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이번이 세번째다. 첫번재 부산행은 청소년 답게 알흠다운 광란의 밤을 보낸 수학여행의 이튼날 아침 비몽사몽간에 당도한 해운대와 태종대의 기억이 있다. 한마디로 거의 기억나는게 없다.
두번째 여행은 올봄 전사 교육차 3일간 창원공장과 부산일대를 마라톤 교육에 이은 처음처럼 페스티벌에 몸을 맡긴터라 바다를 눈앞에 두고도 정신줄 놓은채 시체처럼 잠들었던 호텔방의 기억이 있다.
세번째 부산행은 삼복더위에 출장 강행군이다. 이 얼마나 깊고도 알찬 인연이던가. 부산을 대표하는 단어, 낭만 그리고 젊음.... 과는 거리가 먼... 그저 알찬 여행 되시겠다.
게다가 보라... 이 와중에 깡통에게는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간판 조차도 이러고 있다. 선원모집... 에너자이저 성인용품 설레이는 단어 일색이다.
그래도 굴하지 않는 출장 5인방이 부산 토박이들이나 찾는다는 한적한 바닷가를 찾았다. 라고 하고 싶었지만.... 당황스러워 하는 뒷태들을 보라....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뒷모습만 봐도 알 수 있다. 옹색한 출장남녀는 마음속으로는 화려한 해운대 바닷가를 거닐고 싶었으나 가다 보니 도착한 곳은 머 시켜 먹기도 민망한 시장도 아니고... 관광지도 아니고... 그렇다고 토박이들이 찾는 맛집도 아닌... 제멋대로 길치들만 모으고 모아도 이렇게 까지 험한 곳에 갈 수는 있는 걸까? 우리... 어쩌면... 굉장한 일을 해낸 건지도 모른다.
철없는 김피디 초 난감 시츄에이션 아랑 곳하지 않고 (운전한 당사자인 주제에...) 바다 들어갈 궁리만 하고 있다.
실루엣 간결한 할머니해녀가 나타 났다. 디자인 소스로 쓰자면서 사진을 찍는다. 아놔...
덤앤더머 출장남녀도 아니고 토론과 협상끝에 회 한접시를 겨우 겨우 시켰다. 이게 회냐... 전문용어 쓰끼다시라 불리우는 해물계의 2인자들을 2만원이라는 사재를 털어 다섯명이 들러 붙었다. 그나마 맛있다며 먹던 우리 막내는 처음 먹는 개불이 맛이 괜찮다며 열심히 먹었다. 개불이 왜 개불인지 알고나 먹고 있는건가? 아는지 물었다. 역시 모른다. 설명 해줬다. 그 후론 못 먹고 있다. 거참... 알고 모르고 무슨 차이가 있다고 클클클...
걍 대충 이렇게 놀다 서울 갔으면 참 좋았겠지만 할일은 하고 가야 출장비가 나온다. 사실 오늘 출장은 일이라기 보다 후원하는 청소년기관에 후원물품인 교재와 학용품, 온라인강의 등등을 전달하기 위해 내려왔기 때문에 일이라는 생각보다 뿌듯하고 따끈따끈한 마음이어야 하는데 아놔... 난감하다. 아시다 시피... 깡통이 감당하기 어려운 정서인데다가 또 부끄러움 많은 장년층이다보니 바닷가에서 궁댕이 떼기가 쉽지 않았다. 후딱 해치우자고 나서서 교재 나르고 사진도 찍고 인터뷰도 하고... 그리고 원장님, 목사님과 부채꼴로 서서 찍는... 이른바 기념사진을 촬영하고야 말았다. �!
촬영이 밋밋하다 보니 즉석에서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씬을 넣기로 했다. 역시 급조성 아이디어가 뛰어나다. 전문용어로 잔머리라고도 한다. 나름 좋은 장면들이 많이 나왔다. 내가다 부끄러울 만큼 급히 짜여진 일인데도 우리 아이들은 너무나 진지하게 컨닝까지 해가며 꿈을 이야기 하는 일은 언제나 쑥스럽고 민망할 텐데(나만 그런가...) 아이들은 꿈을 적고 또 서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발표하고 박수를 쳐주는 일을 주저 하지 않았다. 애들이 진지해 진다고 해서 나까지 진지 해지면 또 이게 걷잡을 수 없이 인생이 오버스러워 진다. 나름 명쾌한 21세기 명랑청춘을 모토로 살아 가고 있는 장년층 깡통 감동모드에서 살짝 빠져나와 머리속에는 콘티짜고 영상 편집하고... 웹페이지에는 이렇게 구성하면 점 감동적이겠구나.. 또는 나레이션은 누구한테 시키지... 인간극장의 이금희씨 같은 톤이면 딱 좋겠는데... 모 이런 생각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 한다.
돌아오는 기차안 풍경 기차타면 꼭 먹어야 하는 삼종셋트를 해치웠다. 바나나우유, 프랑크소세지(원조가 아니어서 아쉬웠다), 훈제 오징어 뿌듯하고 기쁜 마음에 한가지 더...
팔뚝맞기를 하지 않고서야 어찌 기차여행이라 할 수 있으리...
그러나 이날... 출장남녀의 얼굴에서 악마를 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