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로봇의 노래

매타작의 추억

영혼기병깡통로봇 2004. 12. 10. 11:55

우리 엄니는 지독히도 강단이 있으신 분이시다.

 

지금도 아버지께로 향하는 독설과 구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땅의 아버지들은 모두 젊었을때 노후설계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 아버지를 보며 실감한다. 아니면 늙은 마누라의 구박을

천사의 목소리로 여기며 복종하든가...

 

우리 이모의 이야기로는 엄니는 어렸을때도 그렇게 욕심도 많고

얌체 같았다고 한다.

물론 언니에게 한 수 꺽여 살아야 했던 동생의 일방적인 입장표명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보기에도 사실 그랬을 것 같다. 아니, 확신한다!

게다가 욕심많고 얌체 같아봐야 결국은 자기꾀에 넘어가서 분해하거나

막판에 꼬리를 내렸을게 분명하다.

욕심이 많으려면 자고로 독해야 성공하는 법.

독하지 않고 허술한 주제에 욕심만 많으면 울엄마처럼 귀엽게(ㅡ.ㅡ) 늙게 된다.

 

우리 엄니는 내가 아기였던  시절도 그닥 자애로운 어머니는 아니셨다.

허긴 없이 살던 시절에 여기저기서 빽빽 울어대는 것들 입에 누룽지라도

쑤셔넣으려면 자애로움과는 좀 거리가 멀수 밖에 없었을 거라고 이해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그러하듯이 공부에 대한 끝없는 열망만큼은

남부럽지 아니했다.

 

모두들 경험한 바 있는 어머니의 신비 중에 하나는 모든 이야기의 끝은 공부로 끝나는 것이다.

아니 그러한가?

 

그래~ 그러니까 공부를 잘 하란 말이지..

 

난 너무나 놀라웠다..

어머니는 진정 천재가 아닌가.

무슨 이야기든 마지막은 공부로 소화해 내시는 것이다.

 

그리고 또하나, 울엄니의 신비는

 

반경 200미터 안에 있는 모든 물건은 엄마의  사랑의 매로 둔갑하여 비오는날

먼지날때까지, 헌집 벽털어내듯이... 가을논에서 이삭털어내듯,

무차별적으로다가 들어오는 엄니의 공격이었다.

 

진짜 죽도록 맞고 살았다.

 

요즘 들어 나의 인격적 장애의 원인은 울엄니의 무차별 난타에 있다고 확신하게 된다.

 

사실 지금은 사회생활이란 걸 하면서 짠밥에 대한 경외심도 생겼고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민생고의 압박에 시달리면서

비굴모드의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그당시 나는 온동네가 알아주는 고집쟁이였다고 전한다.

 

그러니 얻어터졌다면서 신나게 말씀 하신다.

 

울엄니는 내가 아주 애기때의 일화를 즐겨 하시는데 그중 레파토리 하나가

"내동생 목욕 이야기"다..

 

내 동생 목욕시킬때 울엄니가 울언니더러 "비누 가져와라~"

해서

울언니가 비누를 가져왔더니

내가 죽도록 울면서... 지가 가져올꺼라고 바득바득 우겼단다. ㅡ.ㅡ

그러더니 언니가 가져온 비누를 다시 그자리로 가져가서

그 앞에 한참 앉아 있다가

(그렇게 하면 지금까지 언니가 한일이 없었던 일이 된다고 생각했나보다..)

내가 다시 들고 왔다고 한다. 흠...

 

뭐.. 심부름이 그리 좋다고... 나한테 관심 가져주세요 나만 이뻐해주세요...

아마도 그때부터 둘째 컴플렉스가 뼈속에서 부터 자생하고 있었던가 보다.

불쌍한 둘째 인생이 시작된거시다...

 

나의 고집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줄곧 고집쟁이 였던 나는 엄마말대로 죽어라 맞고 살았다.

 

초딩때는 부모님께 인사성 바른 아이로 교육 받는 첫걸음이

학교 갈때나 올때 다녀오겠습니다.~ 학교다녀왔습니다아~~

하고 대문 열때부터 소리를 치고 들어 오는 항목이다.

 

어느날은 대문을 열고 들어왔는데 엄니가 눈에 안보였다.

그래서 올라가서 가방을 풀고 이래저래... 띵가띵가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엄니가 나타나셨다.

 

엄니는 내가 학교다녀왔습니다아~ 를 안한게 생각나셨나보다.

왜 안하냐고 역정을 내셨다.

아니, 사람이... 타이밍을 놓치면 다시 하기가 얼마나 뻘쭘한가?

 

웃긴 얘기 하다가 전화가 오거나...

기껏 분위기 잡았는데 옆에서 콧털나왔다~ 이런식으로 태클들어오면

하던 짓 못하게 되어 있는 법인데..

