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더 진지하고 싶었지만 아기자기하고 예쁜 컨셉의 소품들이 워낙 인기가 많아서
정작 보여주고 싶었던 작품들은 뒷전이었다.
어쨌든 아이들에게도 혼을 쏙 뺄 만큼 인기 있는 아이들이 많았다.
어떤 아이가 방명록을 남기길 부탁하자 방명록에 어차피 이거 다 버릴거죠
라며 시니컬의 피를 뿌리고 떠났다.
아이같은 마음으로 아이 처럼 넋을 놓아도
어떤 사람들은 마음안에 시퍼런 칼날이 잘 무뎌지지 않는다.
철이 없는 어른이어서 하루하루 부끄럽고 소심해지는 나여서
뭐 좀 반성 비슷한 것도 하면서 살아 보려고 노력하지만
되바라진 아이가 싫은 속좁고 쪼잔한 나인 건 어쩔 수 없다.
사실 방명록이 뭐 그리 중요하겠어..
받는 나도 중요하지 않고 쓰는 사람은 거북스럽고 쓰고 싶은 맘 별로 없을 수도 있겠다.
그래서 그렇게 별로 중요하지 않으니
오히려 쉬울 줄 알았다.
수능시험은 13년을 준비하지만
쪽지시험이야 그까짓거 대충 맞아도 그만인건데
간혹 수능시험보다 쪽지에 목숨거는 사람이 있다.
보여주고 싶은 작품들 대신 알록달록한 소품에 마음을 뺏긴 아이
방명록을 주고 받는 마음보다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 날선 어느 관람객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지 않고 혀꼬였다고 술잔을 뺏는 친구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이 두려워 직장인임을 잊고 전시회를 준비하는 깡통
이제 나는 다시 어느 회사의, 해마다 적자만 늘어가는 사업부서의 조낸 초바쁘고 쫌 짱인듯 한! 과장이다.
열심히 방명록을 찢고 있는 우리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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