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로봇의 노래

아무것도 아닌

영혼기병깡통로봇 2007. 2. 6. 08:24
곧 완벽한 기업합병을 통해 자회사로 흡수하겠다던
모기업은
원래부터 너희는 하도급업체였고
앞으로도 쭉 하도급업체일 것이라고
다시한번 규정해주었다.
친절하게...
사이트랑 컨텐츠만 가져가고 사람만 버렸다.
흐흐...
이꼴을 보자고 개같이 고생을 했던가..

냉정히 생각하자.
대기업의 횡포라고 우기기엔
인정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우리 사장의 독선과 아집,
김정일 버금가는
형편없는 개꼬장 대인관계의 결과 같은..

어디서 버리기도 민망한 인력을 데리고
꾸려 놓은 전략기획팀의
멍청한 전략과 유치한 꾀와 같은...


사장은 도대체 직원들을 볼모로 무슨 짓을 하고 있는걸까..

사장은 불안과 허탈함으로 하루 하루 지쳐가는
직원들에게 아무런 비젼을 보여주지 않는다.

뭔가 열심히 준비하고 있고 저쪽에선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하고 있으며 100% 우린 이길거라고만
말했다.
저쪽에선 여유 만만인데다가 비웃기까지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뭘 근거로 누굴 믿어야 하는걸까..
믿을 수 있다 치자..
왜 믿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존경?
충성?
회사에 대한 비젼?
열정?
인간적인 유대?

뭘 믿고 믿고 따라오면 좋은 결과가 있다고
말하는 걸까?

직원들이 생각하는 좋은 결과와
사장이 생각하는 좋은 결과가 같은 것이긴
한걸까?

아니면...
사장에게 조차 소모품이었던가?

오늘 하도급업체로서 하도급 견적을 제출하고
전 부서 팀장이 앉아서
대기업 임원 몇분에게 브리핑을 했다.

몇일전까지 우리회사 마케팅 팀장이었던
사람이 그 다음주 월요일, 대기업의 직원이 되어서 돌아왔다.

그들도 들어왔다.
눈을 마주치기가 겁난다.

그네들이 앉아서 손가락 까닥 거리면서 실금실금 웃는다.

"누구맘대로?"
"준비 많이 했네~ "
"뭐 근거를 보여줘야지?"
"앞으로 신규개발은 너네 안줄거니까 그건 넣지마"

등등의 추임새를 더하며..

내 인생에게 쪽팔렸다.
가치와 무게라는게 과연 있기나 했던가..
고작...

그리고 오후

중추역할을 해줬으면 하고 내심 기대했던
팀원하나가
사직서를 냈다.

비참한 몰락의 이름이라거나 안타까운 침몰이라던가
나름 의미있는 이름을 달아 줄 수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아무것도 아닌 하루가
아무것도 아닌채로 지나갔다.
결국 난 아무것도 아닌가 보다.

기대서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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