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청국장 패밀리

영혼기병깡통로봇 2007. 12. 17. 18:48

툇마루에 앉아 아버지는

집앞 공터에서 실하게 자란 호박을 다듬으신다.

욕실의자가 탐스럽도다.

 

엄마는 아버지가 다듬어 놓은 호박더미를 집어다가

장독대에 켜켜이 널어 놓으셨다.

어쩌다 호박몇놈이 바닥에 철푸덕 떨어졌는데

걍 바지에 쓱쓱 닦아서 다시 널으시는 최강마님..

저 호박은 곧 가루가 되서 호박죽으로 다시 태어나거나

하얀 쌀과 강낭콩과 합체를 이룬 달달한 호박떡으로 거듭나사

겨우내 냉동실을 므흣하게 채워눌 놈이렸다.

흙과 함께...

 

바람이 찬 늦가을

아니. 하늘이 제법 파란 초겨울 장독에서

호박이 바람에 나부낀다.

 

파란 하늘과 새파란 지붕과

빨강바지, 노란조끼, 초록티셔츠, 분홍 고무장갑 그리고 샛노란 호박...

엄마는 컬러를 탐닉하신다.

성황당 스러운 코디작렬..

털썩...

 

진지하지만

무당굿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장단 맞추고 싶어지고 만다.

 

울엄니 좋으시단다. 꺄르~

 

처마밑에선 메주가 쿠릉쿠릉한 냄새포스 작렬하며

강렬한 존재감 전파하기에 여념이 없다.

나보다 낫다. 따슥..

 

양파주머니와 함께 엄니가 자랑하는 서산 육쪽마늘과

할아버지들이나 재배했지 지금은 씨가 말랐다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하는 토종 마늘이

(대체 나한테 자랑해서 뭐하게...)

보무도 당당하게 처마밑에 매달려 한폭의 된장그림으로 승화되어진

이 처마밑의 풍경은

뭔가 고향이라던가 향수라던가 부모님... 평화

이런 단어가 떠오를 것만 같은

마당 한귀퉁이 풍경같지만

놓칠 수 없는 창고적 지붕밑 풍경이다.

엄마의 시장용 구루마와

30년은 족히 된 돌절구(절대 버릴 수 없다고 믿는 듯함)

가스통과 기름보일러 연통도 살짝 보인다.

도시가스가 들어와 주면 두 노친네가 좀더 따땃하게 겨울을 날 수 있으련만...

(보령시는 각성하라!-라고 슬쩍 정부탓으로 돌려본다.)

 

 

이게 끝이 아니다.

건넌방에는 이름만들어도 지구전체를 공포에 도가니탕을 만드는

개성강한 페밀리가 진지를 구축하고 있다.

이름하여

 

청국장과 생강 브라더스 되겠다.

 

이놈의 집구석은 진정 사람이 살자고 사는 집이더냐..

 

전국8도에서 못생긴 걸로 둘째 가라면 서럽다는 그놈과 그놈,

냄새 하면 또 빠지지 아니하는 대표주자 몇놈들에게

온집안을 장악당한 대천동 현장에서

깡통이었습니다. 딸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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