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말과 한밤의 적막함을 질펀한 웃음으로 달래주는
친구들과 북한산 계곡에 다녀왔다.
아는 사람은 다알고 모르는 사람도 아는 깡통의 원정도박단 멤버가
오랜만에 다시 뭉쳤다.
광주부인이 신랑을 버리고 상경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광주부인은 날이 갈수록 과감해져 간다. 맘에 든다 흐흐흐..
그리하여 우리는 주말을 즐겁게 보낼 것이다.
어떻게? 아줌마처럼, 아줌마스럽게...
아줌마가 아닌것은 아무것도 없는 그런 주말을 보내기로 작정했다.
계곡가서 발담그면서 백숙을 먹고 한숨 늘어지게 자다가
고스톱을 치는것!
우리의 주말 테마다.
근사하지 아니한가.. 정말 아주 완벽한 주말의 행보가 될 것만 같으다.
마치 소풍가는 아그들 처럼 전날 잠도 못자따.
북한산 입구의 주차장이다.
길바닥에 그려진 화살표..
낯선 길가에 세워진 의미를 알 수 없는 이정표..
그들만의 손짓에 매료되어 한참을 서있어 보았다.
별게다 행복하다..
산자락에 매달린 나무잎도 한컷찍어줬다.
녀석들... 늠름한 모습으로 산을 지키고 있는 것을 보니 내가 다 뿌듯하다.
자자.. 서둘러 올라가자.
잠시후 계곡의 식당마다 일명 삐끼~ 들이 등장했다.
계곡꺼정 봉고차로 모신다고 했다.
으흐흐.. 이왕 묻지마 계곡여행을 시작했으면 역시 아줌마처럼 봉고차를
타주는 것이 또 나름대로 맛이 난다.
봉고차는 아마 폐차직전에 건져온건가보다.
차라기 보다 달구지 가타따. 달구지를 타고 힘차게 계곡을 향해 가파른 등산로를
오른다.
이런 빌어먹을 불친절한데다가 더럽고 꾸질꾸질한 차를 몰상식하게 험하게 몰다니!!!!
이 대사가...
기사아자씨도 터프하고... 봉고차도 터프하고.. 등산로도 터프하다. 시원한 산바람이 부서진 차창으로 스며든다.. 상쾌하네~
이르케 바뀌었다.
좋다.. 모든게 다 용서가 된다.
주차장에서 부터 시작된 산자락 백숙집이 삐끼들을따라 봉고차를 타고 한참을 들어간 후
지저분하게 즐비한 식당들틈에
계곡으로 가는 작은 계단이 있다.
사람의 흔적이 없는 산속의 작은 계단...
한참동안 산을 돌아 헤매다 신선이 사는 계곡의 결계입구를 발견 한 것 같다.
북한산 입구의 기념품가게에서 만난 어린 고양이...
온몸에 줄을 칭칭 감고 졸음에 겨워하고 있는 녀석하고도 한컷..
으흐흐.. 바로 이것이다.
드디어 그들을 만나게 된것이다.
계곡에 질펀하게 평상을 펴고 백숙을 뜯는 아줌마 무리를 발견했다.
친근함과 푸근함이 밀려왔다.
그르나... 계곡의 모습은
정녕 이러했다.
가뭄과 더위로 녀석들은 말라가고 있었다.
힘들면 말을 하지...
그와중에도 우리의 기운찬 동심들은
알록달록한 튜브를 띄우고 물놀이에 한창이었다.
저 더럽고 뜨뜻한 물에 발이 담그고 싶어쓰까.. 라고 밖에 생각할 줄 모르는
나에게
그들의 작고 여린 오후는 너무나 찬란했다.
삐끼들이 데려온 식당의 닭도리탕이 오죽할까마는
역시나...
기름 동동뜬 질긴 닭고기는 아무 맛도 없는.. 니맛도 내맛도 아닌
닭고기 뻘건국물에 목욕하기 였다.
내가 만든게 훨씬 맛있다는 벗들의 평이다.. 흐흐흐흐
(닭도리는 일본말이야... 라고 딴지 걸지 말자...
나는 닭볶음이나 닭새탕 보다.. 닭도리탕이란 말이 더 먹기 좋은 기분이 든다. 닭도리탕과 인생보고서라는 글에서도 썼지만.. 세종대왕이 쳐들어와서 혼쭐을 내주시면 죄송하다고 사과는 하겠지만 그래도 짜장면을 굳이 자장면으로 발음해야 한다고 우기는게 사실은 못마땅하다)
그러타면....
일단은 그래도 일잔씩 하고..
남은 것은 우리의 마지막 일정~ 우리 모임의 꽃!
모임의 궁극!
도박.... 을 할리가 없다. 우리도 양심이 있지
온가족이 모여서 수박먹고 백숙먹는 국립공원 계곡까지 와서 포카판을
벌일만큼 비양심적깡통이 아니닷.
그리하여 시작한 게임은.. 보드게임 보난자!
들어보셨나?
올 추석 가족모임에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다 같이 모여서 보난자 한판 하시길
권하고 싶다.
보난자는 콩밭에 각종 콩을 심고 수확해서 팔고 돈을 버는 게임이다. ^^
반짝이는 왁스콩도 있고 커피콩에 레드콩 도 있고
럭셔리한 콩, 깡패같은콩.. 이름도 다양한 콩들을 밭에 심는데
심을 수 없는 콩은 팔아야 한다. 서로 상대방한테 팔기도 하고
선물을 하기도 하면서 인간관계의 참 의미를 알게 된다고나 할까 ^^
저거뜰이 평소에 날 으뜨케 생각하고 있었는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해준다.
값비싼 콩을 눈물을 머금고 싸게 넘겨야 할때가 있다.
그때를 포착해서 나는 최대한 싸게~ 콩을 사들여야 한다. 그리고 다시 나에게
필요없는 콩을 아주 비싸게 판다.. 흐흐흐...
이 게임이 한판이 끝나는데 거의 4-50분이 걸린다.. ㅡ.ㅜ
겨우 두판 했는데.. 해가 저물었다. 하하하.
그래도 재밌다.
다음번엔 신랑도 같이 해보기로 하고 오늘의 산중유람은 여기서 끝...
내려가는길에 길가의 강아지 풀과
늠름한 누렁이를 만났다.
누렁이는 길 한복판에서 세월과 싸우는 중인거 같았다.
물론 ㅅ ㅔ월이 이기겠지만
누렁이는 그래도 한여름을 느긋하게 흘려보내지 않았던가.
궁극적으로 누렁이는 그닥 밀리지 않는 인생을 사는 것 같다.
그래..
깡통..
너도 어쩌면 세월에 무릎꿇겠지만
지금 당장 이산을 내려가면 또 승리자가 되보자..
여름아.. 이젠 정말 안녕이다!
너무 지겨웠지만 내년에 또만나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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