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로봇의 노래

인천경찰서 출두기

영혼기병깡통로봇 2004. 11. 23. 01:41

아침 일찍 출근하자마자 전화벨일 울렸다.

아니.. 이런 상큼한 벨소리!

지금껏 시계인줄만 알았던 핸드폰이 벨소리를 냈다.

 

이민형씨 핸드폰이죠? 여긴 인천경찰서입니다.

 

경찰서라...

범상치가 않다. 반갑지 않은 전화인게 틀림없다.
지은죄는 없어도 길가다 경찰차만 봐도 피하고 싶은법!

 

인천경찰서에 근무하는 민중의 지팡이로부터
전해들은 내용은 말로만 듣던 저작권 침해다.

저작권침해!!!!

 

p2p 사이트에 올려진 김동률의 엠퓌쓰리 파일목록이
있는 화면을 캡쳐 받은 음반사가
형사 고발을 해부렀고 그 화면에 있는 아이디 중의
하나가 내꺼였던거다.

 

이런 신발..

 

그 p2p 사이트는 사이트를 개발한 개발 팀장하고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다. 그래서 그 팀장이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무료로 지급해줬고
테스트를 해봐 달라고 했다.


그리 하야 친구한테 엠피쓰리도 전해 줄겸..

잠깐... 일주일도 안되는 짧은 기간동안 올려져 있었는데
그게 걸린것이다.

 

난 참 항상 운이 없는 거 같다.

고등학교때도 하이틴 로맨스를 읽어 본적이 없는데
친구가 지 읽고 나더러 한번 읽어보라고 넘겨줘서
들고 첫장을 폈을때 선생이 교실로 들어왔다.
딱걸렸다 ㅡ.ㅡ
죽도록 혼났다. 억울해 죽을뻔했다.

 

중학교때..
실내화, 이름표, 뺏지... 이런거 절대 안잃어 버리고
달고 다니는 종족이었다.
딱 한번 안가져간날
딱한번 그날 걸려서... 담임한테까지 걸려따.
"넌 왜 맨날 그모냥이냐" 라고 했다.
난 너무 억울했다.
그래서 외쳤다. 선생님이 뭘 안다고 그러세요~!!

 

따귀맞았다.

 

내생애 최초이자 최후의, 유일한 따귀세례였다.

 

그리고 또 어쩌다 한번, 괜히 한번,
게다가 단 몇일... 그 기간에 확 걸려 버린거다.

 

경찰서로 오라신다. 진술서를 써야 한다고..

억울하고 분하지만 어쩌랴.. 여기 저기 전화해서
혹시 저작권법에 걸리면 어떻게 되는지 혹시 아냐고 물었다.
다들 모른댄다.
아마 벌금을 낼꺼라고 한다.
어떤이는 몇십만원 정도 낼꺼니까 무조건 잘못했다고 빌라고도 하고
어떤이는 최하 삼백에서 많게는 천팔백정도 벌금이 나온다고도 했다.

 

내가 재벌이냐...

 

퇴근 후 직원들의 격려와 위로를 받으며(너무나 익숙한 분위기다.. 일생동안 반복되는 시츄에이션..)
경찰서로 향했다.

수위실에서 무슨일이냐고 묻는다.
쪽팔리지만 당당하게 말했다.
엠피쓰리 땜시 오라고 해서 왔는데요...

건물뒤에 있는 콘테이너 박스로 가라고 하신다.


콘테이너 박스...
아니 이거뜰이.. 5공때나 써먹던 물고문실로 데꼬 가는거 아냐.. ㅡ.ㅜ
어무이..

 

제법 젊어 뵈는 경찰아자씨가 나를 맞는다.
요즘은 좀 젊어 뵈는 남정네만 보면 눈이 뒤집힌다.
ㅡ.ㅡ;;;


너무 오래 굶주린 탓일까.. 하이에나처럼 눈을 번뜩이며
썩은 고기를 찾아 길을 헤매는 나
누가 쓰다 버린 남정네도 좋으니 내게 버려다오... 하는 심정으로
아무나 사정권안에 두고 있는편이다.
게다가 나한테 관심이 없으면 과감히 먼저 차를 권해볼 의향도 있다.
아주 불끈 불끈.... 아직 실행해본적은 없으나 조만간
입밖으로 튀어나오는 말보다 손이 먼저 나갈것 같다.
손목을 끌고 가는거지.. 느그집 어디냐 앞장서그래이..

 

핫... 또 샜다.

암튼 애니웨이.. 그래서

경찰아자씨는 의자를 내주고
식사 했냐고 묻는다. (혹시 국밥 시켜주는건 아닐까.. 했지만 건 아니었다. 드라마에선 그러더만..)
경미한 일이고 파렴치범도 아니니
벌금형정도 될거니까 긴장하지 말란다.(벌금형이 왜 긴장할일이 아니야.. 차라리 구속시켜줘..)

 

저도 파일공유 같은거 많이 해요.. 이민형씨가 재수가 없는 경우죠..
(경찰아저씨 멋지셈..KIN~)

 

그래도 진술서는 써야 한단다.

이름을 묻더니 주량도 묻는다. 사실대로 소주 두병이라고 하긴 쪽팔려서
소주 반병이라고 했다.

 

학교를 묻더니 전공을 묻는다.

 

캬!~

 

전공을 물어봐주길 바랬다.
왜냐하면 이런 경우 철학과가 크게 한몫을 해주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은 철학은 범상치 아니한 학문이라고들 생각한다.

다 착각이다. 

사실은 가장 평범하고 가장 어린 시절부터 가장 쉽게 접한 학문인데 말이지..


