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책:생각

뜻밖의 발견, 인굿컴퍼니

영혼기병깡통로봇 2005. 8. 29. 18:20

노팅힐

나는 당신에게 사랑을 구걸하는 한 여자일 뿐이에요.

 

남루한 아파트에서 변태같은 룸메이트와 함께 사는 소심한 서점주인 말고는

안가진 것이 없는 최고의 어떤 여자가

남루한 아파트에 사는 그 한 남자 만을 원한다는데야...

아.. 진정한 남자의 로망이 아니던가..

 

 

러브액츄얼리

사랑은 어디에나 있다.

 

그럴지도 모른다.

조금만 주위를 둘러 보면 사랑은 실제로 어디에나 있는 것이다.

11살 샘의 풋사랑에서 아버지와 아들, 오래된 부부, 친구와 친구..

 

죽음의 공포가 눈앞에 닥쳐 있을때 떨리는 음성으로

사랑한다는 한마디를 전하던 사람들을 기억한다.

 

사랑보다 더 큰 고통이 있나요?

아..

비록 그것이 고통의 형태를 가졌거나

증오의 이름을 가지고 독을 키우고 있거나

우리는 일생을 거쳐 그야말로 수만가지의 사랑을 경험한다.

그러나 또 자주 잊기도 한다.

 

 

귀여운여인

백치미의 진수를 보여줬던 줄리아 로버츠.

무노동 무임금 노동자탄압을 총파업으로 맞서며

가열찬 투쟁의 시기를 보내던 당시...

월급봉투란 신성함 그자체요

아름답고 귀여운 여인의 천진한 미소따위는

천박하기 이를데 없는 무뇌아들의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십여년전 그녀는 지구상에서 가장 빛나는 생물이 되어

쭉뻗은 다리와 갈색 땡땡이 원피스로 내 심장위를 뛰어다녔다.

물론 리차드기어의 힘이기도 했다.

 

 

브리짓존스의 일기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서른 넘고 뚱뚱하고 꼴초인데다 직장도 없는 어느 노처녀가

매일밤 음주가무에 빠져 놀다가 혼자사는 너저분한 아파트에

돌아와서는 남자도 없고 가진것 없고

직장도 없고 뚱뚱한 자신을 자학 하며 쳐진 똥배를 수습하고자

대형 면빤쓰를 입는다.

 

누가 우리집에 카메라를 달았는지도 모른다.

 

 

미술관옆동물원

사랑이란 게 처음부터 풍덩 빠지는 것인 줄로만 알았지..

이렇게 서서히 물들어 버릴 수 있는 것인 줄은 몰랐어

 

햇빛이 비치지도 않는 탓에 노을이 지지도 않고

중력이 미약해 소유하지도 못하는

불쌍한 달 같다던 춘희가

어느덧 맑고 투명한 사랑으로 물들어 간다.

 

춘희의 마음속으로 한발 한발 걸어 들어가다 보면

나도 가랑비를 맞는 어느 아침 처럼 시린 사랑을 만나게 될 것 같았다.

 

 

아멜리에

지식인에 "아멜리아가 자폐증인가요?" 라는 질문이 올라왔다.

사람들은 참 신기한 인식구조를 갖고 있다.

보라는 건 보지 않고,봐야 할 것도 보지 않고 그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행복한 이야기인듯 보이지만 어딘지 쓸쓸하고 외로운 영화였다.

그 실체가 만져지지 않은 탓인지도 모르겠다. 저 질문은...

세번쯤 더 보라고 답변해줬을텐데..

하긴... 공주시켜주지 않으면 출연 안하겠다고 버티는 통에

대본 수정까지 했다는 모 드라마를 잠깐 보면서

 

부자집 딸은 뽕을 맞나요.. 라는 질문이 나도 하고 싶었다.

 

 

그리고 인굿컴퍼니,

일단 시장에 내 놓으면 못먹어도 본전은 찾는 것이 로맨틱 코메디이다.

물론 블록버스터에 비해 제작비도 적게 드는 탓이겠지만...

어쨌든 영화홍보사는 이영화를 로맨틱 코메디라고 소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은 영화와 전혀 달랐던 홍보에 황당하기만 했다.

 

영화홍보의 작전에 어이 없었고

또 그 작전덕에 뜻하지 않은 즐거움을 만나서 감사했다.

 

혹자는 로맨틱드라마와 휴먼 드라마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느라

어느것하나 잡지 못했다고 혹평을 하기도 했다.

 

영화는 갈팡질팡 하지 않았다.

갈팡질팡한 것은 어리석은 마케터의 양다리 걸친 홍보전략이었을 뿐이었다.

질좋은 코메디 인것은 확실하지만

감독은 결코 로맨스를 선택하지 않았다.

 

결코 가볍지 않은, 그러나 그닥 무겁지도 않은 영화...

대박이 날 것 같지는 않을지도 모르지만

7천원이 그닥 아깝지는 않은 영화였다.

물론 이건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이며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드라마이기 때문이지만

어쨌든

이영화는 포스터에 스칼렛 요한슨이 나와서는 안되었다.

 

 

이제 여름이 끝나간다.

바다의 아우성이나 계곡에서 들려오는 고요한 유혹에 미쳐서

못먹어도 고를 외치며 휴가를 다녀온 지금...

아마 숭덩숭덩 빠져나가는 월급 통장을 부여잡고

피눈물을 흘리고 있지나 않으신지...

 

 

월요일 첫날 부터 술한잔을 권하는 동료가 있거나

동성친구와 저녁약속을 잡았다면...

 

별것도 아닌 일로 나이 어린 상사에게 돌팔매를 맞고

눈탱이 퍼런 개구락지 신세가 되어

때려쳐 말어... 하다가 보니 

메신저에 등록된 친구녀석들이

죄다 연애질 하느라 넋두리조차 들어 주지 않는

우울한 시츄에이션이라면

 

이 영화 한번 봐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