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가 힘드네...
탄식이 흘러나올때 후배녀석이 남자를 소개 시켜준적이 있다.
나보나 나이가 세살이나 어리던 그 남자는
밝고 씩씩한 사람이 좋단다.
후배는 딱 내가 아는 언니야... 라면서 나를 소개시켜줬더랬다.
그러나 나는
그때 참 살기가 힘겨웠다.
구질구질한 설명을 곁들이자면
직장을 그만두고 프리랜서의 길을 걷기시작하던 나는
결코 세상이 만만치 않음을 알아가는 중이었다.
자신만만하던 20대를 마감하고
30대의 고비에서 맞았던 정체성에 대한 의심으로
흔들리던 그 즈음..
힘든 나를 받아주지 못하던 남자친구는
결혼식을 앞두고 훌쩍 떠났다.
전형적인 O형이었던.. 밝고 쾌활한 나는 온데 간데 없고
우울하기 짝이 없는 내가 하루의 무게를
겨우 지탱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 나이 어린 남자는
참으로 어리둥절해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어느날 저녁
미안해요.. 도저히 안되겠어요...
라는 문자 메시지를 전해왔다.
잘지내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짧은 만남은 그렇게 끝이 났다.
그래..
그냥 그렇게 살아도 괜찮지 싶었다.
엄지손가락 두개로도
우린 쉽게 이별할 수 있는거구나..
핸드폰 뚜껑만 툭 닫아주면
관계 따위는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우린 다른 세상을 살것이다.
어쩌면 나는 너무 미숙했는지도 모른다.
그따위 어려움쯤 훌쩍 뛰어 넘을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은..
내 삶을 내이름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마치 남의 삶을 살았던양..
지금의 나는 누구일까에 대해서만
탄식하고 있었던 탓일것이다.
좀더 밝고 건강했으면 좋았을텐데
그땐 억지로라도 그렇게 밝아져야 하는 이유를 몰랐다.
곁을 내어주지도 않은주제에
그저 누가 옆에 있어줬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만 있을뿐이었다.
몇년의 슬럼프를 지내고나서야
나는 지금 겨우 예전의 나로 돌아가기 시작하는 중이다.
조금씩 밝아지고
엽기적이기까지 했던 나만의 즐거움을
또다시 다른사람에게 전할 수 있게 된것이 한없이 좋다.
그리고 힘겨웠던 나의 일...
역시 한술에 배부르지 않음을 그땐 모르고 그리 조급해 했음을 깨닫는다.
나는 한 계단을 이제서야 겨우 넘은 것 같다.
이제 겨우 한계단 오른 것이 속상하진 않다.
그때의 시도가 없었다면 난 아마도 아직 사방이 뻥뚫려
방향도 알수 없는 평지에 서서 아득함에
지쳐가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이제 또다른 계단을 오르려고 한다.
쉬이 지치진 않을 것이다.
나는 예전의 나보다 한층 이뻐졌다..
마음과.. 생각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참 이뻐졌다.
이런 내가 오늘도 참 예쁘다...
공주병말기..깡통로봇...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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