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한편을 본김에 맥주한잔을 했다고 치자.
그렇다고 별다른 일이 일어 날 것은 없었다.
전지현이 입었던 갈색 츄리닝바지가 탐이나면 한번쯤 사볼만은 하지만
오프로드카를 타고 벌판을 달리던, 다소 현실감없는 장면을 봤다고 해서
정말 오프로드카하나 장만해서 있지도 않은 벌판을 찾아 나서지는 않을테니까...
그리고... 갑자기 여행을 떠나기로 한건
후배놈의 꼬임에 빠진것도 빠진것이지만 걍 전지현의 달콤한 페로몬에
이끌려 어디로든 가야 했다고나 할까...
남정네도 아닌것이... 주로 여인네의 페로몬에 흔들리는
깡통이었다...
그리하여 술먹다 말고 후다닥 일어나서 카메라를 챙기고 고속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이 11시 40분...
12시차는 광주행..
그리고 누군가가 (마치 나를 위하여!!!) 반환해서 달랑 두장 남은 목포행
1시차표가 매표구 앞에서 덜렁거리고 있었다.
1시 차표를 사고나서 잠시 현실로 돌아온 우리!
그렇다. 나에겐 민생고를 해결해야 하는, 주말이건 여행이건 가리지 않고
지속적인 테러가 감행되거 있었던 것이다.
15분에 500원이라는 공중컴퓨터(ㅡㅡ)에 동전을 넣고(50원짜리 갤러그를 하는 기분이어따) 남은 일을 후다닥 해치워따.
사이버 강좌도 오늘 마지막 리포트를 내는 날이다. 안내면 짤린다 ㅡ.ㅡ;;;
뭐 이리 여행길에 걸리는 것이 많은지...
여기저기서 긁어다가 짜집기를 해서 20분만에 리포트를 내고 수업을 이수했다는
빨간 도장을 받았다.ㅋㅋㅋ
헐레벌떡 뛰어 오느라 다 빠져나간 알콜을 다시 채우고
쥐포도 한마리 샀다. 버스안에서 냄새가 좀 날것도 같다.
그래도 아무도 뭐라하지 않을것만 같다. 그냥 그럴것 같았다.
왜냐하면 내가 그럴 것 같으니까 ^^
목포에 도착한 시간 5시 10분
목포에는 뭐가 있더라.
가장 유명한 건 유달산 ^^
유달산에는 정말 안좋은 추억이 있다.
4년전 남친과 헤어진후 괴로운 마음을 달랠길 없어 무작정 광주사는 신혼집에 쳐들어간 깡통은 신혼이건 말건 상관없이 주야로 그들의 밤을 점령했더랬다!
그리고 나의 우울하고 슬픈 여행을 점령한, 나보다 더 강한 여인이 있었으니
신혼인 친구의 시어머니였다.
시어머니는... 생전 처음 보는 며느리의 친구를 데리고 다니면서 재래시장에서 부터 담양의 메타세콰이어 도로를 구경 시켜주시더니 급기야 집으로 데리고 가서
시댁어른들이 늘어선 밥상에 앉혀서 밥을 먹게 하셨다.
그분은 그렇게 나의 약간은 분위기 있어줘야할 여행을 완벽하게 점령하시고
궁뎅이에 수천개의 바늘을 수시로 찔러 주셨다.
덕분에 담양에서 젤로 유명한 정육점에서 사온, 지금까지 내가 먹어본 중 두번째로
완벽한 꽃등심을 원없이 먹어 댔다.
시댁식구들은 저건 어디서 날아온 거지냐...라는 표정으로 흘끔 거렸던 것도 같다.
그리고 그 다음날 까지...
얘들아 우리 목포 유달산에 가자.... 라신다 ㅡ.ㅜ
아.. 예의바르고 어른공경에 한목숨 바쳐 살아온 깡통은 이렇게 대답했다.
"어머, 어머니~~ 저 유달산 한번도 안가봤어요.. 너무 가보고 싶어요 호호호"
옆에는 정말... 너무나.. 일평생 다시 없을 만큼 어이없는 광경을
목격했다는 듯이 입이 떡벌어진 친구가 있었다.
(오늘은 좀 진지하게 글을 쓰고자 했으나... 쓰다 보면 또 이렇다... 어쩌랴..)
암튼... 그거슨 과거지사...
목포에는 왔는데... 유달산은 가기싫고... 진짜 할거 없다.
