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베님이 자갸랑 제주도 갈꺼라고 자랑을 하셔서 문득떠오른
제주도에 관한 아픈기억이 있기에 예전에 써둔 글을 올려봅니다.
제주도...ㅡ.ㅜ
여러분들은 기억에 남는 여행이 있으신지 모르겠습니다. 깡통로봇은 아주 오랫동안 잊지 못할 여행이 있습니다.
7-8년전인가 친구랑 단둘이서 제주도에 갔었습니다.
푸하하...
정말이지 아파트 담벼락 보다는 바달 볼 수있는 언덕이 좋아서...신혼부부 몰려와 똑같은 사진찍기 구경하는건 좀 짜증 나지만 그래도 구경갈려구...
그렇게 떠난 여행이었죠.
2박 3일 동안 제주도 바닷가를 휩쓸며 물을 흐려보자는 결연한 의지를 굳게 다지고 새벽일찍 김포공항에서 만난 친구....
허겁지겁 뛰어가,
"친구야...잠깐만 기둘려... 돈좀 찾아가지구 올께" 하자,
친구 역시
"같이가자 친구야...나도 찾아야 되고돈"
하는 겁니다.
우린 손 붙잡고 cash기를 찾아 다녔죠.
허걱...서울은행 캐쉬코너가 없습니다. (지금은 서울은행이 없나요??)
오늘은 광복절...타은행카드가 안됩니다.(그당시엔 휴일엔 타은행 카드가 안됐었져...T.T)
약간 불안했습니다.
주머니를 털자 나...2만원...친구...만원...있더군요.
조금 더 불안해집니다.
하지만 모....제주도 가서 설은행찾아보자....하고 비행길탔죠.
공항 도착 아침 10시....이때부터 걸어서....
시내버스타고... 또타고 또갈아타고
물어봐서 또타고...
물어 물어서....
서울은행을 찾았습니다.
고행의 시작이었습니다.
새벽부터 잠도 못잤죠, 배도 고프죠, 덥죠,
옷은 땀에 젖어서 하얗게 소금 얼룩이 졌죠...서울은행은 없죠...
제주시내 버스 노선을 다 외울 지경이었습니다.
어렵사리 찾은 서울은행 로고!
"앗! 서우르르르....@!#$%^&@#$^@@$^"
이런...
창구에 문의 하랍니다...
이젠 불행해지기 시작합니다.
포기하고 오늘은 더 늦기전에 민박이라도 잡아 놓자 싶어
중문단지 안에 민박을 잡았습니다....2만원이더군요...만원 남았습니다.
이때가 오후 두시....
그런데 어깨랑 팔이 홀라당 탔더군요...
기운 없고 배고프고...죽을것 같았습니다.
친구랑 상의 했죠.
"이돈으로 밥먹을래? 인제 겨우 오후 두신데...밥먹구나면 우리 모하냐?"
"...."
"그럼 이돈으로 여미지 식물원이랑 폭포있는데 가서 놀까?"
"...."
그래! 굶자....
태어나서 일평생동안 밥만먹고 살순 없지 않겠냐...
여미지 식물원에 갔습니다.
정말 지금 생각하면 미친 짓이었습니다.
여미지 식물원 가보신분 아시겠지만 엄청난 습기와...
후덥지근한 공기...
거기에 하루 종일 굶고 헤맨 두여자...
배고픈자에겐 도솔천넘어 당도하는 지옥문 속을
유람하는 것보다 더한 고통이었습니다.
그래도 없는돈 털어서 드러간건데...
보는데까지 보겠다고 걸어는 봤는만...
그게 어디 관람입니까? 머리속엔 암생각 없죠, 기운도 없죠....
우린 서로 아무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아빠 손잡고 놀러온 꼬마애 손에 들려진 핫도그!
난 내가 그걸 쳐다보고 있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내 고개의 이동속도가
핫도그가 이동하는 속도와 비례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때 옆에 앉아 있던 내친구와 시선이 마주쳤습니다.
그녀 역시 핫도그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었던 거십니다.
처절하게 느껴지더군요.
이럴 바엔 차라리 잠이나 자자...그랬죠.
남은 돈을 털어서 너구리 라면 하나
(잊혀지지도 않습니다...T.T)랑 생수 하나를 사서 방으로 돌아왔습니다.
"우리 내일 아침에 물 많이 넣구 라면 끓여먹자..."
"그래...잘자...내일 아침... 라면...꼭...."
"그리구...내일 돈찾으면 꼭...핫도그 두개씩 먹자"
남들 저녁밥 먹구 바닷가로 나이트로... 술집으로
놀러 나갈 시간에 우린 두손 꼭 붙잡고 허기를 잊기 위해 잠을 잤습니다.
너구리 라면을 꼭 끌어 안은채...
여행가서 8시에 잠자리에 들어서 다음날 은행문 여는시간까지
반드시 자야만 하는 그 심정 아십니까?
그리고 다음날 아침...
냄비 가득... 한가득 물을 붓고
라면 한개(-_-)넣고 끓인 라면...
국물꺼정 다 긁어 먹습니다.
너구리에 들어 있는 조각 다시마까지 씹어먹었습니다.
죽을 힘을 다해 캐쉬기가 있는 은행을 찾아갔습니다.
.
세상은 놀라워집니다.
돈을 찾았죠...부러울게 없습니다.
먹고 또 먹었습니다.
한이 많은 민족이라 그런가 봅니다.
그래도 눈물을 흘리진 않았습니다. 의연한 모습이었죠.
천지연, 천제연, 정방폭포, 삼성혈, 일출봉, 민속촌...또 어디더라...
버스타고...또 걷고...
3일내내 제주도 외곽선을 따라 일주를 했습니다.
미친듯이 돌아다니고 나서 문득생각한건데....
바다에는 발도 담그지 않았던 겁니다...
8월 삼복더위에 섬에 놀러가서 이게 모하는 짓이랩니까?
아마 첫째날을 그렇게 보낸 탓에
한가로이 있을 여유가 없었던 탓일 것입니다.
아니면 역시나 한이 맺혔던지...
우리의 3일 간의 제주여행은 그렇게 끝났고...
덕분에 둘이 합쳐 여행비를 10만원도 채 쓰지 않았더군요.
우리 둘은 그후로 주머니에 1만원 이상의 현금을 꼭 가지고 다닙니다.
15일 경이 되면 불안, 초조한 증상에 시달리게 되죠...
해마다 광복절이 되면 우린 남쪽을 향해 묵념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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