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로봇의 노래

386세대를 맴돌던 주변인의 원정도박

영혼기병깡통로봇 2004. 3. 15. 11:20

3일을 연속으로 칼럼을 쉬었다.

하지만 나름대로 바쁘고 피곤한 주말을 보낸탓에

지금 월요병에 시달리고 있다.

광주로 시집간 친구부부가 오랜만에 올라와서 원정도박단이 다시 한번 중지를 모으게 된 게다.

조.. 아래 글들을 이전부터 읽어 오신 분들은 알 것이다.

우리 원정도박단 멤버들의 강력한 수다와 밤샘 도박의 맹독성에 대해...

 

하지만 도박모임이 순간 위기를 맞을뻔 하기도 했다.

대통령 탄핵이 가결되었다는 뉴스가 하루종일 황사바람 보다 강하게

공기속에 스며 지속적이면서도 집중적인 정신공격을 가하고 있었다.

 

우린 나름대로 386세대를 겨우 비껴간 세대다.

90학번이며 71년생이며 30대 초반이니... 가까스로 386에 비껴서 있는.. 어찌보면 다행이고 어찌보면 덕분에 더 암울한 세대다.

 

깊이 있게 사회에 뛰어들지도 못했고 지금의 아이들처럼 이념으로부터 자유롭지도 못했다.

그렇게 잔치는 끝났다고 믿었었다.

그렇게 서른을 맞아 정치와 사회따위는 어지러진 잔치상을 치우는 누군가의 바쁜 손길아래 슬그머니 정리되어야 마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성과 집회,,, 학원문제에 대해 한번쯤은 최류탄속을 뛰어 다녀보았던  우리는 이날... 지금 당장 여의도로 뛰어가자는 한 친구를 만류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 야.. 참담하고 비통하다... 정말 우리가 여의도에 가줘야 되는거 아니냐..

- 그래두 언니.. 우리 오늘 몇달만에 만난거야... (몹시 중요한 사안이다. ㅡ.ㅡ)

- 참어... 언니.. 가서 밤샐 각오 아니면 가지두 말어.. 언니가 냄비야!

 

우린 다 같이 참담한 현실에 비통하긴 했지만 몇년만에 맛보는 단골집의 튀김만두를 이길 수 없었으며 힘들게 엮어낸 휴가동안 도박모임속에 온힘을 쏟아붓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져버릴 수도 없었다.

 

우리는 또다시 그렇게 모였다.

그리고 새벽닭이 울때까지 카드를 돌린다.

인터넷에서 발견한 연예인의 고교시절 사진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를 한다.  두개골 이식 수술을 받지 않고는 저런 얼굴이 될수 없지 않겠냐고 성토를 한다.

그리고 다른 한 연예인은 만만찮게 돈을 들였을텐데 별루 티두 안난다고 한다.

다른 친구는 아마도 주문한 두개골이 아직 도착하지 않아서 그럴꺼라고한다.

 

그리고...역시나 돈을 잃던 친구가 오늘도 또 돈을 잃는다.

 

사는 건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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