그리고 또 다들 뭔가를 묻고 싶어한다.

물론 나는 대답할 말이 별로 엄따.


그래도 이런경우 좋은 방향으로 점수 따기에 아주 좋은 항목이다.

 

대학이 나에게 준 선물중에 하나다. 경험상 지금까지 그래왔다.

 

역시... 그는 그랬다.


"철학과요? 야.. 제가 젤 좋아하는 거에요. 난 철학과 나온 사람보면
뭐 물어보고 싶은게 많았어요? 불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헐... ^^

 

좋은 거죠...
깨달음... 예에~ 깨달음... 이거 아주 훌륭한 거죠!

 

라고 하면 안될것 같아서 걍 씩 웃고 말았다.

 

암턴 시작은 좋지 아니 한가..

게다가 자기가 경찰이 맨 마지막에 경찰 소견서를 첨부하게 되어 있는데
최대한 도와 줄테니까 걱정 말라고꺼정 한마디 잊지 않는다.
(난 왜 이마당에 긴장이란게 없는걸까... 걍 벌금내면 되지 멀.. 초지 일관 이생각만 하고 있으니 경찰이 좀 웃겨보인다.)

 

- 김동률씨의 음악이 저작권 등록이 되어 있다는걸 몰랐나요?
- 네 몰랐습니다.
- 그런데 모든 하다 못해 공장에서 나온 공산품도 저작권이 있는데 상식적으로 모른다는게 말이 안돼지 않나요?
- 음.. 건 그렇네요 ^^;; 잘 생각을 못해서 그렇겠죠 냐하하...
- 네... 그럼 생각해보니 그런것 같으며 그당시에는 인식하지 못했다 라고 적겠습니다.
- 하하하... 네 ^^;;(알아서 잘 쓸거면서 머하러 물어보냐 이눔..)


- 자료를 올리신 사이트는 어떤 용도로 사용 하나요?
- 회사에서 업무용으로 백업 받을때 사용 합니다. 개발한 회사에 아는 사람이 있는데 그사람이 무료로 포인트를 줘서 음악 파일을 올린건 테스트 용으로 잠깐 올렸던 거에요
- 아.. 그런거군요... 월수입은 얼마나 됩니까?
- 000입니다.

 

- 지금 누구랑 사나요?
- 혼자 사는데요
- 누구랑 같이 산다고 해야 유리한데...
- 아 그래요? ㅎㅎㅎ 그럼 울언니랑 산다고 해주세요(자샤.. 그냥 니가 알아서 쓰라니까..)

 

- 근데 왜 아직 결혼안했어요?
- 네?

 

갑자기 결혼 왜 안했냐고 묻는 경찰 아저씨..
냐하하.. 그쵸 제가 나이가 좀 됐죠?
그러자 경찰아저씨.. 그래도 저보다 한살 아래신데요 라고 하신다.
앗싸라비야...

딱조아.. 노처녀 마음속에서 광란이 일었다.


그런데 경찰 아자씨 하는 말쌈이


"듀오 아세요?"

 

듀오... 알지.
오늘 듀오 사이트와 선우 사이트를 열라 뒤지면서
여자는 서른둘이 넘으면 회비도 더 많이 받는 다는 사실에 광분하다 나왔었다.

이놈이.. 이거 알고 있나? 사무실에 카메라 설치 한거 아냐!!!!

 

그러더니 듀오에 가입하세요..란다..
지도 가입했는데 좋더란다... 제길... 듀오에서 만난게야.. 누군갈..

 

경찰아저씨와 피고소인의 수사2계 컨테이너 사무실에서 나누는
대화로는 참... 적절했나?

 

진술서는 다 끝났다.
읽어보고 잘못된거 있거나 진술하지 않은 내용이 있으면 얘기 하라고 하신다.

욜씨미 읽었으나 우찌나 웃기던지...

 

아.. 진술서를 하나 카피 해와야 했는데... 경찰아저씨의 작문실력은 정말 귀엽기 그지 없었다.

 

다 읽고 넘겨주니 묻는다.

 

아무 문제 없나요?

 

네... 라고 대답했어야 했는데...

그만

 

"오타가 많네요.."

 

라고 말해 버렸다. ㅡ.ㅜ

 

"네..?" 냐하하... 그 그렇죠? 제가 맘이 바빠서요.. 그럼 연필로 체크좀 해주세요"

 

졸지에 진술서 쓰러온 용의자 주제에 경찰아저씨가 쓴 공문을 들고
연필로 체크하며 교정 보는 동은 우리 경찰 아저씨가 녹차를 타왔다. ㅋㅋㅋ

 

교정 다봤어요... 다시 보니 별루 안많네요.. 걍 무시 하세요 냐하하...

 

경찰아저씨는 네.. 감사합니다아~ 라고 했다.

그리고 경찰아저씨는 다시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근데요 정말 묻고 싶은게 있는데요~
사람은 왜 산다고 생각하세요?


글쎄요... 사람은... 왜산다고 생각할까요...
독자님들... 사람은 왜 살까요?


실은 경찰아저씨한테
왜 사는지가 뭐가 중요하겠어요.. 왜사는지를 고민할 시간에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고민하는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라고 대답했다.

 

역시나 수사2계 컨테이너 사무실에서 경찰아저씨와
피고소인이 나누기에는 ...

 

게다가 저작권위반으로 조서를 쓰고 있는 주제에  어떻게 살까의 중요함을
피력하기에는...


그래도 오늘밤, 혹시 이경찰 아저씨가 듀오에서 만난 참한 처자를 버리고
내일쯤 내게 전화를 하지나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며

 

사람은 왜 사는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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