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로봇의 노래

누룽지 같은 우울에 봄비가 썩는다

영혼기병깡통로봇 2004. 2. 22. 00:37
 
봄비가... 장마비처럼 내리는 토요일이다.
바람소리도 스산하고 번개도치고 날도 으슥하다.
그리고 오후...
사는게 지겹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우울이란 놈은 이런 날씨만 되면 감기처럼 공기중에 스며드는 전염병인게 틀림없다.
사는게.. 지겹다...
누구에게라도 싸움을 걸었으면 싶은 날이있다.
오늘이 그렇다.
오늘의 소일은 게임을 하며 하루를 보내는 것이었으나 그 와중에도 머리속으로는 아침부터 사장이 보내 놓은 문자 메시지의 의미를 분석하며 하루를 보냈다. 아직도 결론을 내리진 못했다.

현재 진행중인 업무/해야할 업무를 구체적인 일정을 구분하셔서 오늘 이메일로 보내주고 지금까지 진행해온 프로젝트 ... 구분해서 CD로 구워서 가져 오란다.
띠불... 오늘 휴무인거 알면서 그딴 쪽지 날려서 오늘 메일로 보내라는 강조를 하는 이유를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저 말의 의미는 어쩌면 이제 인수인계하고 그만 두라는 말일까? 아니면 프로젝트 끝나고 헤이해져 있으니 당장 업무 보고 하라는 뜻일까?
아니면... 두가지 다를 내포하고 내 나름대로 해석한뒤 먼저 액션을 취하라... 라는 기싸움을 불현듯... 시작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가장 유력하다.
어쨌든 전부 다 맘에 안들긴 마찬가지다.

프로젝트가 끝날때까지 단한마디도.. 쉬면서하라는 빈말... 또는 대충 마무리 되어가면 들어가서 쉬었다가 오후에 나오라던가.. 그런 말들 ... 한번쯤 해주길 바랬으나.. 한번도 해주지 않았다.

사실....그런 말따위 한번도 해주지 않은게 서운한것은 아니다.
내가 날밤을 새며 일을 할때는 일이 좋아서도 아니고 일에 욕심이 나서도 아니다.
그저 쪽팔린게 싫을 뿐이다. 남한테 쪽팔린 소리 듣는거... 그리고 약속을 못지키는거... 그게 싫을 뿐이다. 그러니 프로젝트가 끝날때까지 누가 와서 들어가 쉬라는 말 한마디 한다 한들 일 팽개치고 띵가띵가 놀수 있는 인간이 아닌거... 그정도 일했으면 사장도 알아 주길 바랬다.
마치... 지금 시점에서 들어가서 쉬라는 말 한마디 하면 정말 내가 날개 펄럭이면서 빽빽거리는 애들 다 내팽개치고 훌쩍 텨버릴 것만 같은 것처럼...
그저.. 아.. 수고많네...로 늘 끝이다.

내가 정말 싫은 건 다른 사람 앞에서 기독교인임을 강조하면서 몹시 순수하고 착하게 살고자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거다. 난 정말 그런 놈들이 싫다.
그러다... 그사람이 위선을 떨고 있는 것도 아니며... 더우기 그 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 사람도 나름대로 고민스럽고 많이 생각하고 한 행동일꺼다.
그러나...  그는 단지 모르는 것 뿐이다.
이승연도 네띠앙 사장도 어쩌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단지 모르는 것 뿐이다.
자기가 아무생각 없이... 아니다.. 차라리 아무생각이 없으면 다행이다.
근데 무쟈게 열씨미 고민하고 생각해서 낸 결론일꺼라는 거다.
그것은 즉 자기자신이 생각하는 기준에서 옳다고 생각하는 일...
이 것이 정말 옳은 것인지... 다른 사람에겐 상처가 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판단력의 스위치가 잘못조작되고 있는데 그 사실을 모르고 있는 사람인거다.

젠장...
난...
개구리가 되는게 정말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