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꿈따위는 접은지 오래라고 생각했다.
그저 돈이나 제대로 버는 것...
빚청산하는 일에 한평생 목숨걸다 죽는 최후는 서글프다.
시를 읽고 영화를 보고 모닝커피를 마시며 아침 햇살 반짝이는 창문을
열고 싶어도... 때론 아픈 사랑에 마음아파하며 최대한 감정적 사치를
누려보고도 싶으나...(아... 내가 사랑 타령 하며 눈물나는 슬픈 글을 썼던 기억도
나려고 한다...미쳤던게야.. ㅡ.ㅡ;;; )
이놈의 통장만 생각하면 마음이 바쁘기만 하다.
그러니.. 나는 마음의 짐같은 거 없이 사는 것만이 지상최대 목표다.
중요한 것도 없고 목숨만큼 소중한 것도 없다.
오늘만큼만 내일도 살아지기를... 그렇게 바라고 살았던 것 같다.
그러나 난 나도 모르게 꿈을 꾸고 살았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다 못해 길에 버려진 복권하나를 주웠다면 어떨까로 시작하는 꿈이 어느순간 네버엔딩스토리가 되어 하늘을 날다보면 그건 더이상 지어낸 이야기가 아닌게 된다..
그리고는 혼자 생각에도..
아냐 그건 너무 비현실적이니까.. 스토리를 조금 고치자... 라면서 다시 앞장면으로 몇장면을 거슬러올라가서 다시 시작한다.
ㅡ.ㅡ;;
고치긴 멀 고치고... 비현실적인건 또 뭐고...그럼 현실적인건또 뭐냐...
바보 같기만 하다.
고치면... 고치면 그게 현실이 될 것만 같은가보다.
그러다 스케치북을 펴고 색연필을 들고 나면 뭐하나 그릴 것도 없다.
머리속은 하얘지고 점하나라고 찍을 수 있을만한 실마리 하나 없이 멍하게 있다가 그냥 우리집을 그리고 싶어졌다.
마치 초등학교 미술시간처럼 말이다...
엄마 얼굴을 그려보세요... 우리 동네를 그려보세요...
그런.. 미술시간 처럼...
마침내 그냥 그려진 우리집에서부터 또다시 네버엔딩 스토리가 시작된다.
그래 뭐 허접하지만 소박한 우리집을 그려볼까로 시작했던 그림은
"돈을 벌어서 우리집을 지으면..."이 된다.
아니다... 건물을 짓자.. 단순한 집보다는.. 이왕이면 돈도 되구 좋잖아..
1층엔 고생만 하고 시집도 못간 언니한테 악세사리 가게를 내주자.. 평생
언니한테는 미안하니까.. 이쁜 가게를 내주자.
그리고 2층엔 음식솜씨하나는 끝내주는 울엄마한테 고급 레스토랑을 차려주자.
울엄마의 고급 레스토랑은 엄마가 직접 담근 조선 간장이랑 30년은 더된 액젓으로 담근 김치랑.. 칠성사이다보다 훨씬 시원하고 개운한 동치미 국수를 내주는 거다.
그리고 30년 노하우가 쌓인(지역구에서 표창장까지 받은 ㅡ.ㅡ;;;) 엄마표 누룩술을 아주 비싼 값에 팔면 아주 좋을 것이다.
나라에서 술을 담그는 것을 금지하던 시절부터 울엄마가 누룩을 띄우고 고슬밥을
해서 만든 동동주인데.. 이게.. 인기가 장난 아니다. 먼데서도 차를 타고 사러올
정도다.
사업성이 있다!!
어쩌면 배상면 주가를 능가하는 브랜드가 될지도 모른다.
울엄마네 식당 이름은 우리집으로 했으면 좋겠다. 우리집이니까 ^^
그래... 건물 이름도 있는게 좋겠다..
lee's house
단순한 이름일수록 의미하는 바는 크다.
어떻게 큰지는 묻지 말아 주길 바란다.
그냥 그안에 뭔가 많은 의미가 있겠거니... 그렇게 믿어주길...
때때로 의미가 필요할때 집어 넣을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되는 그런이름을 지어줄 것이다.
그리고... 옥상에는 나무와 꽃과 푸른 잔디를 심고 단층짜리 펜트 하우스를 지을 것이다.
그리고 옥상에는 태양과 투명인간을 기다리며 일광욕을 하는 내가 있다.
날카롭게 빛나는 수영장에는 한가로이 우리 민이가 수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우리민이는 목욕도 싫어하고 물이라면 질색을 하지만 럭셔리한 삶을 살게 된다면 민이도 달라질지 모른다.
그리고 나의 이 아담한 3층짜리 건물은
결코... 검은먼지 날리는 도시 담벼락 사이에 힘겹게 낑겨서 있는.. 그런 건물이어서는 안된다.
넓고 푸른 들판에... 그냥... 외딴 섬처럼 서있을 꺼다.
황토흙냄새 부드럽게 날리는... 그런 들판에...
그리하여 나의 네버엔딩스토리는 절대... 되돌이표나 마침표 없이 다시 시작된다.
마늘냄새, 암냄새, 술냄새, 입냄새... 세상의 온갖 더럽고 불쾌한 냄새로 터질것 같은 전철을 타야하는 아침으로 되돌아 가는 일 따위없이..
내일도 다시 시작하는 꿈속엔... 폐쇄되어진 다른공간에 갖혀버린 몽상이 있을 뿐일지라도 외딴 섬에서 시작하는 스토리를... 나는 다시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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