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오죽하면 비로자나불이 손가락에 매달려 앉아 있겠느냐
기다리다가 죽어버려라
오죽하면 아미타불이 모가지 베어서 베개로 삼겠느냐
새벽이 지나도록
마지를 울리는 쇠종 소리는 울리지 않는데
나는 부석사 당간자주 앞에 평생을 앉아
그대에게 밥 한 그릇 올리지 못하고
눈물속에 절 하나 지었다 부수네
하늘나는 돌 위에 절 하나 짓네
어느 영화 홍보사이트를 만들어 달라는 의뢰가 들어왔다.
사랑하다 죽어버려라... 라는 제목의 영화라고 했다.
정호승 시인의 그리운 부석사라는 시에서 한구절 가져온 모양이다.
내용도 모르는 이 영화의 이미지가 자꾸 마음에 아로 새겨진다.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죽을만큼 사랑한다면..
그래 죽을 마음으로 사랑은 해보겠는데...
그.. 죽을만큼 하는 사랑이란게 아무나 하는게 아닌것인지라
마치 사시미와 쇠파이프를 들고 오토바이를 타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그림이 영화에 그려지는 건 아닌지
마음이 좋지 않다.
돌위에 절을 짓는 시의 마음을 쇠파이프에 짓이길까봐...
죽도록 사랑하다가 안되면 그냥 콱 목메고 죽으라는 뜻으로 쓴 시는 아닐게다.
사랑한다면..
이왕 사랑하기로 한다면
그냥 사랑하는 그것만 생각하면 안되겠냐고 묻는 것만 같다.
내가 사랑하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사랑받지 못하는 것 같은 서운함...
내가 주는 마음의 무게가 백만배는 더 큰 거 같아 느껴지는 상실감...
손해보기 싫어서 이젠 이따위 사랑 관두고 싶은 마음...
이런 마음 가질려면 사랑따위 입에 올리지도 말라고 꾸짖는 것만 같다.
그러니 네가 진정 사랑하려거든 그저 네안에 있는 것들 한 없이 줄 생각만 하라고...
눈물속에 절하나 지었다.. 부쉈다..
세월이 그렇게 마냥 흐르더라도
그사람 위해 줄 수 있는 것만 생각할 자신 이 있거든
그제서야 사랑한번 해봐도 좋다고 꾸짖는게다.
매일 매일 그랬다.
이게 이기심이 아니라... 그냥 사랑 받고 싶은 것 뿐이야...
그렇게 생각하는 날이 더 많다.
이게 무슨 이기심이냐고 소리 치고 싶었다.
그냥 사랑받고 싶은 거 뿐이라니까...
사랑하는 만큼 그도 날 생각해줬으면 하고 바라는 것 뿐이야..
너무 작은 거 아니냐고.. 내꿈.. 소박한거 아니냐고 묻고 싶었다.
하....
가없는 그리움에이 매일매일 파도처럼 밀려와서
그저 마음에 쌓이는건 설움 밖에 없었던 내 사랑
마음에 허름한 절이라도 지어야 할까보다.
그안에 남루한 부처님 하나 모셔두고 매일 아침
닿을 길 없는 마음 담아 향이라도 태워야 할까 보다.
갈곳 몰라 허공에 흩어지는 언어들을 담아 탑이라도
쌓아야 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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