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이 그림일기

세여인의 다르지만 같은 이야기

영혼기병깡통로봇 2004. 4. 23. 01:27

수다

 

오늘은 서방님따라 꿈도 명예도 버리고

이역만리 광주로 시집간 내친구 백세가 상경하는 날이다.

 

자주 만나기가 힘든 관계로 백세가 상경하는날은

어떻게서든 머리를 짜내서 꼭 만나줘야 하는거시

우리 원정도박단의 불문율이다.

가끔은

아니.. 이누무 기지배가 머이 대단해서

상경만 하면 임금님 행차 하눈거처럼

스케줄 짜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하는거야!!! 앙~!

 

이라고 반항하고 싶지만

그래따가 백세네 등치 조은 신랑한테 맞아죽지 싶기도

하거니와..

그것보다... 사실 우리는 백세에게 중독되어 있나보다...

 

백세는 등촌동에 볼일이 있다.

나는 논현동에서 일을한다.

구리구 우리 막네 여시는 집이 산본이다.

 

ㅋㅋㅋ

간밤의 열띤 토론끝에 짜낸 시나리오는

산본에 있는 막내가 차를 가지고 나온다.

백세를 태운다.

그리고 논현동으로 온다.

깡통로봇은 점심을 쫄쫄 굶으면서 이들이 도착하길 기다린다.

그리고 회사에는 점심 약속이 있다면서 2시경에 나간다. ㅋㅋ

그리고 만나서 놀다가

깡통은 회사에 복귀하고

여시와 백세는 남은 시간을 즐겁게 놀아본다...

 

이런 것이다.

 

구리하여 우리의 삼각구도로 펼쳐진

부킹 시스템은 신사사거리에서 그 접점을 마련하고

드디어 2시 30분... 조인을 하기에 이르른다.

ㅋㅋ

그리하여 광주댁과 산본댁과 인천댁이...

 

강남 한복판에서 부킹을 하게 된 거시다...

 

그리하여 결과..

여인 셋이 모였는데 접시 깨지는 거 정도야 우습지

 

수다 내용?

이런거다..

 

반신욕을 매일 매일 했더니 백발이 성성했던 중년남성의 머리에서

흑발이 불쑥불쑥 자라더라는 생로병사의 신비에 관한 이야기에서부터

 

여시가 홈페이지에 올린 일본사는 여시네 사촌오라버니의 쿨한 외모에

반해버린 세 여인은 여자친구는 있지만 언니가 어떻게 해볼라느냐고

음모와 수작을 시작하려 했고, 거기에 깡통은 쓰레기 처리하러 일본가기는

너무 어려우니 아쉽지만 이쯤에서 사랑을 포기 하겠노라는

애절한 실연의 상처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우리 강아지 민이를 차에 태우고 가다가

민이가 안절 부절 못하기에 왜그러나 했더니

똥꼬에 응가가... 나왔다 들어갔다... 하는 절박한 상황..

차안에서 대소동이 벌어지면서.. 민이야 안돼~~ 쫌만 참어...

주택가 후미진 곳으로 급정거 하다가.. 그만...

민이가 참지 못하고 응가 한방울을 흘린 얘기...

응가한방울 땜에 차안에서 전쟁치르느라

차가 뒤집힐뻔했던 얘기..

 

시간에는 참 여러가지 종류가 있다.

죽어라 기다려도 오지 않는 퇴근 시간이 있는 반면

잠깐 눈감은것 같은데 아침이 도착해있던 시험공부시간과

엉덩이 붙이고 안부인사 잠깐 한거 같은데

헤어질 시간이 되어 있는 것!

 

아 시간은 왜 이리 일관성이란 것을 갖지 못한 것이더냐..

 

광주부인 백세는 남은 시간동안

반신욕의 신비를 몸소 체험하러 여시와 함께 찜질방에서

해피한 반나절을 보내고

귀향했다고 했다.

 

조금만 더 여유가 있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지만

이런 짧고 절박한 만남이 주는

흐뭇함이란 것도 있다.

 

아직은 백세가 아기가 없지만

올해는 꼭 좋은 소식이 있을 거다.

몇번의 유산으로 마음고생을 겪고

젊잖지 못한 졸부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돈많은 시댁어른들 때문에

백세는 1,2년새 부쩍 더 어른이 된거 같다.

 

나는 어른이 되기는 커녕 친구들 앞에서

푸념과 하소연만 늘어 놓는 그저 그런 아줌마였을 건데...

백세는 참... 지혜로운 여인이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하는

그런 녀석이다.

 

그렇기 땀시.. 나는.. 우리는

그렇게 백세에게 중독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백세의 2세는 백세를 닮은 현명하고 지혜로운 여인을

아내로 맞는 아들이었음 좋겠다.

그냥 아들이었음 좋겠다.

엄마의 딸이 되어 성장하는 건 참 마음이 늘 아푸니까...

그녀의 아이는 그냥.. 아들이었음 좋겠다

 

 

ps:

간만에 쌀국수집에 가서 쌀국수를 먹고

월남쌈을 시켰다.

 

그리고 깡통은 이러케 말해따

얘들아.. 내가 올린 월남쌈 사진 바찌?

그게 훨낫지 않냐? 구지?

 

예상하시는 바대로..

뭐... 그다지 호응이 좋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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