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1. Rainey day prolog
사연도 많고 곡절도 많았던
비콘서트 D-2
이틀을 앞두고도 급기야는 티켓 반환하자는 소리까지 하고 말았다.
서른 중반의 네 여인이 난데 없이
비콘서트를 2005년 첫번째 나들이로 정한것은
우리만의 불문율 "무대포 이벤트" 때문이다.
무대포 이벤트란?
멤버중
누구 한사람이 언제, 어디선가, 무슨일때문이든지,
무엇을 하자고 하든지 1년에 한번은 무조건 들어주기!
모든 멤버가 다
좋아하는 일이면 땡큐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일때도 군소리 없이 따라가기다.
가기싫은데 억지로 간다는 말도 하지 않기다.
맘에 들지
않아도 맘에 들지 않는다는 말조차 하지 않기...
우리가 정한 무대포 이벤트의 성격은 그랬다.
그래서 다녀온 첫번째 이벤트가
지난 가을의 자월도 1박2일
나혼자 좋아서 끌고 간 여행이었다. 솔직히 다들 이나이에 콘도두 아니고
민박 잡아서 화려한 유원지도
아닌 시골 풀때기 많은 섬에서 조개 잡고 새벽 등산하자고 하니
좀 기가 막히기도 했겠지만 그런대로 잘 지내 주었다.
행복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 이벤트는 광주부인의 이벤트 였다.
학창시절에도 못해본 연예인 열광하기 대열에 끼어 남부럽지 않게 열성팬이
된 백새..
비에게 중년의 팬이 많다는 사실로 미루어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일도 아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 비를 사랑하지
않는가...
귀여운 미소와 완벽한 무대매너와 더욱 완벽한 허리라인을 사랑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팬클럽에 가입하여 음판
판매량 집계를 실시간으로 꿰고 있지 않다고는 하나
비 콘서트에 1년의 무대포이벤트권을 올인한 백새의 콘서트 제아을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비 콘서트 예매가 있는 날
이왕 보는 콘서트 스탠딩석을 사서 제대로 보자라고 결의를 다졌다.
(꿈도 야무졌다.
훗날의 전쟁쯤이야 체력으로 이겨낼줄 알고..)
정확히 예매 시작되자 마자 서버 다운되고 실패하고 신랑 손까지 빌려가며
예매를
마쳤다는 백새의 후기...
그리고 단하나 걱정은 결혼후 5년동안 아기때문에 마음고생만 하던 녀석이
어쩌면... 이라고 말했던것...
그것 하나 였다.
예매한지 한달쯤 지났을까...
연초..
이벤트 주최자였던 백새에게 드디어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다.
축하해야할 일이다.
그렇게 기대했던 일이니.
.. 말이 씨가 되는 법이라고 나무랄 수도 없는 묘한 상황이 되었다.
임신을 한것이다.
아마.. 지훈이 때문일거라고 그녀는 말한다.(그게 왜 지훈이 때문이냐고 ㅡ.ㅡ;;;)
주최자 없는 공연...
솔직히 조용필이나 이승철 혹은 스팅이나 김건모, 이승환쯤의
공연 매너가 검증된 사람도 아닌 댄스가수의 첫번째 단독콘서트에
7만7천원을 투자 한 것은 아닐 것이다.
나머지 셋 모두...
백새와 우리의 우정을 위해 투자한 거였다.
그러면 백새가 못가게 되었다고 했을때 모두 환불했어야 했는데
그러면 또 백새가 서운해 할 것 같고..
뭐 어쨋든 이왕 이렇게 된거 우리가 언제 젊은아이 벗은 몸을
가까이서 보겠냐 싶기도 하고 ㅡ.ㅡ;;
그래서 우리끼리라도 가기로 했는데
또 공연 2주 전
멤버 한명이 불쑥 못가게 되었다고 한다.
스윙재즈댄스라던가.. 뭐라던가..
그걸 배우는 중인데 토요일이 공연이라고... 그래서 못가겠다고 한다.
그건 좀 솔직히 서운했다.
나는 몬가... 나는 자존심도 없어서 못가겠다는 말도 못하고 끌려가는 중인가.
저사람은 나따윈 안중에도 없는겐가...
모두가 같이 가는 공연일때도 빠지겠다고 했을까 싶은 생각에 다 때려치고 싶기도 하였으나..
우리 멤버 말고 중간에 같이 가게 된 친구의 친구에게 미안도 하거니와
이러다가 남은 사람끼리도 의상하지 싶어서 좋은 마음으로 가기로 했다.
그리고 이틀전..
나머지 남은 멤버 하나가 메신저 로그인을 하는데
"허리고장, 내 허리는 나 노는꼴을 못본다"
였다.
다 환불해~!! 해가면서 메신저로 티격태격 했다.
대체 "비"가 모란 말인가!!!
그 얘기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침맞으러 갔다 왔다는둥
다른 친구 때메 미안해서 환불 못한다는둥
그러다가... 결국은 미안하다.. 좋은맘으로
공연보구 오자... 라고 결론 내린다..
나이를 어디로 먹는겐지.. ㅡ.ㅜ
그리고 금요일...
