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로봇의 노래

커피 한 잔

영혼기병깡통로봇 2009. 10. 28. 12:02

아침에 신도림에서 출발하는 마지막 전철 시간인 8시 23분을 맞추다 보니
매일 30분 정도 일찍 출근 하게 된다.
덕분에 블로그질에 여유가 생긴다.
몇년간 소홀 했던 글쓰기도 다시 할 수 있을 것 같다.
심리적인 압박이 3년 주기로 다시 찾아 오기 때문 인 것도 같다.

커피를 좋아하지는 않으나 생각이 많아질때 기댈 힘이 되는 것 같다.
던킨 커피는 종로보다 비싸다. 좋아하진 않지만 이벤트도 있고...
던킨 이벤트 때문에라고 할수는 없지만
적잖은 영향을 받으면서 아침 출근 길에 커피 한잔을 사들고 올라간다.
어쩌다 보니 4등이란다. 4등이라니....
분홍색 머그컵을 손에 쥐었다.
마음은 칙칙하게 가라 앉은지 벌서 몇일 되었다.

이렇게 까지 대놓고 미움 받는 기분...
최상열 팀장이 나를 미워하기도 했고 내 팀원들 앞에서 내 흉을 보기도 했지만
열두갑자 보다 더 나이차이가 나는 어린 아이를 앉혀 놓고 쟤 때문에 회사 오기가 싫다는
얘기를 할만큼 어리석은 사람인지라 그의 내장에서 부터 튀어 올라오는 미움에 대해
전투력이 상승하거나 상처를 입지는 않았더랬다.
저급한 그가 한심하고 안타까웠을 뿐이었다.

그러나 정과장은 왜 내가 그렇게까지 싫은가를 또 이틀 연속으로 고민하고 있다.
나는 일평생 별로 쿨하지 않은 사람이므로... 그녀가 웃으면서 속마음을 말해주기 전에는
릴레이로 고민하고 말 것이다.

대리 디자이너가 시안을 디자인팀장 참조로 해서 기획자에게 넘겼다.
디자인팀장이 아무 얘기가 없길래 시안 컨펌을 원래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애들이 시안을 줘야 하는데 자기들이 메인인줄 안다면서 아이들 문제라는 듯이 불평을 한다.
디자인팀장은 스스로 책임감이 있고 경력과 나이에 맞는 대우를 받는 것이 자존심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동감한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녀에게 디자인팀장으로서의 권위를 만들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디자인팀장이 컨펌을 해서 넘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기획자에게 그렇게 요청 하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불편하냐고 묻기도 했다.
그녀는 좋다고 말했다. 오히려 그렇게 정리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도 했다.
팀원 전체 메일로 디자인 컨펌프로세스를 지키도록 공지를 내렸다.

그러나 우연히 발견한 그녀의 단문블로그에는 나와 대화한지 5분도 안되어...

"기획이나 잘하시죠... 젤쉬운 디자인 관리... 팀원갈구느라신났네"
라는 글이 올라왔다.

그리고 기획자의 컨펌 요청에 대해 "감히 니가 디자인 컨펌따위 신경쓰고 난리야"라는 의미가 숨겨진 회신 메일을 보냈다.
디자인 담당자에게 얘기 했으니 직접 이런 메일 보내지 않으셔도 된다고...

민감한 부분임을 새삼 깨닫는다.
디자인 컨펌에 대해 얘길 꺼낸 것이 실수였을까.
디자인에 문제가 있으니 관리 하라는 얘기를 한 것이 아니었는데 그녀에게 나는 어떻게
비쳐지고 있는 걸까 반성 하고 있다.

어쩌면 그녀의 영역을 내가 자꾸 건드리고 점점 폭을 좁혀서 시키는 대로 디자인이나 하면
되는 그런 디자인팀장을 만들고 있다고 느껴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다.
지난 번 현업에서 감정적인 문제로 부딪히고 힘들어 하는 듯 해서 앞으로 커뮤니케이션을
디자이너가 직접 하지 않도록 하자고 했다.
그것 역시 그녀를 위한 조치 였으나 그녀의 자존심을 건드렸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땐 몰랐다. 그때 그녀 표정이 좋지 않았다는 얘기를 나중에 듣고나서야 아차 싶었다.

팀장은 팀원들의 마음을 다 헤아릴 수 있을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들을 위하는 마음과 그들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일해서 작게 일한 것도 크게 성과를 낼 수 있게 도와주겠노라는 마음과 노력이 거짓이 아니겠지만 결국 그들이 원 한 것은 그것이 아닌 것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다.
표정을 읽는 것, 내가 생각하는 것이 맞는지, 내가 정말 잘 이해하고 있는지..
나는 그들에 대해 오해하거나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눈덩이처럼 불어 나고 있는 요즘이다.

'깡통로봇의 노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말풍경  (0) 2009.11.23
숨겨진 열정의 O형  (0) 2009.11.05
다시 길을 찾으며  (0) 2009.09.20
월요일을 앞두고 또다시  (0) 2009.02.23
2008년 어워드 행사  (0) 2009.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