

그만 짖어라

이제 간다.

내년에 다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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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봉화터널을 지나 영양 들어가는 초입의 일월산 자락이다.

자연이 너무 지나쳐 넝쿨이 우거지고 험준한 아름드리 나무가 그 장대함으로 중무장하는 그런 산이 아니라

따뜻한 숨결이 그저 소박하게 그자리에 있고 자연이어서 아름답고 싱그럽노라고 굳이 자랑삼지 않을 것 만 같은 수풀이 있는 곳이다.

시간이 시간에 더불어, 물이 물에 더불어 그렇게 흐르듯이 늘 그자리에 있는... 정말 그런 자연이다.

 

 

다음은 일월산에서 조금 떨어진 야생화 공원의 생둥맞은 잉카제국 건물(!!)과 함께

경북 영양의 본격적인 백미 문학과 역사의 숨결을 찾아 떠나는 길을 소개하려고 한다.

 

문학과 역사가 있는 재령이씨 집성촌의 있는 400년동안 이어진 전통 한옥 마을, 그리고 이문열생가, 조지훈 선생님의 생가를 엿볼 작정이다.

 

그럼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