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무쇠솥뚜껑철판을 꺼내어

영혼기병깡통로봇 2007. 3. 28. 08:38
사장과 한바탕을 한 후
지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전철에 낑겨서 반은 허공을 헤매면서
집에 돌아왔다.
반겨주는 민이와 잠시 대화를 나누고
티비앞에 널부러진 시각 10시...

부서지지 않는 일상의 견고한 틀에 갖힌 나는...
상실감과 자괴감에 몸부림치다가
결국 무기력해졌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

지만...



실상은 이랬다.
이 추잡한 역적모의와 음해가 난무하는 조직이 혐오스러워
만사가 귀찮고 사람이 싫었던 나는
마트에 들러서
돼지고기를 삼겹살 반, 소금구이용 목살반 섞어서 한근을 샀고
아저씨에게 파채는 안주시나요? 라고 물었고
서비스로 파채를 듬뿍 얻어서
씽크대 깊숙히 먼지가 쌓여 가던 구이용 무쇠솥뚜껑을 꺼내고
계란 노른자와, 식초와, 설탕, 고춧가루, 다시다 약간을 넣고 파채를 버무렸었을 것이다.

티비를 보며 반정도를 먹었고
냉동실에 얼려두었던 밥도 꺼내서
고기한점과 파채를 얹어서 김치쌈을 싸먹은 듯도 하다.

흔적만...
있다.

무슨일이 있었던 겐가..
당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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