다음날이 공연이다.
나는 회사에서 밤을 새고 있다.
일은 해도 해도 끝날 줄을 모른다.
책상에 앉아서 하얗게 날이 새는 것을 바라 보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있으니... 비가 주룩주룩 온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니 또 함박 눈이 펑펑 온다.
하룻밤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창밖에 펼쳐진다.
나는 머리도 못감았고
세수도 못했으며
눈밑엔 시커먼 다크서클이
주름을 동반하고 칙칙한 죽음의 그림자를
얼굴에 드리운다.
엎친데 덮친다고 서버 고장으로 인터넷이 끊기는 바람에 또
더뎌져서 용산에 물건을 주문하고 물건 갈아 끼우고...
그리하여
오후 3시쯤 일이 끝났다.
내가 이렇게 까지 해서 비를 만나야 하는 거냐..
백새는 지금 모하고 있나 ㅡ.ㅡ;;;
댄스 공연을 한다는 권여사는 또 뭐하고 있나...
여시와 나는 왜 이 강행군을 하고 있나..
그러나 쓰러지지도 않는 저주받은 체력은
나를 올림픽공원으로 끌고 가고 있다.
빌어먹을...
공연은 7시반..
도착 시간 5시...
줄을 섰다.
번호대로 못들어가면 예약한 자리에 서지도 못한단다.
더럽게 춥다.
꼬질꼬질하기가 이를데 없는,
전날의 따뜻했던 날씨는 간데 없고
얇은 자켓 사이로 황소바람이 휘몰아 친다.
이나이에 밤을 꼴딱새고
23살짜리 댄스가수의 첫번째 단독콘서트를 보겠다고
감긴 눈을 비벼가며 2시간을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그럼에도
야광봉 하나씩 사서 목에 건 우린 대체 뭐란말인가.
비가.. 모든걸 용서하게 해줄거야라고 말하는 우린 대체 뭔가.
그럼 당연하지 라고 말하게 하는 힘
우리를 이곳까지 오게한 녀석의 힘...
공연은 시작 된다.
ㅡ.ㅜ
Part2. 어느 팬의 고백
나는
비를 좋아하는가?
아니.. 그렇게 시작해서는 안된다.
그녀들은 왜 비에게 올인하는가..
공연장은 주차부터
엉망이었다.
아무데도 비 콘서트 가는길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없었다.
입구에서 부터 주차하는 장소까지 열댓번을 길을
물어야
했다.
두시간 줄을 서는 동안 이 추운 날씨에 줄서는 사람에 대한 배려도 없다.
니들이 좋아서 하는 짓이니 감수해...
라는 뜻인가.
일본여인과 중국의 여인들이 대거 등장했다.
내 줄 바로 앞에 백발의 추례한 여인이
등장했다.
일본여인이다. 그것도 중년의...
그리고 지팡이를 들고 다리를 절룩 거렸다.
중년에 찾아온 퇴행성 관절염쯤으로
보였다.
그녀는 나에게 핫팩을 건넸다.
주무르고 있으면 따뜻해지는 ...
그리고 가방에서 부시럭 부시럭 하더니 낚시용 접이
의자를 꺼내 앉는다. ㅡ.ㅡ;;
줄은 계속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했고
좌우 이동두 수시로 일어났다.
그럴때마다
일본아줌마는 의자에서 일어나서
쩔뚝쩔뚝 해가며 줄을 옮긴다.
대단하다...
일본서 이공연을 보겠다고 날아온
사실도
불평한마디 하지 않고 웃으며 쭐래쭐래 일어나
옮겨 다니는 것도..
이추위에 좋다고 떠들어 대며 두시간을
기다리는
모든 여인들이 대단하긴 하지만 말이다.
드디어 입장이다.
들어가 보니 역시 아수라장이다.
번호는 무슨
번호냐..
키작은 사람은 비는 커녕 천장에 조명만
쳐다보게 생겼다.
간신히 무대에서 한찬 먼곳에 난간을 붙잡게
되었다.
여기가 마지노 선이다.
이 난간 놓치면 우린 허리가 부러지거나
발목이 부러지거나 둘중 하나다.
공연이
시작되었다.
심장이 쿵닥거리는 소리와 함께 시작된 공연..
과감하게 벗어제끼는 지훈이의 상체를 보다 못한 여인들은 바지도 벗기를
갈망했다!
공연중 무대 위로 이끌려가서
집채만한 곰인현과 반지와 꽃다발과
지훈이와의 포옹을 당한 여인은
내 바로
뒤에 서있던 여인이었다.
우리 셋과 우리 주변의 여인들은 다함께 소리쳤다.
저년 죽여!!
그리고 T자형 무대에서
조금만 뒤로 물러나면
두손을 번쩍들어 이렇게 외쳤다.
지훈아 앞으로와.. 좀더~
그리고 어떤 여인은 이렇게
말했다.
"I do는 왜 안불러? 내가 아는 유일한 곡인데?"
"그거 아까 불렀는데요?"
"아... 예에.."
30대와
중년의 팬층을 자랑하는 가수의 비애다.
