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로봇의 노래

告解

영혼기병깡통로봇 2004. 12. 7. 00:07

누군가에게 곁을 내어줘본적도

그 곁을 구걸해 본적도 없었지만

나의 몇안되는 벗들에게는

언제라도 나를 위한 빈자리가 남아 있을 거라고 믿고 싶었나보다.

 

그리고

나는 낯선 두려움을 만났다.

 

사소한 서운함이 내내... 가시지 않는다.

 

구석에 몰려 눈도 꿈쩍할 수 없었던 그 새벽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던

내가 너무 한심했다.

 

출발할때 연락한다던 아이들이

8시가 넘어서 전화가 왔다.

하루종일 3일밤샘작업의 피곤함과 싸우며

깊은잠에 빠지지 않기 위해 전쟁을 치루던

나에게 그녀는 어디냐고 물었다.

 

당연히 집이었지... 전화를 기다리는 중이었으니까.

어디냐고 물으니 그들은 이미 도착 했노라고, 빨리오라고 했다.

여태 뭐하고 있었냐는 목소리.

 

조금은 당황스런 기분이 수화기 밖으로 전해지기도 했으리라..

전혀 아무렇지 않았다면 그것도 거짓말일테니..

 

알았어 갈께 라고 말한 나의 목소리는

수화기 밖의 그녀에게 불친절한 먹구름을 만들게 했다.

 

그리고 수화이 이쪽편의 나는

또 다시 이렇게 내동댕이 쳐진 기분으로

혼자 터덜터덜 걸어가야 하는구나

하며 욕실로 향했고

 

수화기 너머의

그녀는 다른 동료에게

단한마디.

 

민형이 화났다.

라고 전했다.

 

그새 다른 친구들은

 

왜 화가났으며 삼일밤샘이야 안쓰럽지만 그것때문에 우리가 왜 눈치를 봐야 하며

운전을 안해봐서 걔가 차가 얼마나 막히는지 모르니까 저런소리를

한다가 된거였다.

 

출발할때 전화하겠다던 친구가 도착해서 연락없이 도착해서

어디냐고 물은건 차가 막혀서 어쩔 수 없었던것이었고

도로교통에 대해 문외한인 내가 한심한 지경인것이 었다.

 

그런 와중에 또 출발할때 전화해준다는 말에 전화 기다리던 나는

기다리다 연락 없으면 지가 먼저라도 했어야지

왜 가만히 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었던 것이다.

 

그리고는

이 좋은 만남에 너 아까 왜 화냈어?

라는 말을 술자리가 한참 기분좋을 즈음... 그네들이 나에게 물었다.

 

셋이.. 내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좋은 얼굴을 하지 못한 나의 잘못을 탓하면서

솔직히 말해봐. 너 아까 화낸거지? 왜 화낸거야...

 

그래..

좋은 친구모임...

멀리 광주에서까지 올라오는 친구 모임.. 다 좋다.

 

그녀는 나에게 그렇게 말하지 말았으면 좋았다.

광주에서 오는 아이는 멀리서 오니까 이해하지만

3일 밤을 샌건 니일이지 그것때문에 우리가 신경써야 할일은 아닌거야...

왜 우리가 니 눈치를 봐야 하냐..

 

글쎄...

그랬던가...

축하해주고 위로해주고 걱정해주는 모임이기는 했지만

그건 아주 주관적이며 이기적이었고

나로서는 내내... 참담한 밤이었다.

 

언제나 무리에 섞이지는 못하는 편이었다.

학교에서도 늘

많은 무리와 어울리기 보다

단 한명하고만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편이었다.

 

그런 나에게 다가온건 그네들이었고

내가 마음을 열기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또다시 참담하게 버려진 새벽

그녀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는 언제나 함께 있어도 잘 섞이지 못하는 것 같아..

 

그랬다.

이젠 지쳤을 거라고도 생각한다.

즐거운 모임에 의식적으로라도 한톤 높은 목소리로 전화받지 못한

내가 나빴을것도 알고 있다.

 

굳이 좋은 친구들에게 피곤하고 지친 얼굴을 보여서

민폐가 될 필요도 없었던 것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투정부리고 싶어하는

나의 설자란 지적능력이란건

삼십여년을 두고 내내 후회하는 항목중에 하나다.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일이다.

 

미안했다. 정말로 미안했음에도 불구하고

 

미안함보다는

뭐라 말할 수 없이 부끄럽고 서운한 마음의 내가

용서되지 않았다.

 

난... 자꾸만 자꾸만 그저 서운해지기만했다.

... 그래서 참담했다.

그 설자란

소아병적 애정결핍때문에...

못되먹은 욕심때문에..

난 너무나 참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어느날 문득 뒷모습 보이며 멀어지는 모습이 될까봐 두려운

내가 더욱 참담했다.

 

좀더 솔직하자면

관심을 끌어보려는 욕심에 이불에 지도를 그리는 아이처럼

손목을 그어볼까를 생각한 적도 많았다.

단순히 관심을 끌어볼 요량이었다. 후후... 어리석은 욕심과 투정뿐이었다.

 

스무살때나... 서른살때나 변함 없이 주변을 맴돌던 두려움이

다시 내려 앉았다.

 

서른을 훌쩍 넘어

이젠 지독한 전쟁에서 한발 물러났다고 믿고 있었던

초겨울 어느날의 일이

마음에 차디찬 무덤처럼 어둠을 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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