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쯤 됐었나..
뭔가를 잊어보자고...
다 털어내 보자고 떠났던 바다..
그 바다는 변함이 없거늘
나는 많이도 변했다.
여기는 속초 ...
그냥 참으려고 했는데 못참고
내뱉어 버렸다.
그는 상처 받았을까
그냥 그의 이상을 따뜻하게 안아만 주었어야 했었던가..
아... 역겹다.
빌어먹을..
그는, 사장은
직원들이 필기도구를 들고 앉아 있는 거실에서
우리의 이상... 우리의 비젼...
우리가 나아갈 방향은
"가족"
이라고 말했다.
침묵....
그가 갑작스럽게 펼쳐낸 아동용 동화속에 떨어져
우린 길을 잃고 말았다.
우리는 사막을 걷고 있다.
방향도 알수 없고 어디서 적이 나타날지도 알 수 없었다.
지붕도 창문도 돌담도 없이
타버릴 듯한 태양관선이 정수리를 내리꽂는 모래사막을
헐벗은 채 헤매는 귓구멍에 대고
"따뜻한 벽난로가 있는 거실이 우리가 갈 곳이야
다 함께 어깨동무하고 가자.... "
라고 말하는 거다.
그를 이해해야 하는 걸까.
이상도 좋고 따뜻한 인간미도 좋고
가족도 좋고 다 좋다.
현실적인 수익모델을 기대하는 직원들과
뭉게구름 피어나는 동화를 꿈꾸는 사장
그 따뜻한 동화같은 마음에 감동하기를 기대했던 사장과
시퍼렇게 얼어 붙은 직원
커다란 땀방울이 뒤통수에 빠직거렸다.
그래도 참았으면 좋았을 것을...
귀엽잖아...
아직 뭘 잘 몰라서 그래.. .부딪히고 깨지다 보면
현실감각이 쌓이겠지
그래도 돈밖에 모르는 악덕기업주가 아닌게 어디냐
라고 생각했던 머릿속과는 달리
주둥이에서 튀어나온 말은
당신이 동화 같은 이상을 꿈꾸고 있는 지는 몰라도
그게 회사의 비전일 수는 없다. 그냥 개인의 이념이다.
가족이 우선인거 좋다. 당신 뜻대로라면 일보다 가족이 우선이어야 한다.
프로젝트 앞에두고 가족이 우선이라서 다같이 퇴근하면
당신 뒷감당할래? 여기 유치원 아니다.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 단팥빵을 만들건지 소보루 빵을 만들건지
다 집어치우고 김밥집으로 전향할지에 대해 논의하러 왔다.
부모님을 사랑하고 아내를 사랑하자고 결의하러 온거 아니다.
그런건 회사에서 가르치지 않아도 된다.
였다.
그가 상처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젠장.. 모르겠다.
성질머리 같아서는 잘해봐라 나는 간다... 라고 하고 싶지만
이놈의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민생고의 압박은
언제나 믿음직스럽게 나의 발목을 잡아 주는 편이다.
직원들은 구석에서 간간히 입모양이 일그러졌다.
그냥 술이나 먹고 돌아갈 것을...
풀리지 않는 모호한 이야기들로 밤을 새웠다.
무엇을 건졌을까.. 던져진 술잔들 말고..
집으로 가자... 마음속에 화가 나버렸던 지난 밤도 잊자.
워크샵...
좀더 성숙해진 다음에 다시 오게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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