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로봇의 노래

이 죽일놈의 사람

영혼기병깡통로봇 2009. 2. 18. 00:16

뭔가를 끄적였던게 언제였는지도 모르겠다.

이젠 어디에서 부터 시작해야 되는지도 모를 만큼 허공을 딛고 시간에 기대고... 또 망각에 기대고...

그렇게 살아지면 또 감사하고...

 

음...

처음부터 되짚기가 어렵다.

그냥 회사얘기만이라도 정리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정리하다보면 또 다른 곁가지들이 달라 붙어서 기억의 실마리를 엮어가겠거니 한다.

2006년 4월에 이회사에 입사했다.

투자에 참여했던 대기업의 이익과 욕심많은 젊은 벤처사장의 이해관계가 얽혀 대기업과 젊은 사장은 법정싸움과 유치하기 짝이 없는 일명 "정치"가 난무하는 격동의 분탕질로 직원들을 너덜너덜하게 만들어 놓고 결국 제멋대로 각자의 길을 간다.

그리고 나는 남았고 눈물로 호소하며 같이 남기를 바랬던 사람들도 남았다. 사장과 함께 떠나는 것과 남는 것 사이에서 저울질 하던 사람들 중 나는 대부분 내가 원하는 사람을 얻었다. 떠나는 사장이 원하던 사람도 모두 내가 가진 것만으로 나는 승리했다고 생각했다. 내안에 피를 토하던 말던... 상관 없이...

그리고 한차례 더... 폭풍이 일었다.

대기업은 남은 직원들을 모두 흡수 할 것인지 말것인지 또 저울질 하다가 듣도보도 못한 유령회사로 직원들의 호적을 올리고 일은 대기업의 일을 하는 형태를 선택했다. 일명 협력업체 체제고 그 유령 회사는 인력을 파견하는 형태의 조직이다. 그 유령회사의 사장은 얼굴도 보지 못한 직원이 더 많았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더러운 기분은 여전 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직원들의 반감이 너무 깊어져서 도저히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을 정도가 되었을때 여직원 휴게실을 본사직원은 사용할 수 있으나 협력업체 직원은 사용 할 수 없다는 본사규정에 대해 조용히 시작된 한마디가 시발점이 되어 큰 화가 되자 서서히 직원들을 본사직원으로 전환하는 문제를 미끼로 던졌다. 언제가 될지 기약도 없는...

그렇게 입사 2년 반만에 일부 팀장들만 본사직원으로 발령이 났다.

그마저도 기쁘지 아니하게.... 남은 직원들에게 면이 서지 않아 거부 할 수 밖에 없는 더러운 기분으로 개처럼 끌려 가듯이 그렇게 변경이 되었다.

같은 팀의 팀장은 본사 직원이고 팀원은 협력사 직원인 또다른 기형적 조직이 태어났다.

역시나 점점 더 어려워 지기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을 새워 일하는 이 사람들은 대체 무엇때문에 이러고 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날들이 계속 되었다.

그리고 08년 하반기 들어 미국발 경제대란이 점점 번져 가고 회사는 급기야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있을 거라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돌아 사람들을 목줄을 죄고 새카맣게 태워서 성질이 날 정도가 되어서야 팀장들에게 이렇게 얘기 한다.

너하고... 니가 데려갈 수 있는 한사람만 찍고 나머진 내보내라... 그러면 그 사람의 본사 발령과 앞으로의 3년을 보장한다.

대부분은 이런 식이다.

두번째 나는 내 팀원들을 내보냈다.

그리고 두번째 회식 자리에서 아이들을 붙잡고 대성 통곡을 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사라진 메신저의 아이디들이 의미하는 것은 남겨진자에 대한 떠나는 자의, 떠나는자에 대한 남겨진자들의 원망과 안타까움 .. 미안함 같은 것이다. 

그들의 마음이 어떤지 번번히 생각하고 또 생각하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들도 모를 것이다.

몇번인지 셀 수 없는 많은 아이들과의 이별이 그러했듯이 들려오는 이야기는 함께했던 세월의 힘은 고스란히 사라진채 원망과 오해들 뿐이었다.

아마도 150명 정도 구조조정이 있었다고 들었다. 본부자체가 통으로 없어진 사업조직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믿고 의지 했던, 그리고 내가 거짓말을 하더라도 내가 하는 말은 믿었을 거라고 말해주셨던 멘토 같은 본부장님이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또 회사를 떠나셨다.

그 분은 이회사가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고 이회사가 당신의 모든 것이었다고 알고 있었고... 이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그분의 자긍심이었음을 내가 알고 있어서 난 더 가슴이 먹먹해 진다.

그리고 ... 그렇게 해서 팀원 10명 중 3명만이 남은 지금 현재 그 사람들이 제대로 본사 발령이 났냐 하면... 결국은 계약직 형태로 마지못해 마무리 지었다.

이래 저래 그 누구도 해피하지 않은 결말로 나는 또 남아서 3년째를 맞고 있다.

 

왜 남았을까..

나는 왜 떠나지 못하는가

난 아직도 답을 얻지 못했다.

 

이회사를 사랑 하냐면 사랑할 수 있는지 사랑할 수 없는지를 생각해 보지도 못했다.

내가 하는 일이 좋으냐면...

점점 나아질 수 있냐고 묻는 다면 ...

나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냐면...

 

앞으로 노력이란 걸 한다면 아마도 이일이 아닌 다른 일을 해보기 위해서일 것이다.

다만 다른 일을 지금 하고 있는 일만큼 잘할 자신이 없어서 시작하지 못할 뿐

 

난 비겁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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