아침 식사를 하러 식당에 들어갔는데
멀건콩나물 국물에 엄지손가락만한 어린게(바닷가 바위틈에 바퀴랑 같이 돌아다니는 그 게...)가 숭덩숭덩 들어가 있고 두부가 큼지막한게 헤엄치고 있었다.
나름대로 개운은 했지만... 정말이지 정체는 알수가 없었다.
콩나물 게 맑은국... 이라고 할까..
밤차를 타고 내려왔다. 우리는 미쳐따.
정말 목포는 멋이 없다. 뭐 이러냐..
이렇게 벽에 낙서를 하고... 스으윽... 도망쳐 나왔다. ㅡ.ㅡ
지도상에 목포항이라는 곳이 있었다. 무작정 가보기로 했다.
아하~
홍도에 가는 배가 있구만...
근데 홍도까지 2시간 반이고 돌아오는 배는 4시에 있단다.
홍도에 들어가서 할게 뭐 있으랴...
또 목포항까지 도착하고나니.. 주머니에 돈이 한푼도 없었다.
배표살돈두 없네(아...이런.. 제주도 사건의 연속이다... 난 왜이럴까... 왜이러는걸까..)
근데 9시나 되어야 캐쉬기가 작동을 한댄다.
졸립고... 피곤하고 할일도 없고 돈두 없고 앞으로 뭘 해야 될지도 모르는...
아주 난감한 목포항이었다.
가진돈 다털어서 돌아오는 표는 못사고 가는표만 샀다.(이 무슨 무식한 짓이냐... 돌아오는 배는 하루에한번 밖에 없다는데 돌아오는 표도 안사고... 미친게 틀림 없다... 걔도 미쳤고 나도 미쳤다.. 아뭏든 내주변엔 정상인이라고는 없다.)
세상에... 배삯이 30000원이다. 왕복 60,000원..
초호화 쾌속유람선이라더니... 실내... 정말 구리다 ㅡ.ㅜ
개떼같이 몰려든다.
홍도에 뭔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 그렇게 유명한 동네라는데 ... 이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몰려드는걸 보면 확실이 뭔가 있을거다 으헤헤헤...
홍도에는 보호할 것이 느므나 많다.
다 보호 한다.
왜 그런지는 홍도 관광 안내 사이트에 가서 알아 보는게 좋으실 거다.
홍도에서 만난 바닷가....
홍도를 한바퀴 돌면서 관광가이드가 설명을 해준다는 유람선(아줌마, 아저씨,할아버지,할머니만 타는 그런 유람선...ㅡ.ㅡ;;; 근데 그거 아니면 할게 없다.)을 기다리면서 보통 이곳에서 회를 한접시 먹는다.
회가 5만원이다.
유람선은 15,000원
홍도에 오면 무조건 내야되는 국립공원 입장권이 5처넌이다.
에구... 심장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술먹고 무작정 떠난 당일치기 여행치고는 너무나 럭셔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 바닷가를 보라..
모든 것은 잊혀질만 한 곳에서 망각의 강을 건너게 된다.
이곳은 그런 곳이 틀림없어 보였다.
바닷가의 반질반질한 돌....과 기암절벽의 묘한 조화를 보며 세월을 느끼게 된다.
저 기암괴석이 부서져서... 파도에 쓸리면서.. 이 둥근 돌이 되었겠거니..
나도..이곳에서 세월을 견디고 나면 내 심장도 어느덧 둥글둥글 부드러운 가슴을 가지게 되겠거니 한다.
유람선을 타고 홍도를 돌기 시작했다.
홍도에는 수백개의 동굴이 있다. 정말 희안한 동굴과 기암괴석이 많다.
많다고 얘기 해봐야 뭐할까...
그 아름답고 숨이 턱... 놓여서 나의 한숨따위는 무저갱의 나락으로 떨어져 버릴 것만 같은 장관... 하늘... 푸른 바다...
그리고 뱃전에 발을 벗고 널부러져 앉은채 구경하는 바다란...
일명 거북바위다.
바위의 얼굴, 눈매, 발톱이 마치 화석 같으다..
육지로 돌아가는 배를 기다리며....
육지로 돌아와서 부리나케 고속터미널로 튀어 가서 7시 차를 탔다.
잠깐 잠을 청하고 나니 서울에 도착해 있다.
하루동안의 꿈을 꾸고 난 것 같다. 현실감 없는 하루다.
이사진들은 같이 떠난 후배녀석이 찍어댄 사진입니다.
장하다 치타.. 녀석의 카메라를 보니... 또 카메라를 사고싶은 욕망이 불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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