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창밖엔
회색 하늘만 네모
가자,
갈대밭 허연
황토길 따라
땅꼬마 모이는
작은 읍내 학교
흐린 창밖엔
회색 하늘만 네모
따라해요
태.정.태.세.문.단.세
가만히 하늘 보면
바람이 보내는 엄마의 미소
작은 웃음 하나 보이고
태.정.태.세.문.단.세
눈감아 엎드리면
나는 신랑하고
미운 노마는 머슴
순이는 수줍은 각시
놀라깬 아이가 붉어진 얼굴로
태.정.태.세.문.단.세
집에 가는 황토길은
키보다 큰 수수깡이랑
삐뚤어진 허수아비
하, 고것 참말 우습다
중학교때였던 것 같다.
아마 지루하기 짝이 없는 어느 나이 많은 선생님의
수업시간에 책상에 엎드려서 썼던 시다.
문득 들여다 보면서 풋..하고 웃음이 났다.
그즈음의 나는 아마도 이런 시어들을 끄집어 내고도
하나 민망하지 않은 여자아이였나보다.
오늘 냉동실에 얼려 놓은 야쿠르트를 먹으면서 고개를 젖혔다가
한쪽눈을 감고 병안을 살폈다가..
툭툭털어내고 또 후루룩 마시면서 온갖 부산을 떨었다.
그리고 옆에서 그꼬라지를 지켜보던,
가을이 시작될 즈음부터 마음을 심란하게 하는...
그 어떤 놈은
추하다...라는 한마디를 던진다.
그래.. 나 추하다. 내 요쿠르트 먹지마...
아...
민망하기 그지 없는 가을 하루다.
왜 무슨 짓을 해도 재밌고 이뻤을...
청명한 가을 같은 시를 쓰며 창밖을 바라보던 그 소녀는
고작 이런 그림으로 리뉴얼되었을까..
내일은 사이다를 얼려볼까보다.
커다란 피티병을 얼려서 윗부분을 잘라내고 수저로
퍼먹어 봐야 겠다.
아... 이런 글을 쓸려는게 아니었는데...
한편의 동시로 시작했던 글이 수저로 퍼먹는
사이다로 끝을 맺어야 하는 것은
역시나 민망하기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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