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 요새도 연애하냐고 물었다.
너무 당연하겠지만...
아들 셋과 마누라를 영국으로 보낸
그는 지금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하긴 그는 오래전에도
결혼같은걸 하면 안되는 사람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연애라고 말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요즘은 그저 숨쉬고 밥을 먹는 것처럼
그저 여자를 만날뿐이라고,
이제 마음으로 사람을 좋아하는일은
좀처럼
없는것 같았다.
24살짜리 여자애를 리버사이드에서 만났노라고
단지, 춤추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그는 나하고 아주 죽이 잘 맞았다.
그는 사업적으로는 무서운 통찰력을 지녔다.
그리고 술과 여자와 노래와 놀이에서 좌중을 압도하는,
호탕한 카리스마가 있는 그에게서
때론 너무나 감성적이어서 금방 눈물을 뚝 떨어뜨릴것 같은
감수성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큰형에게 아버지의 사랑을 다 뺏겨버린 막내아들의
외로운 어리광이 살짝 살짝 드러나는 것이
실상은 그의 의도적인 무기일지는 모르겠으나
밉지 않은 얼굴로 관찰하게 만드는 힘인
것은 분명했다.
가끔 신나게 웃고 떠드는 나에게
너 무슨 안좋은 일있지 라고 물어보는 사람은
대학때 단짝친구 말고는
처음이었다.
어쩌면 가슴 깊이 그에게 동질감과 비슷한..
기댈만한 언덕을 만들어 두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만큼이나 무심한 시간이 흐르고
사는게 다 그렇듯이
어찌어찌 하다 보니 6년만에 다시 만나게 된 그는
그러나 24살은 이젠 감당이 힘들다고 말했다.
그럼 몇살정도면 감당이
될거 같은지를
묻고 싶었지만 그것도 그만 두었다.
호기심이거나 경멸이거나 둘중 하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득,
그의 24살 여인이 나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 시절엔 그와 술을 마시고, 함께
웃고
그의 여자에 대한 얘기와 아내와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나누는,
마음이 잘 통하는 친구 역할을
거뜬히
수행했었는데 나도 나이를 먹는구나 싶었다. ^^
24살짜리와 함께 백화점을 순회하고
수표를 끊어주며 필요하면 아파트 한채쯤도
어렵지 않은...
그리고 그는 절대 가정과 명예를 포기하지 않을
사람일테니 부담도 없다!!
라는 생각을 6년만에
만난 술자리 내내... 했다.
20대에 그와 어울리던 넉넉하고 편한 친구는 간데 없고
24짜리가 살짝 부럽기까지한,
남의 인생에 무임승차라도 해보고 싶은 쓸쓸한 내가 있었다.
별책부록>>
--->> 여름특선 호러버전 ㅋㅋㅋㅋ
--->> 약간 덜 호러버전 ^^;;;;
맘에 안드셔도 내맘이오 으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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