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라고 거창하게 할만한 것도 없긴하지만 ^^
그래도 뭔가가 자라나고...
무성해지고 또 시들어간다는 건
경이로운 일이다.
내가 쓸데 없이 세월을 죽이는 동안
그래도 저것들은 열매라는걸 내어 주는 걸 보면...
울엄마 말대로 "니년들 보다 훨 낫다"
이녀석은 아직 몽우리가 잡힐듯말듯한 오이와 노란 오이꽃봉우리다.
아직은 새끼손까락만한 오이지만..
녀석은 자고 일어나면 또 엄지손가락만해져 있겠지...
엄마에게 이녀석의 정체를 묻는 다는걸 깜빡 잊고
돌아왔다.
알듯도 한데... 잘 모르겠다. ^^
계단 한귀퉁이에서 어느새 보랏빛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광기어린 천재의 색.. 보라
보라색 과일에는 안토시안이라는 물질이 들어 있는데 그놈은
노화방지를 돕는 다고 한다.
보라색 과일이나 야채는 껍질째 먹으란다..
광기 어린 천재들은 모두 일찍 죽었는데...
왠지 몽환적인 분위기와
불로장생 하고는 잘 어울리지가 않는다.
나는 녀석의 정체가 아직도 궁금하다.
고추밭에서 새파란 어린 고추들이 여물어 간다.
이녀석은 "독초"다.
충청도에서는 지독하게 매운 고추를 독초라 부른다.
짠무를 송송 썰고 식초와 차가운 생수를 부어서 냉국을 만든다.
이녀석을 몇개 따다가 송송 썰어 넣는다.
그럼.. 정말 아주 매콤하고 개운한 짠무 냉국이 된다.
짠무가 뭐냐고 묻고 싶은 분들은... 글쎄 ^^
정말 시원하고 개운한 시골 음식의 진수를 언제 한번 꼭 맛보시라고 밖에는...
빛이 과하여 녀석들을 투사해 버릴 것만 같다.
너무 더워서 잎들이 파릇파릇하게 살아 있지 않고 다들 축 쳐져 있다.
비가 좀 오면 금방 살아 날텐데...
나도 사는게 힘들지만.. 너희도 정말 지쳐가는구나.
녀석들안엔 아직 여물지 않은 씨앗이 벌써부터 조금씩 지쳐간다.
한쪽 귀퉁이에는 벌써 붉게 농염한 빛으로
나이보다 일찍 관록 자랑하는 녀석이 있다.
나이보다 일찍 늙어 버리는 것...
나이든 사람들은 알록달록한 옷을 좋아한다.
어릴땐 이해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제 알 것 같다.
나도 벌써 무채색의 옷을 얼굴 가까이에 대 보면 얼굴이 추례해 보이는 것 같다.
어릴땐 음... 무채색의 옷을 입으면 나름대로 세련되어 보이고 차분해 보여서 즐겨 입었는데... 이젠 그런 옷을 입으면 초라하고 고지식한 아줌마 처럼 보인다 ㅡ.ㅜ
그래서 온통 알록달록한 옷만 입는다.
저녀석... 그래서 빨갛게 익어버린건 아니겠지... ㅡ.ㅜ
집앞 공터에는 옥수수도 자라고 있었다.
그때는 옥수수는 심지 않았던거 같은데... 언제 또 옥수수까지 심으셨을까..
내 키보다 크고 우람한 옥수수...
옥수수를 보면 인디안 부족의 성년식 이야기가 생각난다.
마지막에는 꼭 내바구니에는 나에게 맞는 옥수수가 들려 있기를..
장독 위에 널려진 고추들...
엄마는 이제 조금씩... 녀석들을 수확하고 있다.
엄니는 이 녀석들을 잘 갈아서 올 김장도 빨갛게 담아 주실거다.
그리고 조만간 저 텃밭은 서리가 내리고
눈발이 휘날리게 될 것이다.
그날까지..
녀석들은... 막바지 힘을 다해 농익은
열매들을 서둘러 만들어 내겠지...
힘내자 깡통!
겨울이 오기 전에 하나라도 더 싱싱한 무언가를 만들어 내야 겠다.
뭔지 모르겠지만 ^^
'포토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썸머 버케이숑 이탄! 송정리 가는길~~ (0) | 2004.08.13 |
---|---|
어느 가족의 썸머 버케이숑! (0) | 2004.08.11 |
둘이.. 같이 (0) | 2004.08.09 |
축구소년과 분홍공주 (0) | 2004.08.05 |
오늘도 재활용음식 - 고추짱아찌 국물에 빠진 소면 (0) | 2004.07.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