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로봇의 노래

숨쉬기만큼만 필요한 희망

영혼기병깡통로봇 2005. 5. 22. 21:08

글 쓰기를 좋아하시나 봐 ! 별 내용은 아니지만 읽어 볼만   감사!
 

 

라고..


자못 뭐랄까..
애써 인사 한마디 남겨주신 분께는 죄송하지만
그리고 내가 배배 꼬인 인간이라 그런지도 몰라서
그것도 죄송하지만

 

 그 한줄의 느낌은
부모님전상서에 나오는 미연엄마같은 말재주를 가진 사람처럼 느껴졌다.

 

 울엄니는 음식을 참 잘하기로 정평이 난 분이시다.
그리고 아주 소박하신 시골양반인지라
누가 한입 먹고 맛이 좋다고, 참 음식이 맛나다고 한마디 해주시면
기분이 날아가셔서 장이고 김치고 남김없이 퍼나르는 분이시다.

 

게다가 은근히 칭찬을 기대하시며 하는 한마디는
더욱 귀여우시다.


'정신 없이 대충 만들어서 별 맛이 있을지 모르겠네'

 

그러다 언젠가 누군가 칭찬이 서투른 친척 한 사람이
명절날 모인 식사자리에서

 

'먹을만 하네요'

 

라고 한마디 한적 있는데
엄마도 아니고 그 옆에 계시던 아버지가 갑자기

 

'맛있는게 아니고 그냥 먹을만 한겨?'

 

라고 한마디 하셨다.


크크.. 오랜 세월 엄니를 봐온 아부지로서는
엄마의 소박하고 귀여운 자랑거리를 지켜주시고
싶었으리라.


그러니 엄니의 얼굴 표정은 설명하지 않아도 느껴지실 것이다.
부부는 일심동체, 부창부수인것을..

 

그 친척아저씨는 생각없이 내뱉은 한마디에 몹시 뻘쭘해 하고 변명하느라 진땀을 빼고
 우리 모두 킥킥거리며 시간이 아주 오래 지난 뒤에도 명절때마다 화제거리가 되는 이야기가 되었다.

 

 충청도 양반들이 좀 그렇다.
우스개 소리도 있지 않은가.

 

'냅둬유 개나 주지 뭐'

 

 흥정하기 싫어하는 고집쟁이 장사꾼을 빗댄 얘긴데
충청도 토박이인 우리 부모님을 생각하면 킥킥대질만큼
꼭 맞는 비유였다.

 

 글도 잘 못쓰는 주제에 글을 쓰고
거기에 한 발 또 더 짚어 뻔뻔 스럽게 누군가에게 읽혀지도록
앞마당에 널어 놓기까지는 했는데
읽어보면 역시나 별 내용은 아닐게 뻔했다.


그리고 조금 예의 바른 사람은 예의 꽤나 차리느라
하는 수 없이.. 정말 하는 수 없이..
그럭 저럭 읽어 볼만은 했노라고 인사 치례를 해주기도 하니
실상은 감사해야 하는 일인데

 

 누군가가 글 밑에 남긴 저 한마디가
충청도 아줌마의 피가 흐르는 내게는
그저 감사하다고 넘어가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도 않았고
순순히 다녀가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이 쉽게 나오지가 않았다.


어찌하랴..

고집쟁이에 배배꼬인 인간인 것을..

 

그래도 어떤 사람인지 자못 궁금하여
인사말의 주인공의 발자취를 따라 블로그를 방문하였다.

 

 허락도 없이 퍼나른 내 글이 스크랩 되어 있는건 아무 상관 없었다.
그저 그런 글을 스크랩 해 주니 고맙네.. 라고 생각하며 밑으로 내려가 보니..

 

 그 밑에
호화찬란하게 각 잡아서 잔디깍기로 온몸의 털을 밀고
알몸으로 예술세계를 펼친,
플레이보이, 팬트하우스의 여주인공들이
찬란한 살퍼레이드를 펼치고 있었다.

 

 블로그의 주인이 과연 무슨생각인지 궁금도 했다.

성과 섹스를 고차원적인 인간의 본성을 연구하기 위한 도구로 여기거나
심리학을 연구하는 박식한 사람의 일종의 퍼포먼스일지도 모른다.

 

거기다 대고 천박하다고 말하면 마치 내가 무식한 사람이 될까봐
잠시 숨을 고르고 분위기를 살펴야 하는 건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생각하기를 그만 두었다.
생각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정녕 심리학을 연구하는 학자인들 나와 내 일상의 배설물 같은 일기 나부랭이와는
아무 인연이 없는 사람일 뿐이다.

 

그것이 아니어도 하루하루가 치욕스럽고 더럽고 좌절 스럽다가
어느날은 아무것도 아닌 이유로 하늘이 따뜻하고 사는일이 감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제 나의 삶의 이유도 아니고 원인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닌 일로
고민하고 싶지 않았다.

 

글을 지우기를 요청하고 싶었으나 그리 하지도 않을 것이다.

 

힘들지 않게
되도록이면 아주 작은 일만 이해하면서 살게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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