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이 뛰놀던 시골집..
여기는 나어릴적 뛰놀던 송정리 외숙모댁이다.
이전의 석탄박물관이 있던 작은 미니어쳐 냉풍욕장(^^;;)에서 차로 약 2-3분을 내려 오다보면 아무도 모르는..
마치 길가의 남정네들 노상방뇨하러 잠깐들어가는
골목처럼 보이는 사잇길이 있다.
이곳으로 들어가면 우리 외숙모님 댁으로 가는 논밭과 들판이 마술처럼 드러난다.
물론 나어릴때도 이런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갔던 건 아니다.
논길 밭길 지나서 울퉁불퉁 시골길로 걸어 들어가던 그길에 아스팔트길이 난 거다.
대천 시내에서 해수욕장가는 길에서
잠깐 곁길로 새면 나오는 외숙모댁에는 우리 선산도 있다.
명절때면 아부지따라 성묘하러가고 아담하지만 옹골찬 뒷산에선 키보다 큰 장대 휘루드면 토실토실한 알밤이 후두둑 떨어졌드랬다.
그래도 떡벌어진 논두 있고...
아담하지만 옹골찬 나의 밤나무들
너무 오랫만에 갔는데...
아무것도 기억이 안난다. 어라 이런 집이었던가 ^^
이렇게 깨끗하고 이쁜 집이었나.
넓은 들판과 논, 아담하게 펼처진 뒷산.. 사이에
여백이 아주 잘 살아 있는 한국화 한폭처럼
하얗고 이쁜, 기역자 모양의 집한채가 울타리도 없이 오독하게 서있었다.
그래서 그 외숙모댁에 간 이유는...
외숙모 댁에서 콩국수와 백숙을 파는 식당을 냈다고 해서 갔던거다.
근데 아무리 봐도 식당도 없고... 간판도 없다.
앗...그렇다면
저 이쁜집을 개조해서 이쁘고 고즈넉한 집의
황토색 나는 마루에서 식사를 하게 되는 그런거였다.
아... 돌아보니 뒷곁은 주차장이 되어 있었고
오... 아무도 찾지 못하는 구석탱이의 작은 농가를
찾는 검정 세단과.... 자가용들이 즐비했다.
옴니 말로는 서울서도 어떻게들 알고 오는지
많이들 찾는다고 한다.
역쉬.. 우리 외숙모님 콩국수는 정말 일품이다.!!
논밭이 내다 보이는, 한지가 곱게 발려진 작은 여닫이 문과 황토흙과 갈색 서까래가 너무나 이쁜 툇마루..
그리고 오래된 풍금 하나...
평상에 앉아서 콩국수를 먹었다.
너므나 아쉬운건 카메라에 가장 중요한 콩국수와 맷돌을 담지 못한것...
버케이숑 이탄을 제대로 올리지 못하고 꾸물거렸던 이유가 사실은 사진이 없어서다 ㅡ.ㅡ
그나마 찍은 사진들도 이렇게 상태가 안좋게 나오고..
외숙모님은 아직도 아침마다 맷돌로 콩을 가신다.
시집왔을때부터 이미 있었다는 맷돌은 이제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물론 콩은 외숙모님네서 농사지은 유기농 콩이다.
국수는 직접 손으로 밀고 잘라서 울퉁불퉁한 면발에는 콩국물을 넣어서 만든다고 하던데... 그 쫄깃함의 비결이 몬가 의심스럽다.
이거 면발에 고기 들어간거 아냐... ㅡ.ㅡ
그리고 방안에 들어서면 젤루 맘에 드는거 하나는
풍금이다!!!
외숙모한테 서울가면 내가 소문 내드린다고 굳게 약속했다.
아뭏든 말하고 싶은거는
세상에서 젤루 진하고 맛있는 콩국수를 원한다면 송정리로 가라는 거다 ^^ 콩국수는 사처넌이당 ^^
ps. 원래는 백숙을 먹으려고 했는데 백숙이 안된단다.
주문이 있을때마다 이웃의 닭을 키우는 농가에서 토종닭을 잡아다가 해주시는데 닭주인이 날더워서 닭 안 잡는다고 그랬단다..
역시.. 시골사람들은 다르다 ㅡ.ㅜ
ps 하나더:
어릴때부터 외숙모라고 불러서 그런줄만 알았지...
우리 외숙모가 아니라 돌아가신 울아부지의 전부인의 친정식구 여딴걸 나중에 알아따.
그래두 뭐 한번 외숙모는 영원한 외숙모다.
근데 울엄니가 더웃긴다.
남편의 전 부인네 친정집하구 왜 그러케 친하게 지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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