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를 세기도 민망한 월급을 받던 시절을 지나서
조금 자잘하지만 뭔가 꿍꿍이를 해볼 수 있게 되었을 때부터
몇가지 하고 싶은 일 들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만화책을 사는 일이다.
침을 덕지 덕지 바른 책도 싫지만
작가가 원고료에 부응코저 잉크 아까운줄 모르고 질러댄 페이지는 꼭 찢겨져 있는
시추에이션은 정말이지 참을 수가 없다.
만화책이 보고 싶으면 대부분 산다.
미친 짓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갖고 싶은 만화책은 일단 사고 본다.
울 남편...
쇼핑중독 마누라 때문에 잠을 설친다.
그 옛날 아침부터 저녁까지 좁고 불편한 나무의자에 새우등자세로 앉아서
몇시간동을 코를 묻던 만화방...
산더미 같이 쌓아 놓은 책을 다보고 허리펴다가, 바로 앞에 앉은 짝꿍과 눈이 맞았을때의 초난감...
게다가 그 기집애 역시 아침부터 와있었다는...
한참을 깔깔 거리다가 우리는 약속했더랬다.
나중에 크면 만화가게 차리자고... ㅋ
1층은 떡볶이집, 2층은 만화가게... 뭐 그런 쉰소리를 하며 만화책을 보고 또보다가 밤늦게 헤어지곤 했다.
그렇지만 민생고와 더불어 찾아오는 갖가지 인생사에 ?기다 보니
우리의 소박한 꿈은 말그대로 꿈일 뿐임을 직감한 오날날,
만화책 빌리러 책방 가기도 귀찮고 대부분은 다운받아서 보거나
확 꽂힌게 있으면 그냥 사서 내 책꽂이에 꽂아 두는 것으로 만족하는 중이다.
그래서 소장하게 된 만화들이 이젠 그나마
남편의 밥벌이에 도움되는 책과 남편이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피규어 덩치들에 밀려 책장 바닥에 덩어리채 쌓여 있는 중이다.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렇지도 않은 건 아니야... 라는 말이
물처럼 가슴에 고이던 호텔아프리카,
빨대 꽂은 소주병을 생명수처럼 끌어 안고 비상을 꿈꾸던 주인님의 일상에 빠져들게 하던 우주인,
거친 펜터치와 감정표현에 소름돋았던 소년별곡,
아 그리고...
생은 언제나 예측불허, 그래서 생의 그 의미를 갖는다.. 캬...
고등학교때 목을 빼고 다음권을 기다리면서 보던 아르미안의 네딸들이 10년이나 걸려서 완결이 나울줄이야...
CEO의 필독도서라는 신의 물방울,
요즘 미친듯이 탐독하는 절망선생도 있다. 이 독특한 컨셉의 염세주의 선생님 때문에
내가 못산다.
이것들을 보고 있으면 난 내 인생이 너무 평범 하고 무료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끊이 없이 뭔가 사고를 치는 걸까?
다이어리 껍데기를 벗겨내고
세번째 리뉴얼을 저질렀다.
이번엔 고양이 인형을 달아 버리는 앙큼함 까지...
펠트가 은근히 재미 있어지다 보니..
이번엔...
펠트 재료를 6만원 어치나 질러 버리고 말았다.
남편은 울부 짖고 있다.
어쩌겠어 남편....
주위산만하고 끈기없고 변덕심한 마누라가 아무데에도 꽂히지 않게 하려면
글쎄... 어떻게 해야 할까?
죽도록 일을 시켜야 하나? ㅎㅎ
안녕.. 바이올렛네꼬짱..
나는... 민이라고해..
앞면의 진주장식은...
어쩌면 촌스럽기도 하네.. 다음번엔 다르게 만들어 봐야겠다.
남은 천으로 책갈피도 만들어 두었다.
깜찍한 것이
날 닮았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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