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나선 세종문화회관이다.
로라피지공연을 본기억이 난다.
그리고 10년은 족히 된것 같은데
토미플래니건 공연을 세종문화회관에서 보았다.
앵콜공연으로 보여주었던 베이스 트리오 연주는 눈물나게 감동적이었다고
같이 간 선배가 말했다. 그당시.. 나는 중저음 베이스 트리오의 매력을
느끼기엔 좀 저렴한 인생역정이었다고나 할까.
그리고 그날,
인사동 "섬"에서 밤과 새벽을 소주와 함께 보내고
노량진을 거쳐 아침 일곱시 청진동 해장국을 먹고 헤어지기까지
100만원짜리 수표를 들고 거스름돈을 외치던 선배 얼굴이
공연 보다 더 또렷하게 마음에 남는 건
덕분에 내 지갑이 가벼워진 탓 만은 아니다.
푸른 호수 한가운데 파닥거리는 잉어새끼 같던 시절(이건 오버다.. 결코!)
지긋지긋한 멤버들과의 사투가 있던 시절
선배의 얼굴과 선량한 웃는 입매를 떠올릴때마다
또는 팻매스니의 공연이 시작될때마다
많은 것들이 오버랩된다.
3월 말쯤이었던가
출근하자마자 간밤의 술기운을 해장하고저 찾은 분식집에서
보고야 말았다!! TV 광고...
6월.. 그가 온단다...
살짝쿵 아쉬운 것은 이번엔 팻매스니 그룹이 아니라 트리오 공연이다.
나의 라일과 그의 낡은 피아노를 볼 수 없다는 게 아쉽지만(피아노...하니 지난일이 또 부끄럽다.)
귀여운 팻미소와 빠삐용 티셔츠는 생각만 해도 두근두근...
그리고 한쪽 구석에서 나눠주는 예쁜 언니와
와인 한잔..
알콜중독 마누라에게 자기껏 까지 넘겨주는
술 기피증 남편..
맛좋고.. 일단사일표음을 부르짖기엔 다소 부르조아 스러운 저녁이지만
언제나 한잔 술은 그 때깔과 관계없이
행복한 마술이 온몸으로 번진 다는 거..
특히 이순신장군이 지켜보는 거리에서는 더더욱..(궂이 끼워넣을건 없었지만..)
좌석 하나 13만원
10% 할인 11만 7천원...
대범하다! 깡통! 장하다 깡통..!
퇴직금을 문화적 소양을 살찌우는데 기꺼이 쾌척하는 대범함에 박수를...
그리고 하나더
팻을 감동케 하기 위한 우리의 퍼포먼스...
팻의 자켓이 그려진 티셔츠를 샀다. 두장..
그러나... 쌍팔년도 연애질도 아니고 둘이 나란히 티셔츠를 입고 광화문을 누비기엔
아직 내가 덜 미친관계로...(미안 남편... 이럴려구 그런건 아니었어!)
공연시작전..
와우...
오래간만에 찾은 세종문화회관..
의자 등판에 모니터가 달렸다!!
그러나.. 당췌.. 뭐할라고 달아 놓은 건지는...
흐흐...
오프닝 공연도 나쁘진 않았다. 어릴때부터 존경했던 팻과 같은 무대에서 연주하게 되어서
영광이라던 젊은 여성 보컬은 목소리마저 떨려서 풋풋함이 나를 미소짓게 했다.
(다른때같았으면 아마추어 같은 연주와 어설픈 인사멘트에 광분했을 나였지만...)
역시 그는 나타났다.
어떻게?
늘 그렇듯이...
파란 줄무늬 티셔츠에 청바지, 운동화를 신고!!
공연에 대한 소감이야 난 잘 모르겠다.
재즈세계에 심오한 이데올로기를 가지신 분들께서 이미
많은 감동의 언어들을 쏟아 내셨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그녀를 보았다.
팻의 공연마다 그림자처럼 분주하게 움직이며 시종일관 시리어스한 표정을 풀지 않던 스텝
그녀는 너무 무섭다.
언제나... 무대 근처에 접근만 해도 욕을(사실 욕인지.. 뭔지는 잘 모르지만..) 해대며
온갖 괴성을 질러댄다.
심지어 힘으로 제압하기도 한다.
프로페셔널한 그녀가 오늘도 무대를 압도 하였다.
(그의 스텝에게까지도 애정을 쏟고 있음을 그는 알까?)
게다가 첫곡과 두곡째는 뭔가 문제가 있는지.. 팻이 자꾸 무대 뒤쪽에서 그녀와 얘길 하며
피크를 교환하기도 하고 튜닝을 다시 하기도 했다.
음... 약간.. 좀 준비가 덜된 모습이긴 하지만
"완벽을 추구하기 때문이야!!" 라고
믿어주는 맹목적인 신앙...
나는 종교인 스타일이던가?
평소의 나는 고질적인 안티 스타일인데...
헷갈리게 하는 대목이다.
가을쯤에 새앨범이 나온다고 한다.
맥브라이드가 콘트라베이스를 활로 켜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물기 촉촉하도록 잠기게
해주었던 그곡...
새앨범에 수록되는 곡 인듯 싶다.
꼭 사야겠다고 마음 먹어 본다.
공연이 끝나고 난후 팻과 맥브라이드, 산체스 일당은 싱겁게 웃으며 촬영포즈를 취해주었지만
핸드폰 카메라로는 도저히 그의 표정을 잡을 수가 없다.
나중에 알았지만 공연장에서 MP3 녹음하는 사람이 꽤 있었다고 한다.
카메라가 없는것이 못내 아쉽지만 나는 문화인이라고 스스로 위안해본다.
그래도 아깝다.. 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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