 

울엄니는 지금 당장 인사하라고 소리를 치신다.

 

그렇다고 내가... 하겠냐고... 내가 괜히 고집쟁이가 아닌 것을...

끝까지 안하고 버텼다!

 

결국 맞았다.

 

내가 맞은 몽둥이중에 지금까지도 기억 나는 것은

한겨울에 수돗가에 있던 꽁꽁언 튜브였다. 그것도 미끈한 튜브가 아니라

울퉁불퉁 요철무늬가 있는 딱딱한 ... 기억하시는지 ㅡ.ㅜ

 

그안에 물이 가득 들어 있는채로 튜브가 얼어 있었는데

그걸 또 어떻게 발견하셨는지!

게다가! 발견하시고 그 순식간에 어떻게 그걸로 때려야 겠다는 생각을 하시게 되었는지!

 

놀랍다!

 

엄니는 혹시... 본인은 아직도 모르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새디스트?

흠...

 

몽둥이, 빗자루, 먼지떨이... 손바닥... 각종 전설처럼 전해지는 집안의 매란매는

다 내몸을 스쳐 지나갔다.

내복차림에 쫓겨나 보기도 했다. 그것도 역시 고집피워서였던거 같다.

 

동생하고 죽도록 싸우다가 목욕탕에 갖혀 본적도 있다. 그건 물론 울엄니가 아니라 재수없는 삼촌이 그러긴 했다.

미친눔... 지가 뭐라고 사람을 목욕탕에 가두냐...

솔직히 문열고 나갈 수도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목욕탕두 나쁘지 않아서 그냥 목욕탕을 점거하기로 마음먹고  있었다.

그것도 모르고 그놈은 아직도 그때 애기 하면서 혼자 좋아라한다.

쯧쯧...

 

음.. 그리고 나의 매의 하일라이트는 단연 아버지다.

울아버지는 전형적인 충청도 고집불통 양반이다.

그러니 엄니가 더 표독해 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같이 살면 정말 울화통이 터진다. (엄니가 존경스럽다 ㅡ.ㅜ)

그런 아부지라도 아부지는 자식들을 무척이나 아끼시는 편이었다. 그 무뚝뚝한 양반이... 지금 생각하면 참 희안하다.

말한마디 없는 무뚝뚝한 양반이 자식들은 무릎에 앉혀 놓고 산토끼를 부르셨으니까 말이다.

퇴근할때 마다 오리온 캬라멜과 롯데 야채크래카를 사오셨다.(난 지금도 이 두가지를 젤루 좋아한다.. 흐흐)

그러니 자식들에게 매를 댈리가 있나.. 한번도 자식들에게 손을 들어본적이 없으시다. 악독한 역할은 모두 엄마이 몫이었다.

 

그런 아버지와 어머니와... 평화롭지 아니한 우리집안에 삼십년간 전설처럼 전해오는 사건이 하나 있었으니...

 

그런 아버지에게 죽도록 맞은 막내딸에 대한 일화다 ㅡ.ㅜ

젠장...

 

그렇다..

우리집에서 유일하게 울아부지 한테 죽도록 맞은게 나, 깡통이다.

 

아마 그것도 밥상머리에서 고집 피우다 맞은거였던거 같다.

대충 맞은게 아니라 아부지 허리띠로 맞은거 같다.. (마치 폭력 가정 같은.... 사실이다. 폭력아부지닷!)

 

울엄니에게 매를 안맞게 된것이 언제쯤인고 하니..

당시 유행처럼 번지던 서울 유학이 잠시나마 있이 살게 되었던 그당시

울엄니에게도 바람이 불어닥친거다.

 

그래서 우린 어린 나이에 이모네 집에 얹혀 살게 되었다.

서울살이가 그닥 쉽진 않았고

눈치밥으로 목숨을 연명하던 우리가 안쓰러웠던지.. 어느날 부터인가

엄마는 몹시 유해지기 시작했다.

 

흐흐..

그런 와중에 우린 점점 대구리가 커졌고

이젠 때리고 싶어도 때릴 수 없는 나이가 되어 버렸다.

 

 

 

나의 비애는 지금은 고집이 뭐에요? 먹는거에요?

라고 묻게 되는 처절한 세상살이에 직면한 하루이며

 

또한 몽둥이는 고사하고 밥숟가락 드는 손마디도

힘겨워 보이는 엄마를 바라보는 일이다.

'깡통로봇의 노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0) 2004.12.19
경찰도 사람이다.. 그럴 수 있다  (0) 2004.12.14
告解  (0) 2004.12.07
메리포핀스의 외출  (0) 2004.12.01
꽃인듯... 눈물인듯...  (0) 2004.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