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꼴로지니 2001/3/29 (Thurs.) 10:44:00
감자에 싹이 나고 잎이나고...
감자...감자...
어린시절 그렇게 애타게 불렀던 감자를 그려봤다.
누군가 내 뒷목에 손가락 하나를 쿡찍으면...
아... 그 아리까리한 느낌...
대체 뭘까? 엄지손가락? 검지? 약지? 두툼하던데.. 엄진가?
아냐 뺑끼일지도...
(어릴땐 뺑끼란 단어도 쓰지 않았다. 속임수일거야...
또는 오빠가 장난치는 걸지도 몰라...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이젠 안다.
감자에 싹이나고 잎이 나면 먹을 수 없다는 사실을...
감자의 싹에는 쏠라닌이라는 독성분이 소량 함유되어 있다는 사실을
고등학교 가정시간에 배웠다.
먹을 수도 없게된 감자에 대한 노래를 그렇게도 애타게 불렀던가!
그러나 사실은 위험을 무릎쓰고 싹이 있는 부분을 도려내고 먹기도 했다.
아무도 알지 못했다.
오늘 저녁 된장찌개 안에 포실포실하게 익어 있던 감자는
냉장고 야채박스안에서 남몰래 싹을 키우고 있던...
못먹게 되어버린 감자란 사실을...
오늘은 3월 29일...
아침부터 함박눈이 펑펑 내렸다.
점점 미쳐가고 있다.
오늘 아침, 싹이 나버린 감자를 버렸다.
마음이 아프다.
유유상종인... 2001/3/29 (Thurs.) 13:32:10
갑자기 니가 차려준 밥상들을 떠올려봤다...
등골이 오싹... 식은땀 삐질...
행여 날 독살할려는 순간이 있었는지를...
음냐...
김치 찌게만 떠오른다. 감자 들어간 건 없었던 듯...
난 원한 살 일이 없다.
결코 난 독살당할 이유가 없당!!!(절규)
에꼴로지니 2001/3/29 (Thurs.) 16:45:51
정말 누군가 독살하려는 음모를 키운적이 있었다.
하지만 쏠라닌 정도로 죽지 않는다.
경미한 배탈을 일으킬 뿐이다.
물론 체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사람은 어쩌면 배탈로 탈진해서 죽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은 쏠라닌에 목숨을 잃지 않는다.
누구나 어두운 곳에 방치되면 외로움이 독이 된다는 말이 하구 싶었던거다!
바보! 바보 나의 철학적, 문학적 은유 또는 포스트모더니즘적 정신의 흐름 또는 무라카미 하루끼와 왕가위 스타일의 사물에 대한 사유를 그런식으로 받아들이다니...
아! 천재는 이토록 고독하단 말인가...
유유상종인... 2001/3/29 (Thurs.) 18:38:02
무라카미 하루키, 왕가위가 다 울겠다.
짜샤...
내가 경고했쥐. 그냥 직설적으로 얘기하라구.
그렇게 얘기하니 니가 외롭지. 아니 따당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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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내가 부모님 모시고 상견례라는걸 한뒤에
실연을 당했던, 인생의 절대절명의 위기에
친구와 게시판에서 오간 이야기이다.
이게 진정 실연당한 여인네와 그를 위로하는(??)친구의
대화일수 있는건가...
좀더 진지해지면 안되는건가...
나름대로 진지할뻔도 했는데 뒷심이 부족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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