보통 댄수 가수의 무대는 이런 외침이 있지 않은가?
"오빠~
사랑해요"
그러나 비의 콘서트는 이러했다.
"지훈아... 사랑한다"
"누나도 사랑해"
"이모도
사랑한다..."
"이모?"
"... --;; 솔직히 이모지.. 엄마 아닌게 다행이지 않냐"
현장에 있지 않으면 믿지 못할
것이다.
일본에서 온여인들은 그렇다 쳐도
(그여인들의 독특한 라이프 스타일을 이해하면)
한국 사람들도 10대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죄다 내또래인것 같았다.
그들의 행동 패턴을 보면 알 수 있다.
자연 스럽게 서로 대화를
나누는것..
시장에서 만난 부녀회 회원들처럼 말이다.
그리고 기대고 서있던 난간 안쪽에는 스탭들을
위해 준비해 놓은
생수병들이 있었다.
그곳은 카메라가 지나다니는 곳이었고
손이 닿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의 아줌마들이 또 누군가.
공연이
무르 익었을 쯔음
목이 말랐던 깡통은 저 생수가 탐이 났다. ㅡ.ㅡ;;
우리 저 물 먹죠?
라고 한마디 했을
뿐인데
아줌마들이 서로 서로 허리를 붙잡아 줘가며
생수 박스를 북북북~~ 찟더니만
하나씩 꺼내서
뒤에도 주고.. 옆에도
주고
아까 자리 차리할려고 어깨싸움 하던 여인에게도 주고
카메라맨에게도 주었다.
젊은 카메라맨만이 멋쩍은 웃음을
지었고
나머지는 모두들 고마워요... 마시세요...
자자.. 어여들 들어요.. 하는 분위기..
찜질방에서 삶은 계란
나눠먹던 아줌마들의
우정이었다.
무대 한가운데서 비를 맞으며 절규하는
연출장면에서는 이렇게들 말했다.
비좀 그만
뿌리지 지훈이 감기 들겄네..
그리고 젖은 와이셔츠를 북찢어 낼때의
환호성이란...
한시간 40분이 지나고 공연이
끝났다.
처음부터 DVD 제작을 염두에 두었음을
누구라도 알 수 있을 만큼 몸짓 하나, 대사 하나가
자연 스럽지
않았다.
그리고 팬들이 원하는 건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고 싶은 대사만 한다.
그렇게 갈구하는 곰세마리 한번
불러줄수도
있으련만...
무대 밑으로는 못내려 오더라도
팬들이 오라는 무대 끝까지 한번쯤 와줄 수도
있으련만...
팬들이 던지는 얘기에 답이라도 한번 해줄 수
있으련만 그는 기획사에서 짜준 대사와 행동
이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긴장해서 일까..
자기 앨범 말고 다른 가수의 곡도 한번쯤
해볼만도 한데...
그리고 조금
미운소리를 하자면
30대를 겨냥한 있는대로 벗어제끼기를 보면서
환호성을 지르면서도 나는 잠깐 남창같으다..
라는 생각을
했다.
벗으면 소리지르고 물에 젖으면 소리지르고
브라자만 걸친 여인과 섹시한 댄스를 추는 비..
능구렁이 같은 이승철의
공연 매너를 기대한
탓일까...
비에게는 비만의 무대가 있다.
어쩌면 완벽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이
비의
무대인지도 모른다.
그 누구도 비에게서 편안하고 낡은 셔츠를 입은,
농익은 라이브 가수의 무대를 기대하진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일요일 아침,
잠시 비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팬들의 글을
보고 배시시 웃음이 났다.
역시나 싶었기
때문이다.
어느 팬이 올렸다.
나는 비의 팬클럽 회원이다.
비를 좋아했지만 공연은 엉망이었다.
엉망진창이었던 스탠딩
좌석 제도는 전혀
팬들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
정확히 짜여진 시나리오
정확히 짜여진 선곡
짜여진 대사
꽉짜여진
행동들...
짜여진대로만 하는 너의 행동과 무대매너에
실망했다.
한시간 반에 대한 만족스럽지 못한
서비스였다..
라고 글을 올렸고
나는 남들도 나와 다르지 않구나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리플들을 보고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말할거면 여기 오지 말라고
말하는 사람은 단한명도 없었다.
모두 입을 모아
그러게요 님의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에요
하지만 지훈이도 님의 글을 읽고 조금더 발전할거에요
지훈이는 그런
사람이니까요...
님.. 조금 속이 풀리셨나요?....
일색이었다.
모두 입을 모아 그러했다.
나이많은 팬의
특징이라고나 할까...
복많은 놈이다. (본인은 그게 아닐지도 ^^;; )
공연내내 어찌나 까치발을 들고 섰는지
아침에
일어나니 그간의 피로까지 몰려
온몸이 몽둥이로 얻어 맞은 듯했다.
일요일 내내 종아리가 땡겨서 걷지도 못했다.
어차피 하루종일
잠만 자기도 했고..
그렇게 백새의 무대포이벤트는 끝이 났다
올해는 이쁜 조카가 태어나는 일만
남았나보다.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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