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로봇의 노래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

영혼기병깡통로봇 2005. 1. 20. 10:55


직장생활 12년이다.

햇수로 13년째 접어들었다.

 

우리나라 정규교육도 12년.


그리고 12년차 되는해 정규교육이 끝나는 고3, 고뇌의 바다에 풍덩빠지게 된다.


미래는 불투명했고 나는 어떤 인간이 되어야 하는지를 고민했다.

그러나 그때는 돈벌이가 좋은 게 뭘까를 고민하진 못했다. 그렇게 했어야 했는 것을...

그땐 대놓고 돈에 관한 고언을 해주던 어른이 없었다.

아직 세상을 몰랐던 나와 나의 어른들...

 

대체적으로 별 고민 없이 성적에 맞춰서 대학을 고르고
성적에 맞춰서 학과를 선택했던
또는 형편에 맞게 취직을 하기도 했던 정규교육 마지막 해


 

열아홉만의 어둠

열아홉만의 희망

열아홉만의 좌절...

 

그리고 시간이 흘러 흘러 어느덧 또 12라는 숫자와 직면했다.


 

철학전공의 기이한 이력을 무기삼아 각종 언변과 사기술로

뭍 사장들의 정신을 혼란하게 한후 어느덧 책상하나 차지한 다음

빛나는 광마우스 높이들고 디자인이란 짓거리에 미쳐살다가

 

어느날인가... 나이와 더불어 두툼하게 쌓인 관록의 딱지를 감지한 나는

더 늦어서 못볼꼴 보기전에 일찌감치 신발 갈아 신기로 작정,

상큼짭짜름한 신세대들에게 큼지막한 21인치모니터를 물려주고

손바닥만한 노트북하나 옆에찬 기획자, 관리자가 되었다.

 

직장생활 12년
나의 미래는 열아홉의 미래보다 훨씬더 불투명한 것 같았다.

 

글쎄...

기획자로 전향하기 전에 2-3년간 지독히도 처참한 슬럼프를 겪었다.

 

그리고 풀빵장사나 김밥장사 하면서 고뇌없는 나날을 보내리라 작정 하기도 했다.

그르나... 김밥 장사용 리어카의 권리비도 만만찮거니와

목좋은 길에 자리세도 그랬다.

사는게 그닥 만만치 않음을 뼈속 깊이 다시 한번 깨닫는다.

 

그리고 다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나는 무엇이 되고 싶었던가를 고민한다.

아... 나의 십대는 정녕 무엇이 되고 싶어했나

답이 있을리가 없다. 답이 있다 한들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나와는 다른 존재이다.

 

연말에 인사고과평가를 했다.

대부분의 직원이 본인의 한해 업무를 평가하고 내년의 자기 개발 계획을 세웠다.

업무의 영역을 확장 하고 좀더 나은 스킬을 쌓아서 경쟁력을 높이겠다.

잘봐줘라.. 그러니 연봉도 이만큼 올려줬으면 좋겠다..

 

가 골자다.

 

나도 계획을 세운다..

1. 어설프게 나이로 떠밀려서 기획일을 시작했으면 제대로된 학식을 갖춰봐야겠다.

2. 나중에 직장이 너무 더러워서 더이상 버티기 힘들면 글이라도 써서 먹구 살아봐야겠다.

3. 나도 왕년에 카피라이터가 되고 싶은적이 있었다!

 

 

이젠 하고 싶은 공부를 해봐야겠다.

 

첫 수업이었다.
놀라웠고 신선했고 섬찟했다

얘들 보다 내가 나은게 몬가 싶어서..
다들 어린 애들인데... 광고가 하고 싶은 애들이라 그런가..
잠깐 사이에 자기 소개를 하는데 재기 발랄 함  재치... 아이디어... 입을 다물 수가 없을지경이었다.

음.. 요즘엔 다 그런건가.. 이친구들이 특별한건가..


칠판과 마이크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다 활용해서 자기를 설명하는거다.
그리고 정말 우리랑 다른거는(여기서 우리란 나의 세대들, 나의 친구들을 말한다)

우리도 준비 하면 그거 할수 있겠지만
정말 우리랑 다른거는
떨리고 겁나 죽겠는데도 앞으로 나간다는것이다.

준비 없어도 무작정..
우린 그냥 그자리에서 인사하고 말텐데...
앞에나가서 떨려가꼬 애들이 말도 제대로 못하는 애들도 있다.
그런데도 일단 앞에 나가서 마이크를 잡더라..
겁대가리 없고 싸가지 없는 애들도 있다.
어차피 나이먹으면 왠만큼 못배운애 아니면 그렇게 못하게 된다.
겁대가리 없는 것도 좋은거 같다. 그나이때는...
통통 튀는 맛이지

85년생하고 수업들으니 기분 참 쌩뚱맞다.
띠동갑두 넘네
85년에 이선희가 강변가요제 대상을 했다. 그녀의 파마머리와 어설픈 치마가 기억난다.

정말 당차고 욕심 많은 애들 많다.
어떤놈하나는 얼마전에 목숨같은 여자랑 헤어졌다
남은건 광고 밖에 없다. 목숨말고 모든걸 광고에 걸겠다..
그러고 들어가질 않나
어떤여자애는 광고를 좋아하는게 아니라 이건 내 운명이다..
그러고 들어가고
어떤 놈은 칠판에다 전화번호 이름 이메일 쓰고 싸이합니다 
그렇게쓰고 아무말 없이 들어간다.

그것도 나름대로 인상적이었다.

 

앞으로의 수업이 기대 된다.

 

신선한 한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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